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FEATURE]일본 선박여행① 불야성 해협, 황홀한 하룻밤

2007. 5. 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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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선박에 몸을 싣고 조용히 규슈를 응시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거나 시내를 활보한 적은 있어도, 바다에서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밤을 환하게 밝히는 항도를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규슈의 기타큐슈(北九州)와 혼슈의 시모노세키(下關)를 잇는 간몬(關門) 대교가 나타나기 전까지 좁은 해협의 양쪽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고, 갑판에는 승객들로 가득했다.

'팬스타 써니 호(號)'는 다리를 지나 계속 동쪽으로 항진했다. 다음날 오전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인 오사카에 닿을 때까지.

▲ 400년 전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 가다

올해로 조선의 선진 문물을 일본에 전달해주었다는 조선통신사가 한양을 떠나 일본을 방문한 지 400년이 된다. 조선통신사는 모두 300∼500명에 달했는데, 부산까지는 육로로 가고 이후에는 배를 타야만 했다.

최종 목적지는 에도 막부의 쇼군(將軍)이 있었던 수도 도쿄. 2천 ㎞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해야만 했고, 가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리는 강행군이었다.

항해에 대한 지식이 지금만큼 과학적이지 못했지만, 날씨를 예측하고 해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했다. 자칫 사고라도 발생했다가는 국가의 소중한 인력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었다.

통신사들은 아침에 부산을 출발해서 어두워지기 전에 쓰시마 섬에 닿아야 했다. 쓰시마에서 일본 본토까지는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므로 다시 한 번 안전 여부를 판단했다.

간몬 해협을 거쳐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해협을 통과할 때는 각 지역에 정박해서 접대를 받기도 했다. 통신사를 실은 배는 오사카에서 요도가와(淀川) 강을 거슬러 올라가 교토에 도착했다. 통신사의 선박 여행은 교토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도쿄까지는 육로를 이용해야 했다.

도쿄 역시 항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오사카까지만 항해했던 까닭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일본 지도를 보면 오사카까지의 항로에는 좌우로 섬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강풍에 휩쓸리거나 파도가 험해져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했다. 마치 폭이 매우 넓은 강을 운항하는 것과 흡사했다. 오사카에서 남하해 도쿄를 가는 동안에는 방패막이가 될 만한 섬이 없었다.

잘못해서 방향을 착각했다가는 태평양에 홀로 내던져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렇게 난파될 가능성이 있었기에 오사카에서 뭍으로 옮겨 간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 배에서 즐기는 '다른 시각에서의 여행'

일본으로 향하는 여객선은 부산에서 출발한다. 현재 부산과 배편으로 이어진 일본의 도시는 후쿠오카, 쓰시마 섬, 시모노세키, 오사카 등 네 곳이다.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 드림 호를 운영하던 팬스타드림닷컴은 지난 4월 팬스타 써니 호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제 두 도시를 연결하는 배는 주 3회에서 6회로 늘어났다. 그만큼 배로 일본을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팬스타 써니 호는 2만6천847t으로 팬스타 드림 호보다 규모가 크고, 내부 시설도 새롭게 정비한 것이 특징이다. 화창하게 갠 날, 관광객들과 함께 팬스타 써니 호에 동승했다.

부산 여객선터미널에서 간단한 출국 수속을 마친 뒤 팬스타 써니 호에 탑승했다. 얼마 지나지 않자 배가 경적을 울리며 서서히 움직였다.

사람들은 각자의 객실을 확인한 뒤 부산항의 크레인과 컨테이너가 점처럼 작아졌다가 사라질 때까지 갑판을 벗어나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기는 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부산에서 혼슈와 규슈 사이의 좁은 바닷길이 시작되는 간몬 해협까지는 최단거리로 가기 때문에 직선 경로에서 떨어져 있는 쓰시마 섬은 보이지 않았다.

배를 타면 무엇보다도 '다른 시각에서의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다. 일본의 웬만한 도시마다 전망대를 겸한 '타워'가 서 있는 것은 다른 눈높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각이 달라지면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법이다. 사실 어느 여행이든 육지에서 망망대해를 볼 때는 많지만,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다.

대한해협을 지나 일본 땅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까지 바다와 하늘이 붙어서 수평선이 어디인지 분간할 수 없는 깜깜한 세상이 계속됐다. 오후 8시 30분쯤 멀리서 불빛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검은 도화지의 중간쯤에 여러 색상의 형광펜으로 구불구불한 선을 덧칠한 듯했다.

대도시인 기타큐슈의 건물들이 내뿜는 네온사인 탓인지 점차 오른편이 밝아졌다. 잠시 후면 간몬 대교가 나타난다는 안내방송이 들리자 사람들이 무리지어 밖으로 뛰쳐나왔다.

최고 시속 23노트(약 40㎞)의 팬스타 써니 호는 유유히 교각 사이로 전진했다. 간몬 대교는 조명 덕분에 다리 전체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나 보였다. 출항 후 5시간 반 만이었다. 이내 암흑이 찾아왔고, 사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객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사이, 팬스타 써니 호는 동양에서 가장 긴 다리인 세토 대교를 빠져나갔다. 9.4㎞의 길이와 10년에 걸친 공사기간이 압권인 이 다리는 혼슈와 일본의 주요 섬들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를 잇는다.

아침 식사를 마친 오전 8시 30분쯤 왼편으로 간사이 지역이 보였다. 배는 세계에서 제일 긴 현수교라고 하는 아카시(明石) 해협 대교를 뒤로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나아갔다.

가끔 어선들이 팬스타 써니 호의 앞쪽을 가로막으면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사이렌을 울리기도 했다. 일본의 연안으로 접근하니 배들이 자주 출몰했다.

오사카에 도착한 것은 예정된 시각보다 늦은 오전 11시였다. 거의 다 왔을 무렵 선내 검역을 위해 닻을 내리고 해상에서 대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 법규로 정해진 조치여서 당분간은 조금씩 지연될 것이라고 했다. 시내와 가까운 부산항과는 달리 오사카 항구 주변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다.

입국 절차는 공항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써니 호 외에는 여객선이 없어서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았다. 세관에 신고할 것이 없는 사람은 개인 수하물만 챙겨서 출구로 나가면 끝이다.

이제는 다시 새로운 형태의 여행에 도전할 순서다. 지하철 추오센(中央線)의 코스모 스퀘어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곧 오사카 시내가 펼쳐진다.

사진/김주형 기자(kjhpress@yna.co.kr)ㆍ글/박상현 기자(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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