[르포]美·캐나다 속 서브프라임 '무풍지대'

2007. 9. 2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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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시애틀·토론토=김정태기자][시애틀, 기업도시 중산층수요 탄탄-토론토, 인구유입으로 상승세 지속]

7일 오후 12시 40분 미국 씨애틀-타코마(씨-텍) 공항. 전형적인 한국의 가을날씨와 같았다. 높고 시퍼런 하늘과 어울어진 곳곳의 침엽수림 전경이 이국적인 상쾌함을 더했다.

씨애틀의 남북을 연결하는 주 도로는 99호선 주 국도와 5번 고속도로. 이 주변으로 한인타운과 미국의 대표적인 글로벌기업들이 모여 있다.

공항에서 빠져 나와 씨애틀 시내로 진입하는 99호선 도로 왼편으로 많은 항공기가 늘어서 있었고 항만 근처에는 우리나라 시청건물 양식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띄었다. 씨애틀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고성권 사장은 "보잉사가 소유하고 있는 '보잉필드'와 스타벅스 본사 건물"이라며 "씨애틀에는 보잉조립공장를 비롯해 스타벅스, 아마존닷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유명 글로벌 기업들 들어서 있는 첨단산업도시"라고 소개했다.

씨애틀도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부실사태 영향이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현지에서 18년 동안 부동산업을 해 왔다는 김수영 헬릭스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씨애틀은 서부 LA나 동부 뉴욕 지역에 비해 서브프라임의 타격이 덜하다"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 아파트개념에 해당하는 콘도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강보합세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다른 미주 주요도시에 비해 서브프라임 충격이 덜한 이유를 "씨애틀과 워싱턴주에는 보잉과 MS사를 양대 축으로 IT와 항공, 통신분야의 벤처기업들이 많아 전입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경기에 대한 침체논란이 있지만 탄탄한 기업에서 종사하는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에 부동산이 부실화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 그는 "한국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울산같은 기업도시의 경기가 나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주는 한국 이민자수도 계속 증가해 워싱턴주에만 1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인타운도 시애틀 다운타운 중심으로 북쪽으로 에버렛 린우드 쇼어라인 에즈먼드에 위치했으며 북동쪽에 밸뷰 이사콰와 남쪽에 타코나 페더럴웨이 레이크우드 등으로 폭넓게 산재 돼 있다. 김대표는 "한국에서의 부동산 투자가 활발했던 지난해에 비해 줄긴 했지만 법인 중심으로 투자자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씨애틀도 한국의 부동산시장과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게 김대표의 설명이다. 첨단기업도시인 만큼 중산층 가정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교육열이 높아 학군 중심으로 부동산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콘도보다 단독주택이 워싱턴주의 부동산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애틀을 중심으로 한국의 신도시와 같은 고급주택지역들이 형성돼 있지만 점차 집지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빌게이츠 MS 회장이 살고 있는 밸뷰(Bellevue)와 이사콰(Issaquah)가 '한국의 강남'과 같은 곳으로 부동산시장을 주도하는 곳이다.

그는 이 곳보다 분당과 같은 서미트(Summit)나 레이크우드(Lakewood)를 추천했다. 도심지에서 다소 떨어져 있긴 하지만 씨애틀과 타코마 지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360도 조망이 가능한 곳이어서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이곳에 집을 지을 수 있는 땅값은 4000㎡(370평)면적 규모가 40만달러 전후이며 집값은 고지대로 올라갈 수록 비싸지만 대략 100만~200만달러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9일에 도착한 곳은 캐나다 토론토(Toronto). 씨애틀보다 위도 상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한낮의 날씨는 오히려 더운 편이었다. 피얼슨(Pearson)공항에서 401번 고속도로를 타고 30여분을 가니 온타리오주 최대 한인타운으로 자리를 잡은 노스욕(North York)이 보였다. 마중 나온 캐나다 현지 투자컨설팅업체인 센트러스트의 조셉 리 대표에게 미국 발 서브프라임 여파가 캐나다에도 미치고 있는 지를 물었다.

리 대표는 "토론토 부동산시장은 미국의 서브프라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풍지대"라고 말했다. 인구유입이 캐나다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서 집값이 급등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앤드류 오 사장도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는 노스욕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단독주택이 30만 캐나다 달러(한화 2억8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0만달러(한화 9억4000만원)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토에 인구유입이 급속해지다 보니 단독주택보다 콘도개발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최대 주택전문업체인 트라이델(Tridell)사를 찾아가 최근 시장 현황을 들어봤다. 이 회사 스콧 부사장은 "콘도 개발 붐인 이유는 동양계 이민자 인구유입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며 "노스욕에 한국 금융기관인 동부생명의 투자를 유치해 35층짜리 콘도(주상복합)를 짓고 있을 정도로 중국과 한국에서의 부동산투자 열기가 높다"고 밝혔다.

'토론토'란 도시 이름은 원래 인디언 말로 '만남'을 뜻한다고 한다. '인종 용광로'를 표방하는 미국과 달리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인종차별이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 정부가 소수민족 자체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라는데 지명 의미와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시애틀·토론토=김정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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