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는 '약속'대로 정확하게

2007. 8. 1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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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말 논술 [난이도-중등~고1] /

한효석의 문장강화

11. 쉬운 말로 쓰기

12. 외래어 표기를 정확하게

13. 지시어 바로 쓰기

외래어는 한국 사람이 미처 챙기지 못한 곳을 채워줍니다. 예를 들어 우리말처럼 쓰이는 '버스, 빵, 중학교, 독일, 철학'은 다른 나라 사람이 먼저 만들거나 생각한 것을 한국 사람이 뒤늦게 받아들인 것입니다. 물론 외국 발명품인 'computer'를 받아들일 때, '셈틀'이라고 할 수 있고, 원어를 그냥 한글로 바꿔 '컴퓨터'로 표기할 수도 있었지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computer'를 '컴퓨터'로 쓰는 것은 그 사물을 외국에서도 그와 비슷하게 부르니까 쉽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즉, 'middle school, 中學校'는 외국어이지만, '중학교'는 외국에서 받아들여 한글로 표기하고 우리말처럼 쓰는 외래어입니다. 한국 사람이 '중학교'라고 하지 않고, 설령 한글로 '미들 스쿨'이라고 쓴다고 할 때, 외국 사람이 그 말을 못 알아들어도 괜찮습니다. 그 '미들 스쿨' 표기는 한국 사람끼리 통하자고 약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글이 아무리 우수해도, 다른 나라 말을 정확하게 표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글에는 'ㅅ, ㅆ'이 있는데, 영어는 'ㅅ'말고도 'ㅅ'과 'ㅈ'의 중간쯤 되는 소리, 'ㅅ'보다 입을 더 오므려 내는 '쉬'에 가까운 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우리말 'ㅆ'에 해당되는 소리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나라 말을 한글로 아무리 잘 표기하더라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은 처음부터 우리끼리 통하자고 약속한 것이므로, 그 기준에 따라 표기한 것을 외국인이 못 알아듣는다고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이런 이치에 따라 한국 사람은 실제로 '촤컬릳'에 가까운 소리를 '초콜릿'으로, '뫄들'에 가까운 소리를 '모델'로. '핌'에 가까운 소리를 '필름'으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정한 '초콜릿'을 두고도 일부에서는 '쪼코렛, 초컬릿, 쵸코레트'처럼 제각각 표기합니다. 사회에서 합의한 약속을 깨고 각자 제 마음대로 표기한다면 책상을 놓고 어떤 사람은 하늘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빵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국 질서가 깨져 혼란스러워지면서 소통이 단절되겠지요.

어떤 사람은 대충 그게 그거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약속한 'apple'을 두고 어느 영국인은 'aiple'로 쓰고, 다른 이는 'appel'로, 또다른 이는 'aepel'로 표기하면 한국 사람이 보기에 그게 그것 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므로 외국어를 외래어로 표기할 때 대충 쓰지 말고, 정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쓰자고 정하였으니, 다른 글자를 받침에 써서는 안 됩니다. 또, 옛 중국인 이름은 우리 기준으로 표기하지만, 현대 중국인 이름은 현지음을 살려 표기해야 합니다. 즉, '孔子'는 '공자'라고 쓸 수 있지만, '成龍'은 '성룡'이 아니라 '청룽'이라고 써야 합니다. 다음 문장에서 잘못된 곳을 찾아 바로 고쳐 보세요.

1. 내 자동차 본네트와 마후라를 써비스 쎈타 아저씨가 타올로 닦았다.

2. 테레비를 프라자에서 사고, 주유소에서 오일을 풀로 넣었다.

3. 서울에 왔다리갔다리하더니, 사람이 삐까번쩍하게 달라졌다.

4. 부페 식당에서 사라다를 먹으니, 기분이 업되어 해피했다.

5. 커피샾에서 자기마음대로 카셋테잎을 틀어서는 안 된다.

6. 나는 화이팅을 외치는 사람보다 쿨한 사람이 좋다.

7. 프라스틱 컵에 오렌지 쥬스를 따라 마셨다.

8. 등소평은 중국 사람, 풍신수길은 일본 사람이다.

한효석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 저자

■ 정답

1. 내 자동차 보닛과 머플러를 서비스 센터 아저씨가 수건(타월)으로 닦았다.

2. 텔레비전을 플라자에서 사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넣었다. - '오일, 풀'은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한 것.

3. 서울에 왔다갔다하더니, 사람이 아주 번쩍 달라졌다. - '-리, 삐까'는 일본말 흔적.

4. 뷔페 식당에서 샐러드를 먹으니, 기분이 한껏 좋아져 즐거웠다.

5. 커피숍에서 자기마음대로 카세트테이프를 틀어서는 안 된다.

6. 나는 파이팅을 외치는 사람보다 확실한(끊고 맺는 것이 분명한) 사람이 좋다.

7. 플라스틱 컵에 오렌지 주스를 따라 마셨다.

8. 덩 샤오핑은 중국 사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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