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뉴질랜드① 심장을 두드리는 마오리의 노래

2007. 8. 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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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의 계절은 한국과 상반된다. 우리네 삼복더위에 뉴질랜드는 눈보라가 날린다. 설날도 마찬가지다. 마오리의 새해맞이 축제인 마타리키(Matariki)는 매년 6월 초순에 시작된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이 무렵 동쪽 하늘에는 밝고 아름다운 별무리(Cluster of Star)가 나타나는데, 황소자리의 플레이아데스(the Pleiades) 성단이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마타리키는 바로 7개의 별로 이루어진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가리키는 마오리 언어다.

뉴질랜드의 마오리 공동체는 마타리키가 나타날 즈음 축제를 시작한다. 각 이위(Iwi, 부족)에 따라 시점과 기간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감사와 기쁨으로 한 해의 수확을 마치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는 동일하다.

올해 마타리키 축제는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 호크스 베이(Hawke's Bay), 로토루아(Rotorua) 등 마오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열렸다. 마오리 전통공연과 예술품 전시회, 음식축제, 예술제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통해 마오리 문화가 소개됐다.

포우히리(Powhiri)는 대부분의 마타리키 이벤트에서 선보였다. 마오리의 공식적인 손님맞이 의례로 독특한 몸짓과 노래가 이어졌다. 먼저, 주인에 해당되는 탕가타 페누아(Tangata Whenua, 땅의 사람들)의 전사가 손에 창을 들고 마누히리(Manuhiri, 손님)에게 다가왔다. 전사는 자신의 강인함을 드러내고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창을 휘두르며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눈동자가 튀어나올 정도로 있는 힘껏 눈을 부라리고, 혀가 턱에 닿을 만큼 쑥 빼물었다.

잠시 후 전사는 허리춤에서 징표가 될 만한 물건(나뭇가지, 고사리, 조각품 등)을 하나 꺼내 마누히리 앞에 던졌다. 이것을 마누히리 일행 중 추장 역할을 맡은 이가 집어 전사에게 건넸다. 전쟁이 아닌 화친을 위해 방문했다는 의사표시였다.

낯선 방문객이 평화사절단임이 확인되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마을의 마오리가 모두 나와 환영식을 벌였다. 마오리의 상징처럼 알려진 군무(群舞), 하카(Haka)와 노래가 이어졌다. 하카는 리더의 선창에 따라 수십 명이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양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는 동작으로 시작됐다. 땅이 꺼지도록 세차게 발을 구르다가 하늘을 향해 뛰어오르기도 했다. 손을 사시나무 떨듯 흔드는 위리위리(Wiriwiri)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됐다. 하카를 눈앞에서 직접 보니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마오리 전사들의 격정적인 외침과 몸짓은 폭풍우가 몰아치듯 강렬했다. 하카의 폭풍이 지나간 뒤 손님 일행은 짧은 노래로 화답했다.

긴 환영의식의 마지막은 홍이(Hongi)로 마무리됐다. 서로의 이마와 코를 맞대는 홍이보다 더 친밀한 인사법은 아마 없을 듯싶었다. 상대방의 체온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지구상 거의 유일한 인사법이었다. 이마를 맞대면 자연스럽게 눈이 감겼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영적인 교감이 이루어지는 느낌이었다. 서로의 이마와 코를 마주대면서 '키아오라(Kia Ora, 안녕하세요)'의 인사를 주고받았다.

◆쿠페(Kupe), 전설이 된 마오리

뉴질랜드 북섬 파이히아에서 만난 호네 미하카(Hone Mihaka)는 마오리 문화의 전도자를 자처한다. 마오리 부족 중 가장 규모가 큰 나푸히(Ngapuhi) 부족의 후예로 일생을 마오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계승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현재 베이 오브 아일랜드의 중심인 파이히아(Paihia)에서 다채로운 마오리 문화체험 프로그램(www.taiamaitours.co.nz)을 운영하고 있다. 마오리의 항해용 카누인 와카(Waka) 투어, 거대한 수목인 카우리 숲 트레킹, 마오리 유적지 탐방 등을 주관한다.

지난 마타리키 축제 기간에 미하카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아홉 살 배기 손자가 집안을 대표하는 전사로 분장하고 포우히리를 선보였다. 상투를 틀어 올리듯 가운데 머리를 질끈 동여맨 꼬마 전사는 제 키보다 더 큰 창을 들고 일행을 맞이했다. 눈을 부라리고 혀를 내미는 모습이 오히려 앙증맞았다.

코를 맞대는 홍이가 끝난 후 저녁 식탁에는 항이(Hangi)가 올라왔다. 닭고기, 양고기, 돼지고기, 감자, 호박, 쿠마라(고구마), 당근, 양배추 등이 어우러진 만찬이었다. 마오리 전통음식인 항이는 조리방법이 독특했다. 우선, 땅에 큰 구덩이를 파고 나뭇가지로 불을 지펴 돌을 달궜다. 뜨거운 돌 위에 아마 잎과 고기, 야채를 층층이 올려 쌓고 거적으로 덮는 뒤 물을 뿌려 열기와 수증기로 익혔다.

항이를 나누며 미하카로부터 마오리의 시원(始原)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마오리가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된 과정부터 19세기 중반 영국군과 벌인 전쟁까지, 어린 손자와 이방인들 앞에서 부활한 마오리 전사처럼 열정을 토해냈다. 그의 어깨에서 팔과 가슴으로 이어지는 모코(Moko)는 그의 조상들이 파이히아에 정착하게 된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미하카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도착한 최초의 마오리는 쿠페(Kupe)였다. 쿠페는 와카를 타고 고향인 하와이키(Hawaiki)를 떠나 수십 일을 항해한 끝에 뉴질랜드에 닿았다. 남태평양의 뜨거운 태양과 폭풍우를 이겨내고 발견한 땅이 바로 뉴질랜드 북섬이었다. 쿠페는 망망대해에서 마타리키 별무리를 보고 방향을 가늠했다고 한다. 마타리키는 불멸의 마오리 전사에게 새로운 터전을 안겨준 길잡이였던 셈이다.

쿠페 이후 마오리의 뉴질랜드 이주는 수백 년에 걸쳐 계속됐다. 아오테아로아(Aotearoa, 희고 긴 구름)라고 명명한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마오리는 번창하며 지역마다 부족을 이루었다. 덫과 올가미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새인 모아(Moa)를 사냥했고, 아마로 짠 그물과 동물 뼈로 만든 낚시 바늘로 물고기를 잡았다.

마오리의 전설과 관련해 한 가지 아이러니는 쿠페가 떠나온 하와이키가 어디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문헌은 물론 구전으로도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마오리 문화가 쿡 아일랜드나 타히티 같은 남태평양 섬들과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폴리네시아 군도일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마오리는 태어난 곳은 잃어버렸지만 뉴질랜드라는 새로운 고향을 찾아낸 셈이다. 그 신생의 터전에 그네들의 허벅지처럼 굵고 탄탄한 뿌리를 내렸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장성배 기자(up@yna.co.kr), 협찬/뉴질랜드관광청(www.newzea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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