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코스모스는 열린우리당 편이야, 한나라당 편이야?

2007. 6. 1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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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도 먹기전에 이부터 쑤십니까?

13일 한나라당 최고당직자회의의 주인공은 여의도에 핀 코스모스.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강재섭 대표는 "오늘 아침 여의도 63빌딩 앞을 지나다 보니 예쁜 꽃들이 피어 있더라, 그래서 무슨 꽃인지 살펴봤더니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는 상식적으로 가을에 피는데 여름도 되기 전에 코스모스가 피는 것을 보고 우리 정치판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 쯤 되면 우리 한나라당 후보들을 상대로 흠집내기를 하려고 김대업 같은 사람들을 많이 내세울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느닷없이 지금 김대업 같은 사람을 내보냈다.

우리가 알아서 다 진찰하고 치료도 하고 하는데 왜 멀쩡한 외부 사람이 끼어가지고 우리 보건소에 대고 엉뚱한 소리를 하나? 정 할 일 없으면 자기당 깼다 붙였다나 하지 왜 우리 당 후보 부동산 문제를 떠드나. 정말 싱거운 사람들이다. 초봄에 핀 코스모스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다. 나도 넥타이 풀고 전투복장으로 치열하게 싸워야 겠다"고 말했다.

뜬금없이 핀 여의도 코스모스가 이렇게 해서 대선정국 한 가운데로 옮겨졌는데 그 말을 받은 김형오 원대대표의 꿈보다 화려한 해몽이 걸작이다.

"코스모스가 빨리 피는 것은 아마도 이 정권이 빨리 지나가고 대선이 빨리 다가왔으면 하는 국민의 여망을 하늘이 이렇게 가르쳐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만 치르면 한나라당이 대통령을 낸 집권당이 되니 어서 빨리 선거 날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고 국민의 바람도 그러하며 하늘이 그 뜻을 굽어 살피신다는 대단히 거창한 해석.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치국 마신다더니 갈비집 가서 이쑤시개부터 잡아드는 형국이오.

국가에도 품격이 있으니 국가 지도자에게도 품격은 의무

대선정국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정치권에서 오가는 말들이 상당히 거칠어지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는 최근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내가 그렇게 두렵냐, 국민들로부터 가장 지지받는 후보가 되다보니 어떻게든 끌어내려 보려고 세상이 미쳐 날뛰고 있다, 왜 나를 이리 죽이려고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상당히 격앙된 어조로 울분을 토했다.

그런가하면 오랜만에 서강대 박홍 이사장도 1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남북조찬기도회에서 거친 발언들을 쏟아냈다.

"열린우리당은 잘못 열렸다. 제삿날이 가깝다. 없어질 것은 없어져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교육을 조져 놓았다. 과거에 잘못된 과거는 청산해야 하지만 열린우리당 하듯 하면 안 된다. 구정물 버리면서 애까지 버리는 식이다. 올해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시기인데 지도자를 잘못 뽑으니 똥 치우는 일에 바쁘다"

박홍 이사장은 여기까지 달린 뒤 좀 심하다 싶었는지 "한나라당도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 제발 싸우지 말고 이명박, 박근혜 두 분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비판을 했으나 내용으로는 '어차피 한나라당이 꼭 이기셔야하는데 이걸 어쩌나…'라는 발언이어서 편파적이긴 마찬가지.

한편 시인 고은 씨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광화문문학포럼 강연에서 노 대통령에 대해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떠나 이야기하는 것이라 전제하면서 "대통령의 언어에는 품위나 품격이 필요하다, 국가원수로서의 대통령은 자체로 하나의 의식이자 규범인데 스스로 손상시키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고은 씨는 또 "물론 웃통 벗고 이야기하는 식의 언어를 소탈하고 신선하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지만 국민 앞에서 일정한 언어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남 뛰니 나도 뛰는 사람들 새겨 들어야 할 말.

청와대나 언론이나 일 하는 게 왜 그 모양?

13일 오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 청와대 담당자들과 한국기자협회장, 언론노조위원장, 피디연합회장 간의 비공개 미팅이 열렸고 17일 일요일 저녁에 토론회를 갖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소식.

기자협회, 언론노조 등은 공식적으로 정치선전장이 될 게 뻔한 토론회를 거부한다고 그 전날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면서 회원들에게 기자협회의 공식입장을 헤아려 달라고 했는데 하루 만에 며칠 뒤에 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기자협회는 국민의 알 권리와 기자의 취재를 위해 적극적인 개선책이 나오면 토론에 응할 수 있다고 전제를 했기 때문에 청와대 담당자들이 비공개로 만났을 때 기자협회 등의 요구사항에 어느 정도 응한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토론과 여론수렴을 거쳐 정책이 나오는 게 아니고 먼저 정책을 발표해 밀어붙인 다음 반대가 심하니 대토론회를 갖자고 하고, 토론회가 안 될 것 같으니 조용히 불러내 의견 조율하고, 그 이후에 멋지게 텔레비전으로 중계방송까지 해가며 벌이는 대통령과의 토론회라니,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갸우뚱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노 대통령이 하고 싶어 하니 해야 하는 것이고 밑에서 실무진은 어떻게든 성사시키느라 발버둥치니 토론회 할 테면 하자고 얘기를 꺼낸 언론계 대표들은 엉거주춤 떠밀려가는 셈. 그런데 정말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일요일 저녁에 다같이 중계 방송하는 건 전파낭비 아닌가. 정말 중계방송 하고 싶어 하는 건지 묻고 싶다.

CBS보도국 변상욱 기자 snip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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