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수업클리닉 도입한 서울 을지중학교

2007. 6.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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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학교에서 처음으로 교내에 인터넷 수업클리닉센터를 개설해 운영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좀 더 나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12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을지중학교에서 만난 이명구(58·사진) 교장은 "교사의 본분은 좋은 수업을 하는 것"이라며 "평소 이 지론을 학교 현장에서 현실화하기 위해 수업클리닉센터를 개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장은 2004년 3월 개교한 이 학교에 초대교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자신의 지론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했다. 이 교장은 각 교실에 비치된 컴퓨터·DVD·프로젝터 등 영상 장비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난 4월 국내 중·고교 중 처음으로 개설한 수업클리닉센터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수업클리닉센터는 교사가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다양한 교수법을 연구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지원센터다. 이를 위해 각 교사의 수업 모습을 촬영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이를 보면서 스스로 수업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며 동료 교사들 간에 장·단점을 지적하는 토론도 가능하다. 다른 2개 중학교 교사들의 수업도 촬영해 참고하고 있다.

이 교장은 "지금까지 전체 교사 42명 중 27명의 수업을 촬영해 동영상으로 올렸다"며 "교사 본인과 동료들이 함께 체크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목별 핵심 공식이나 이론을 설명한 동영상을 제작해 학생들이 쉽게 반복학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보다 많은 학부모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입학식 졸업식 등 학교 주요 행사를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인터넷방송국'에 대한 호응도 좋다.

시작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교사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었다. 수업을 공개해 잘못된 점을 지적한다는 건 교사의 자존심과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만의 수업방식에 보수적인 게 교사들의 직업적 속성"이라며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설득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교사들은 이제는 자신의 수업에 대한 평가를 경청하고 동료의 수업을 평가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당연히 수업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부족한 예산도 문제였다. 교실에 설치된 동영상 장비의 질을 높이려고 욕심을 부린 그에게 교실당 300여만원의 장비 지원금은 부족했다. 학부모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었던 그는 관할구청 등을 설득해 지원을 이끌어냈다.

어느 정도 성공을 예감하는 요즘이지만 이 교장은 슬그머니 걱정이 든다. 학교 구성원들이 바뀌면서 이런 시스템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자신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학교를 옮겨야 하고 지금 교사들도 언젠가는 바뀐다. 수업클리닉에 공감하지 못하는 교장이나 교사들이 부임해 온다면 애써 마련한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게 뻔하다.

이 교장은 "보수적인 면이 강한 게 학교사회"라며 "이런 작은 변화가 소중히 간직되고 다른 학교로도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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