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혹에 휩싸인 '명박5천지교'

2007. 6. 2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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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이전 시기 자녀입학 시점과 일치하지만 '위장전입' 자체도 위법사항

"피곤하다."

6월 22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 소속의 한 의원이 참모회의를 끝내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한 말이다.

한나라당 후보경선이 본격화한 지 보름이 지났다. 이명박 전 시장 캠프는 그 동안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지지율은 떨어져 '이명박 대세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있다. 경쟁자인 박근혜 후보 사이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상됐다.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이 앞장서 '이명박 죽이기'를 강화하는 데 대한 대응도 만만치 않다.

이날 회의는 이런 고민을 풀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조직 확대, 정책 발표 그리고 검증 공방의 대응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책들에 대한 효과를 크게 확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인화성 강한 검증 공방이 쉽게 숙질 것 같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캠프 내 한 의원은 "정부기관이 작성한 한반도 대운하 보고서의 위·변조로 '검증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아 다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다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일일이 새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다분히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위원장 안강민)의 검증작업을 앞둔 사전정지 작업 성격이 강하다.

"위장전입 문제 다룰 것"

'새로 입장을 정리해야 할' 사안에 위장전입 문제도 들어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검증위원회도 "위장전입 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전 시장이 자녀들의 사립명문인 리라·경기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주소를 이전했다는 해명과 사과가 있었지만 아직 국민들의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이를 입증할 자료를 백방으로 수배, 관련 입증자료를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택기 정무팀장은 "우선 주소 이전 시기와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점이 일치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입증자료가 만들어져 있는데 또 다시 이 문제가 제기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료는 1974년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사는 교육부가 사립초등학교 입학전형과 관련사항을 관할교육청에 위임했고 리라초등학교 등을 관할했던 서울 중구교육청은 근접 거주지 우선 원칙을 정했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이 아니냐는 의문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정용택 민주당 원내실장은 "1970년대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보라"면서 "'이 전 시장 정도의 명사가 굳이 주민등록 이전까지 해야 자녀를 특정 사립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었겠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이 사과했던 것과 다른 이유로 주민등록을 이전(다섯 차례)했을 개연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이유'란 부동산 투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윤승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도 "너무 가난하게 산 이 전 시장이 자녀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시키려는 마음이야 이해한다"면서 "그러나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인지, 아닌지는 당시의 부동산 가격 변화 등을 면밀히 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 확대재생산 막는 길은 정직"

그렇지만 이를 부동산 투기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시민단체의 입장이기도 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소장(한성대 무역학과 교수)은 "뭔가 이상하기는 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주소 이전 시기와 이 전 시장의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 시점이 일치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라초등학교가 입학생을 주소지와 무관하게 뽑았다고 하지만 꼭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1970년대 초·중반 때 최고의 사립명문이었던 리라·은석초등학교에 입학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이 전 시장이 부동산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것이 아니더라도 위장전입 그 자체는 문제가 된다. 위법적 사항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소장은 "부동산 투기용 위장전입이 아니라고 문제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창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도 "금명간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에 대한 '도핑테스트'를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아무래도 의혹이 많이 제기되는 사람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61학번 동기인 한 전직 의원은 "어떤 형태의 의혹이든 확대재생산되는 속성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제기된 위장전입의 문제는 곧 이 전 시장의 재산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한 단면"이라면서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기 정리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재산에 대한 입장정리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명문초등학교 대명사 '리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자녀들을 사립명문인 리라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하자 리라초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현보경 리라초등학교 교감은 지난 6월 20일 "오늘도 많은 기자들이 찾아왔다"면서 "그러나 학교 차원에서 이야기할 것은 없다"고 언론과의 접촉을 조심스러워 했다. 이 전 시장의 자녀들이 재학 당시에 재직했던 관계자는 권응팔 교장뿐이라는 게 그 이유다. 권응팔 교장은 최근 암수술을 받고 가료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리라초등학교의 교육시스템으로 일반인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는 이 전 시장이 "내가 너무 가난하게 살아서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어서"라고 언급한 데서 비롯한다. 과연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귀족학교에서 귀족교육'을 받거나 혹은 받고 있는 것일까.

노란 교복과 노란 스쿨버스로 상징되는 리라초등학교는 '스포츠 명문' '예술 명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리라초등학교 출신인 이규혁·이준호·김기훈·채지훈·변천사 등은 한국 빙상의 간판선수들이다. LPGA에서 활약하는 박지은도 동문이다. 최민수·오진환·유준열·키스피아노·현진영(가수)·김광민(재즈피아니스트·동덕여대공연예술대 학장)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학교에는 '빙산반' '골프반' '예능반' 같은 '특기반'이 없다. 모든 수업과 특기 적성교육을 재능 있는 일부 학생이 아닌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들 선수들이 기초체력교육·특기교육의 결실을 거둔 것이다. 모든 재학생은 인라인스케이트, 스키, 빙상, 수영, 태권도 등을 배운다.

또 학생마다 졸업 때까지 하나 이상의 악기를 익히도록 한다. 사실상 전인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교과과목은 영어·컴퓨터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공립학교에서 배우는 교과과목을 그대로 배운다. 다만 필요한 내용의 경우 원어민 영어교사가 영어로 교과수업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영어뿐만 아니라 아예 교과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다.

리라초등학교의 지난해 경쟁률은 1.1 대 1이었다. 최근 들어 예·체능보다는 공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쟁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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