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피할 수 없는 만큼 대비 철저해야

2007. 8. 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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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 기상청 예보국장

계절마다 온도와 습도 등 기상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날씨 또한 철 따라 다르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은 여름철의 대표적인 기상현상이지만 건조한 봄철에는 황사가 우리를 괴롭힌다.

황사는 흙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과 안질환을 일으키고 태양빛을 차단해 가시거리를 짧게 만들며, 항공기의 엔진과 반도체 같은 정밀기계에 손상을 끼치고, 가축의 질병을 발생시키는 등 다양한 피해를 야기한다.

황사로 연간 165명 사망, 업계 피해액 5조5000억원 추정

황사로 인한 산업계의 추정 피해액은 연간 5조 5000억원(삼성경제연구소,2003년)으로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0.8%에 달하며, 국민 1인당 으로 환산하면 11만 7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황사로 인한 인명피해와 전체 피해규모에 관한 연구(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03년)에서는 한해에 181만 7000여 명이 병원치료를 받으며, 165명이 숨지고, 전체 피해규모가 최대 7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황사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 '우토(雨土)'라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나오고, 고구려 보장왕 때인 서기 644년 10월 '평양에 내린 눈이 붉은 색이었다', 고려 명종 16년 '눈비가 속리산에 내려 녹아서 물이 되었는데 그 색이 핏빛과 같았다', 조선 명종 5년 3월 22일 '서울에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 등이 남아있어 황사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관측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강한 황사는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날아가

황사는 그 입자의 직경이 약 1~10㎛로 아주 작으며, 누런색을 띤 흙먼지다. 우리나라에 날아오는 황사입자의 크기가 작은 이유는 중국 북쪽 건조한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한반도로 날아오면서 큰 입자는 지면으로 떨어지고 우리나라에까지 날아오는 입자는 주로 발원지에서 발생한 후 1~5일 걸려 이동한, 알갱이가 작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발원지에서 불려 올라간 황사의 먼지량을 100으로 볼 때, 보통 30% 정도는 발원지에 다시 가라앉고, 20%는 발원지 주변지역으로 퍼지며, 나머지 50% 정도가 한국과 일본에까지 수송된다. 특히, 강한 상층풍을 만나게 되면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날려가기도 한다.

황사가 주로 봄에 나타나는 이유는 겨울철 내내 꽁꽁 얼어 있다가 황사 발원지의 건조한 토양이 봄이 되면서 점차 강해지는 태양열로 인해 지표가 녹아 흙먼지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원지에서 발생한 황사는 한반도 주변의 기상 조건 때문에 여름, 가을, 겨울철보다는 봄에 더 자주 우리나라로 내습하게 된다.

황사 발생일수 급증해 2002년부터 황사특보 발표

황사는 폭우나 태풍과는 달리 사람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악기상이 아니었기에 기상재해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2년 이후 봄철만 되면 숨쉬기가 거북하고 앞이 안보일 정도로 농도가 짙은 황사가 자주 발생해 사회적인 관심대상으로 떠올랐다.

2007년 3월 31일 오후, 위성 관측 영상에서 중국 동북부와 서해상에 분포한 황사.

통계를 보더라도 1973년부터 200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전국 평균 황사일수는 3.6일이었으나 2000~2006년에는 9일, 올해에는 8.2일 발생했다.

이러한 자연 환경 변화를 반영해 기상청은 2002년부터 황사를 중요한 자연 현상으로 인식하고 강한 황사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 호우, 폭설, 태풍처럼 기상특보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바람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황사의 이동을 예측하는 일은 그 어느 기상 변화를 예측하는 것보다 어렵지만 기상청은 정확한 황사의 이동 경로와 정량적인 예측을 위해 여러 장단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기상청은 황사의 감시를 위해, 국내에 황사먼지 농도 측정을 위한 관측망 27개소를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보내오는 육안 관측 자료와 위성관측에서 추정한 영상자료 이외에 정량적인 황사 관측자료를 얻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예산 지원과 중국기상국과 협력하여 중국의 황사 발원지와 이동 경로상의 10개소에 직경이 10㎛ 이하 크기의 황사 입자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설치하였다. 또 중국 기상국의 정량적인 황사관측자료(5개소)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관측 공백지역이 넓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민을 활용하여 현지에서 눈으로 본 황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제도도 올해부터 시행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얼마나 많은 양의 흙먼지가 불려 올라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알아, 정량적인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수치모델을 개발, 개선하여 황사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측망을 확대하는 한편, 위성을 이용한 황사탐지 기술을 향상시키며, 관측된 자료를 바탕으로 황사예측 수치모델을 개선, 예보관의 황사예측 기술 향상하고 있다.

북한도 포괄하는 황사대응 국제협력 추진

황사는 국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국제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중국, 몽골, 일본을 포함한 4개국 기상청장 협의체가 조만간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북한지역의 황사 관측 장비 설치(2개소)를 계기로 북한의 참여도 설득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황사에 관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위해 기상청은 7일 서울에서 제2차 국제 황사 워크샵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세계기상기구(WMO),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등 국제기구와 중국, 일본, 몽골 등 인접 국가들의 황사 전문가와 국내의 전문가를 포함, 70여명이 모여 황사의 관측, 예보, 분석 기술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나눈다.

이번 워크샵은 황사 예측을 위해 분주했던 봄철을 보내고 내년 봄이면 또다시 찾아올 황사에 대비한 대책의 일환이며, 우리나라가 동북아 황사 조기경보 체제를 구축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황사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지만 흙먼지를 멀리까지 옮기는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대비하는 길만이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황사 발원지인 그 곳, 척박한 흙먼지 속에서도 웃음 지으며 사람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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