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 명절 음식장만 잘했네"

2007. 9. 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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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시? 좌포우혜? 육적? 침채?"

한가위가 며칠 후로 다가왔지만, 젊은 주부들에게 차례상 차리기는 용어조차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힘들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 집에서 하던 것처럼 탕·찜·전 등으로 음식 솜씨를 뽐내 보자.

원칙에 맞춰 재료를 장만하고 음식만 만들어 놓으면 '어동육서' '홍동백서' 등에 따라 상을 차리는 것은 남자들 몫이다.

전통음식 전문 교육·판매기관인 '가례원'의 곽은실 실장은 "기본적인 밥과 나물, 과일 외에 꼭 준비해야 할 것은 '삼탕·삼전·삼적'"이라며

"이 원칙만 외우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조언했다.

곽 실장에게 전통 차례음식 만드는 법을 배워본다.

# 세 가지 탕

차례상에 올라가는 세 가지 탕은 육탕·어탕·소탕이다. 육탕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로, 어탕은 생선이나 해물로, 소(채소)탕은 채소나 두부로 만든다. 육탕은 소고기와 무를 넣고 끓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탕은 지역·취향별로 적당한 생선을 넣고 끓여도 되고, 명태·북어·마른홍합 등으로 끓여도 깔끔한 맛이 난다.

소탕은 두부나 배추 등으로 끓이고, 국물 맛은 다시마와 마늘 정도로 내면 충분하다. 곽 실장은 "'탕'은 국물을 먹기 위한 '국'과 달리 주로 건더기를 먹기 위한 것이므로 국물은 적게 하고 건더기를 많이 넣어 끓인다"며 "하지만 차례상의 탕은 순수한 맛을 살려야 하므로 건더기는 한두 가지만 넣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국물내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삼탕을 만들지 않고 토란탕이나 소고기 무국 한 가지로 차례상을 차리는 집도 많다.

◇녹두전◇육원전◇꼬치전(왼쪽부터)

# 세 가지 전

재료에 계란물을 입혀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부치는 전도 세 가지가 차례상에 오른다. 대표적인 것이 육원전·어전이며, 미나리전·녹두전·파전·해물전·야채전·버섯전·꼬치전·두부전 등 어느 것이라도 괜찮다.

고기와 야채를 섞어 동그랗게 만든 육원전은 '동그랑땡'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돼지고기를 사용한다. 간 돼지고기에 물기를 뺀 두부, 잘게 다진 당근, 양파, 쪽파를 넣고 치댄 후 동그랗게 빚어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눌러 부친다. 어전은 동태나 대구 살을 사용한다. 어전은 포를 떠 놓은 생선에 밑간을 해 두는 것이 중요한데, 맛소금과 흰 후춧가루를 뿌려두면 밀가루와 달걀물만 입혀도 입에 착착 붙는 맛이 난다. 타지 않도록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구워내는 것이 포인트다. 한입 크기의 해물전이나 야채전은 그대로 제기에 쌓아 담고, 미나리전이나 파전·부추전 등은 네모지게 잘라서 쌓아 담는다.

◇소고기산적◇계적◇민어적(왼쪽부터)

# 세 가지 적

적은 생선이나 고기 등을 양념해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굽거나 지진 음식으로, 제사상에서 가장 비싼 재료로 만들어지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제물이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닭으로 만든 계적, 소고기로 만든 육적, 생선을 통째로 만든 어적이 기본이다. 계적 대신 두부나 채소를 이용한 소적을 올리는 지역도 있다.

계적은 머리를 떼낸 닭을 통째로 제사상에 올리는 것으로, 닭을 삶을 때 물이 끓은 후 냄비에 집어넣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육적은 질 좋은 소고기에 살짝 칼집을 낸 뒤 불고기 양념에 재워 그대로 프라이팬에 구워낸 것. 소고기 산적 대신 돼지고기 산적이나 돼지고기 수육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전통적으로 소고기 산적을 제사상에 올려온 집은 잘사는 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제상의 '수준'을 말해 준다.

어적은 보통 조기나 도미 등으로 만드는데, 지역에 따라 민어·숭어·병어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생선은 살짝 말린 후 쪄서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법을 쓴다. 옛날 신선한 생선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대구포찜이나 북어적으로 대신하다보니 이것이 전통으로 굳어진 집안도 있다. 곽 실장은 "제사상에 놓는 생선은 '두동미서'라는 원칙에 따라 방향이 중요하므로 찜솥에 넣을 때 머리는 오른쪽으로, 배는 왼쪽 방향으로 놓아야 껍질이 손상되지 않고 보기 좋게 찔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그외 나물과 과일

삼탕·삼전·삼적을 다 마련했다면 이제 나물과 과일만 신경 쓰면 된다. 고사리·도라지·시금치·숙주·콩나물·애호박 등으로 나물을 만드는데, 제사상에 올라가는 나물에는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대신 소금과 국간장 등으로 간을 한다. 김치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백김치나 동치미를 놓는다. 제사상에 올리는 김치는 '침채'라고 부른다.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은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다. 대추·밤·감·배는 반드시 올리는데, 대추는 나무 한 그루에 열매가 아주 많이 열리기 때문에 자손이 번창함을 기원한다. 감을 꼭 놓는 것은 열매를 맺은 감나무의 줄기 속에 검은 진액이 생기는 것이 자식을 낳고 기르는 부모의 아픔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배는 껍질의 황색이 오행에서 우주의 중심을 뜻하고, 밤은 죽은 밤나무 아래를 파보면 싹을 틔운 밤톨이 남아 있는 것이 자신의 근본을 잃지 않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차례상에 올리는 제수가 됐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사진:국일미디어)

◇남해안 지역의 서대전◇호남 지역의 병어찜◇경상도 지역의 배추전(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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