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구> 아파트 리모델링 ④ 재건축과의 비교

2007. 6. 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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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용적률 작고 허용 용적률 크면 재건축 유리

전문가들 "고층고밀도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좋아"

(서울=연합뉴스) 김대영 편집위원 =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재건축을 할 것인지 아니면 리모델링을 할 것인지다.

재건축의 경우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것이므로 설계나 증축 등에서 리모델링보다 자유롭지만 여러가지 규제가 많다는 점이 걸린다. 반면 리모델링은 설계나 증축면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재건축보다 규제가 적고 평수를 꽤 넓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의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延面積)의 비율)이 작지만 허용 용적률이 큰 아파트는 재건축이 유리하며, 원래 용적률이 크게 지어진 아파트는 리모델링이 유리하다.

서울시내 일부 아파트에서는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서로 갈등을 빚어 재건축도, 리모델링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 제약조건 = 우선 아파트 준공연도를 기준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 연도를 살펴보자. 서울시는 재건축이 가능한 연도를 공식으로 만들었다. 1982년부터 1991년까지 지어진 아파트들의 재건축 가능연도 = (준공연도-1982)x2+22다. 1982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들은 20년이 2002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했다.

서울시의 공식에 따르면 1986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30년 후인 2016년에 재건축이 가능하며, 1991년에 지어진 아파트는 40년후인 2031년에야 가능하다. 1992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모두 준공 후 4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다. 반면 리모델링은 일단 준공 후 15년 이상 지난 아파트이면 가능하다.

리모델링은 주택법과 건축법의 적용을 받지만,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조합원 전매 제한이 없고, 해당 시군구청에서 용적률을 완화해줄 수도 있다. 즉, 재건축은 용적률을 준수해야 하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허용 용적률과 관계없이 30%까지 전용면적을 늘릴 수 있다.

조합결성도 재건축의 경우 주민 동의율이 80%(동별 3분의2 이상)가 돼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3분의2 (동별 3분의2 이상) 즉, 67% 이상이 되면 가능하다. 단, 리모델링은 실제로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주민 80%의 동의를 얻어 시ㆍ군ㆍ구청으로부터 행위허가를 얻어야 한다.

재건축은 건물을 헐고 무한정 세대수를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용적률의 제한을 받게 돼 있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이다. 예컨대 100평 대지에 4층짜리 건물을 지었는데 1층당 면적이 50평이라면 건물 연면적은 200평이 된다. 이 건물의 용적률은 200평(건물 연면적) 나누기 100평(대지면적), 즉 200%다.

만일 기존 용적률이 현재의 허용 용적률을 초과한다면 세대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예컨대 용적률이 400%까지 허용된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현재의 용적률이 250%로 바뀌었다면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얻기 어렵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처럼 용적률이 180%인데 현재 허용 용적률이 250%라면 재건축을 통해 이익을 얻을 여지가 커진다.

재건축에 대한 정책적 규제는 ▲ 연면적 증가분에 대해 기반시설부담금을 내야 하며 ▲ 공사 후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부분을 `초과이익 환수' 정책에 의해 당국에 헌납해야 하고 ▲ 세대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새로 짓는 가구수를 중소형 평형 의무비율(2:4:4= 전용면적 18평 이하 20% 이상, 18-25.7평 40% 이상, 25.7평 초과 40% 이하)로 지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기준을 다 지키면 기존에 중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조합원들의 아파트 평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올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분 아파트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리모델링은 세대수를 늘릴 수는 없지만 용적률 제한에 관계없이 전용면적의 30%까지 넓힐 수 있다.

진한무 현대건설 도시정비사업1부장은 "현재 용적률 200으로 지어져 있는 아파트를 보면 재건축은 당국에서 3종주거지역으로 봐도 230밖에 주지 않는다"면서 "이 경우 30% 여유만 갖고는 재건축을 해봐야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리모델링은 현행 230으로 돼 있는 허용 용적률을 260까지도 완화할 수 있으므로 사업성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을 못하는 극단적인 경우를 살펴보자. 서울 광장동 모 아파트의 경우 일부가 녹지지역으로 묶여 신축은 4층밖에 못한다. 그런데 현재 12층 아파트가 올라가 있다. 만일 주민들이 이것을 재건축하면 현행 법규에 따라 4층으로 지어야 한다. 층수가 턱없이 줄어드는 것이다. 주민들은 당연히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을 선택할 것이다.

