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도요새의 비밀

2007. 9. 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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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태원은 1980년대 '새 시리즈'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 없나…"로 시작하는 '솔개'로부터 '고니' '타조' '까치' '앵무새'를 노래했다. '독도는 우리 땅'의 가수 정광태가 히트시킨 '도요새의 비밀'도 다시 불렀다. "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나는지/ 저 푸른 소나무보다 높이/ 저 뜨거운 태양보다 높이/ 저 무궁한 창공보다 더 높이/ 도요새 도요새/ 그 몸은 비록 작지만/ 가장 높이 꿈꾸는 새…." 이렇게 속박에서 벗어나 드높은 창공으로 훨훨 날아 오르고자 하는 현대인의 꿈을 노래했다.

이 노랫말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었다. 도요새가 가장 높이, 멀리 나는 새가 아니란 것이다. 기네스북에는 가장 멀리 날아가는 새가 극제비갈메기로 기록돼 있다. 가장 높이 나는 새도 8200m 상공을 나는 것이 영국 공군 레이더에 포착된 적이 있는 유럽고니란다. 새 보호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선진국에서였다면 대중가요 가사일지라도 고치자는 움직임이 일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장자 소요유(逍遙遊) 편에는 엄청나게 큰 새가 나온다. 바로 붕(鵬)이다. "붕이 한번 날아 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다. 이 새는 태풍이 불면 남쪽바다로 날아가고자 한다. 붕이 옮아갈 때는 물을 쳐 올리되 그 높이가 3000리나 되고 회오리바람을 타고 9만리나 올라가 일단 날기 시작하면 반년이 지나서야 쉰다. 매미와 작은 새는 그것을 보고 비웃으며 '우리는 온 힘을 다해도 느릅나무에 오를 수 있을 뿐이다. 어떻게 9만리 남쪽으로 간다는 것인가'라고 말한다." '연작(燕雀)이 어찌 대붕(大鵬)의 뜻을 알랴'란 말의 유래다.

암컷 흑꼬리도요 한 마리가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1만1500㎞를 쉬지 않고 1주일 만에 날아간 것이 위성추적장치를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이 종은 제비나 참새보다야 크지만 상상 속의 대붕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미물이다. 그러나 다른 바닷새처럼 중간에 쉬거나 먹지도 않고 오로지 날갯짓만 계속해 단숨에 남쪽바다로 날아왔다. 이렇게 장거리 비행을 하고 나면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지만 목적은 짝을 찾아 새끼를 낳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연어가 먼 북태평양에서 살다 알을 낳기 위해 태어난 곳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김철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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