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출산경험 없는 여성은 지도자 될 수 없다" 논란

2007. 5. 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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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여성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호주의 한 여당 상원의원이 야당의 여성 부대표를 향해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의 오른 팔로도 불리는 빌 헤퍼넌 자유당 상원의원은 최근 줄리아 질러드 노동당 부대표를 향해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이라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 해도 총리가 될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가 하워드 총리로부터 따끔한 질책을 받고는 어쩔 수 없이 사과했다.

질러드 부대표도 사과를 수용, 독설 파문은 쉽게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호주 언론들은 헤퍼넌 의원의 발언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그 어느 사회보다 활발한 호주에서 아직도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자유당 의원 출신으로 자녀가 없는 케이 패터슨 전 의원은 "전혀 합당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세 자녀의 어머니인 극작가 조앤너 머레이는 헤퍼넌 의원에게 "아둔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 한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자녀 1명을 두고 있는 트레이시 바트램은 "모욕적이고 성차별적인 발언"이라며 "한 청취자가 전화를 걸어서 말했듯이 교황도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인데 그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케빈 러드 노동당 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초기에 하워드 총리가 헤퍼넌 의원의 발언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그가 이 같은 발언을 정상적인 것으로 수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하워드를 겨냥했다.

그는 "전 국민이 하워드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집권 연정에서 각료를 역임한 아만다 밴스톤 의원도 헤퍼넌 의원이 여성 유권자들의 분노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토니 애보트 보건장관은 헤퍼넌 의원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기는 했지만 훌륭한 사람이라며 의원직을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제나인 커크는 헤퍼넌 의원이 과거의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것은 분명히 미래를 향한 시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은 기업이나 정부에 들어와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퍼넌 의원은 지난 해에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자라면 사회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어야한다"면서 "사회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정으로 엄마와 아빠의 관계, 기저귀를 갈고 치우는 문제 등을 알아야만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결혼 적령기 여성들 중에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호주 국립대학의 피터 맥도널드 교수는 호주의 30세 전후 여성 4명 중 1명은 아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자녀가 없는 여성들 대부분이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결정해서 그렇게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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