특이한 것은 시공사를 선정할 때 재건축은 사업시행 인가 후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리모델링은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들에서는 리모델링시공사 입찰자격을 어떤 건설사에 줄 것인지를 둘러싸고 추진위원회와 일부 주민들 간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반포동 M아파트의 경우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 끝에 결국 시공사 입찰자격을 기존에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4개사에 줄 것인지, 아니면 2006년도 도급순위 10대업체에까지 입찰자격을 확대할 것인지를 놓고 최근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추진위 측은 이때문에 조합창립을 위한 주민총회를 6월초에서 7월초로 한 달 연기했다. 추진위 측은 "결과는 77%로 입찰자격을 확대하는 쪽의 찬성이 많았다"면서 "이제는 걸림돌이 없어져 내년 6-7월께에는 주민 이주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차이점은 건축기준 완화 여부다.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건축기준의 적용을 완화받을 수 있다. 즉, 용적률, 건폐율, 건축선, 대지안의 조경, 공개공지확보, 높이제한, 일조권 등에서 해당 시군구청으로부터 융통성있게 완화받을 수 있다. 예컨대 방배 삼호아파트의 경우 3종주거지역으로 서울시조례에 따라 230%의 용적률을 적용받지만 서초구에서 용적률을 260%로 높여줬다.

◇ 비용대비 효과 = 일각에서는 리모델링이 무조건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여러가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리모델링은 세대 증설이 없고 순수하게 자기 돈으로 자기 집을 넓히는 사업인 만큼 개발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이 사업성을 갖기 위해선 대상 아파트의 리모델링 공사 후 미래가치가 높아야 가능하다. 예컨대 산술적으로만 본다면 현재 시가가 1억5천만원 수준인 30평형대 아파트라면 1억원을 들인 리모델링 후 40평이 됐을 때 그 시가가 2억5천만원 이상이 돼야 사업이 가능하다. 물론 금융비용 등을 따진다면 리모델링 후 시가가 3억원 이상이 돼야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리모델링 추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사비. 현재 주택업계에서 내놓고 있는 평당 공사 금액은 300만원 수준으로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일반분양 수입 없이 공사비를 주민들이 직접 부담해야 하므로 공사후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주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리모델링 공사 비용은 대체로 계약면적을 기준으로 한다. 계약면적 평당 얼마라는 액수가 제시된다. 계약면적이란 전용면적과 지상 공용면적을 더한 `분양평형'에, 지하주차장, 놀이방, 노인정 등 편의시설 면적을 세대수로 나눈 `세대당 편의시설 면적'을 더한 넓이다. 예컨대 34평형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공급면적(분양평형)이 45평이지만 세대당 편의시설 면적이 5평이라면 계약면적이 모두 50평이 되고 주민들은 50평에 대한 공사비를 내야 한다. 평당 공사비가 300만원이라면 1억5천만원을 내야하는 것이다.

리모델링 공사비가 재건축 공사비에 비해 별로 싸지 않은 이유는 건물 골조만 빼고 신축과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공사를 하는 데다,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부족한 기존 아파트의 경우 지하 주차장 신설을 위한 토목공사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진강도 보강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

일부 아파트들은 늘어나는 공사비 때문에 갈등을 빚다가 결국 리모델링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수도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리모델링 비용이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대해 "당초 리모델링조합과 시공사 사이에 계약이 이뤄져 바로 사업 시행이 되면 비용 증가가 없지만, 조합이 주민 동의율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시일이 1-2년 지체되면 그 사이에 자재값과 인건비 등이 올라 사업시행에 들어갈 때쯤이면 공사비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 리모델링이 유리한 아파트는 전용 비율보다 공용 비율이 높은 아파트다. 공용 면적을 전용 면적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계단식 아파트에 비해 복도식 아파트는 공용 부분의 면적이 넓다. 층마다 긴 복도가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한 곳에 집중돼 있어 1층의 필로티 부분도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아파트는 복도와 발코니가 전부 전용면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

만일 용적률 증가가 여유있는 중ㆍ저층 아파트라면 당연히 재건축이 더 유리하다. 그러나 재건축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서 올해 9월부터 일반 분양분에 대해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받게 되고, 소형주택, 임대주택 공급이 의무화돼 있어 개발이익이 과거보다 많이 감소했다. 이에따라 재건축이 유리한 아파트들중에서도 일단 차선책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한 뒤 추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됐을 때 재건축으로 돌아가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입지조건이다.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공사 후 이익을 남기거나 재산가치를 늘릴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삼성건설의 권혁우 차장은 "서울시내 모든 아파트가 다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리모델링으로 평수를 늘릴 때 들인 비용 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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