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들이 정말 왕 독살 주도했을까?

2007. 9. 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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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사극 '왕과 나'가 인기를 끌면서 환관(내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조선 문종부터 연산군에 이르기까지 여섯 임금을 보좌한 내시 김처선(?∼1505)의 삶과 사랑을 중심으로 환관의 업무와 정치적 역할, 애환과 생활상을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역사학계는 왕조사, 양반 중심의 이야기에서 상대적으로 덜 조명된 환관의 정치사·생활사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예종 독살설' 등 극적 재미를 위해 가공된 내용이 사실로 인식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환관이 국왕 독살 주도?=드라마에서 예종은 판내시부사 조치겸(환관 전균을 모델로 한 가상인물)에 의해 독살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예종의 죽음에 대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는 점에서 독살설을 완전 허구라고 단정지을 순 없다. 재야 학자 이덕일씨는 인종, 효종, 현종, 경종, 정조, 고종 등 600년 조선사에서 왕권과 신권 대립이 첨예했던 시기에 특히 국왕 독살 가능성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예종 때 역시 한명회를 비롯한 계유정난 공신들의 전횡이 심했다. 하지만 학계는 독살설은 차치하고 환관이 왕의 독살을 주도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환관이 독약으로 영조(6년)를 살해하려 했던 모반사건을 연구한 조윤선 청주대 교수는 "왕권을 끊임없이 견제했던 사대부 세력이 환관이나 궁녀를 이용해 국왕에게 독약을 먹이는 '소급수(小急手)'의 예는 많지만, 환관은 어디까지나 궁궐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하수인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국내 환관 연구를 본격화한 정희흥 대구대 교수 역시 "일정 부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중국, 고려시대 환관과 달리 조선의 내시들은 '왕의 노비'에 불과했고 정치적 역할도 철저히 차단됐다"고 말했다.

◇조선 고종황제 폐위를 지켜보는 내시들. 경인문화사 제공

◆김처선과 성종의 관계는=극중 인물 김처선은 단종실록에서 처음 등장한다. 쿠데타에 성공한 수양대군은 단종 3년(1455)에 우호적이던 환관들을 대거 숙청하는데, 김처선 역시 이때 지방 관노로 유배된다. 2년 뒤 복직된 그는 성종 때 대비의 병을 치료하는 데 공을 세워 정2품 자헌대부에까지 이른다. 특히 연산군 11년에 임금의 실정에 대해 바른말을 했다는 이유로 죽음을 당한다. 하지만 '모두가 침묵할 때 유일하게 직언한 충신'으로 알려진 김처선의 캐릭터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중종이 반정 성공 후 김처선을 명예회복시켜야 한다는 중신들의 간청을 수차례 거부한 것도 그의 성품이 강직해서가 아니라 당시 만취해 실언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폐비 윤씨를 놓고 김처선과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설정된 성종도 사실과는 다소 다르다. 성종은 다른 왕들에 비해 환관을 우대했다고 평가받지만 정치 개입만은 철저히 막았다. 정희흥 교수는 "성종은 승정원으로 일원화된 왕명 출납을 편의상 환관이 대신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등 환관의 정치 금지를 제도화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부인과 양자는 왜 뒀을까=조선 환관 3명의 가계도를 기록한 족보 '양세계보'에는 "우리 중관들은 각 성을 수양하여 세대를 잇는다"고 기록돼 있다. 환관들은 자신처럼 성불능자를 양자로 맞아 친족·사회로부터의 소외감을 달랬으며, 양육과 의식 문제를 해결키 위해 부인도 뒀다고 신명호 부경대 교수는 지적했다. 환관들은 첩을 두지 않았고 부인과 사별하면 재혼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흔하진 않았다. 신 교수는 "환관의 가족 구성은 왕실의 재산관리자를 배려하고 양자를 통해 환관을 충원하려는 국왕의 필요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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