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홍순래의 꿈으로 본 역사] 〈25〉 조상의 '계시적 꿈' 세가지

2007. 7. 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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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자손 이항복이 위태로운 지경에 임하여 이제현이 현몽하다>

백사(白沙) 이항복이 돌이 조금 못 됐을 때다. 하루는 유모가 우물 근처에서 그를 땅에 내려놓고 앉아 졸고 있었다. 이항복이 기어서 우물로 들어가려 할 즈음에, 유모의 꿈에 긴 수염을 한 노인이 막대기로 유모의 정강이를 후려치며 "어찌 아이를 돌보지 아니하고 졸고 있느냐?"고 하였다. 유모가 아픔을 견디지 못해 놀라 깨어, 급히 달려가 이항복을 구하였다.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정강이가 오히려 아프거늘 크게 괴이하게 여겼다.

그 후 이항복의 선조제사를 지낼 때 그 방조(6대조 이상의 조상의 형제) 익재 이제현의 화상(畵像)을 방안 가운데에 걸어두었다. 유모가 이제현의 화상을 보고 크게 놀라며 "지난 번에 나의 정강이를 친 분이 곧 이 그림의 얼굴 모양이라"고 말하였다. <청구야담>

이제현이 유모의 꿈에 나타나 후손인 이항복이 우물에 빠지려는 위험을 일깨워 구해내게 한 계시적인 꿈사례다. 여기에 대해 '청구야담'에서는 '신령이 삼사백년 후에도 형적이 아주 없어지지 아니하여, 능히 방계 혈족 자손의 위태로움을 구하니, 한갓 신령이 명백할 뿐 아니라, 또한 이항복이 평범한 다른 아이와 다른 고로 신명의 도움을 이루게 하니라'라고 언급하고 있다.

'조상의 영령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꿈의 일깨움으로 아기 이항복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있다. 이렇게 조상, 산신령, 동식물 등이 꿈속에서 말을 하고 계시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본다면, 실제로 이러한 영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눈앞에 다가온 위험을 일깨우기 위한 꿈의 상징기법 중 하나이다. 대부분 꿈의 실현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다급한 경우에 직접적인 현몽으로 일깨워주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②<부친의 현몽으로 호랑이를 피한 꿈>

성희안은 어머니 상을 당해 묘 앞에 여막을 짓고 손수 음식을 만들어 바쳤다. 일찍이 그 아우와 더불어 산골짜기에서 마를 캐다가 피로해서 함께 바위 위에서 졸고 있었다. 꿈에 성희안의 아버지가 나타나 도적이 온다고 소리쳐 놀라 깨어 보니,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앞에 와 있다. 즉시 돌을 던지고 피하니 사람들이 "효성이 감동한 것이라"고 하였다. <묘지-'연려실기술' 제9권 중종조 고사본말, 중종조의 상신(相臣) 성희안>

이 또한 성희안이 호랑이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시적인 성격의 꿈으로, 다가올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렇게 현몽하는 것은 꿈의 상징기법 중에서 비교적 가장 단순한 기법 중의 하나로, 꿈의 실현에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거나, 꿈을 꾼 사람이 절대적으로 믿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 계시적으로 일깨워주는 사람은 죽은 조상이라든지, 산신령이라든지, 신인 등 절대적인 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전소설에 있어 주인공이 위험에 빠졌을 때,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다.

③<효성에 감동한 부친이 현몽하여 영정을 만들게 하다>

이희익은 연안 이씨로 고종 갑술년(고종 11년) 진사과에 합격하고 임진년(고종 29년) 문과에 올랐으며 관직은 승지에 이르렀다. 효성과 우애가 특출하여 효행과 학술로 조정에 천거할 정도였다. 부친인 이승우는 장악원 정3품의 정을 지냈으며, 송서백선을 편찬하여 간행한 사람이다.

이승우가 죽은 뒤 이희익이 생전에 부친의 영정을 그려 놓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겼다. 이희익이 화공을 불러놓고 울면서 사정을 말했으나, 화공도 도리가 없어 돌아가버렸다. 그로부터 사흘 뒤 화공이 다시 찾아와 말했다.

"집에 돌아가 밤에 꿈을 꾸었는데, 돌아가신 부친께서 저를 찾아 오셔서 '원컨대 내 모습을 특별히 잘 그려서, 내 아들의 애타는 정성을 어기지 말아주시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리 사흘 밤을 찾아오시니, 그 얼굴 모습이 완연히 눈에 익어 버렸습니다."

부친인 이승우를 아는 사람이 보아도 그린 영정과 실제 얼굴과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이 일을 두고 사람들은 효성에 감동된 결과라고 말했다.<대동기문 요약 발췌>

아버님의 영정이 없어 새로 그리고자 하는 간절한 정성이 발현되어, 화공의 꿈에 아버님이 나타나는 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신비한 꿈사례다. 송서백선은 조선 말기의 문신인, 이승우가 송시열의 '송자대전' 중에서 서간문 100편을 뽑아 편집한 책이다.

필자 소개:춘천기계공고 국어교사, 한라대 강사, 꿈해몽전문가, 문학박사(단국대 한문학)'파자이야기', '꿈해몽백과(공저)' 등 8권이 있으며, '홍순래박사 꿈해몽'(http://984.co.kr, 984+접속버튼)의 유무선 사이트를 통해 꿈에 대한 연구와 정리를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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