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 나눗셈 '자릿값'의 비밀

2007. 4. 2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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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수학개념 쏙쏙 /

얼마 전에 구구단 외우기를 끝낸 우혁이는 나눗셈에 도전하기로 했다. 6단, 7단, 8단도 실수 없이 완전히 외울 수 있게 되고 나니까 수학에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늘은 거실 탁자 위에 바둑돌까지 올려놓고 교과서를 풀어 봤다.

<체육시간에 32명의 학생이 4명씩 한 모둠이 되어 공놀이를 하려고 합니다. 모두 몇 모둠이 만들어지는 지 알아보시오.(3-가)>

"어? 이런 건 아직 모르는 데…."

생각보다 나눗셈이 어려운 게 아닐까 싶은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꾹 참았다. 아랫 줄에는 '바둑돌 32개를 4개씩 묶어 놓고, 모두 몇 묶음인지 알아보시오'라고 되어 있었다.

"아자! 바둑돌을 놓아보면 되겠구나."

우혁이는 통에서 바둑돌 32개를 세어 옆쪽에 모아둔 다음, 4개씩 묶어가며 묶음 수를 세었다.

"음, 한 덩어리에 4개씩 8덩어리니까 답은 8!"

이렇게 바둑돌로 하니까 별로 어렵지 않은 걸 괜히 걱정했다 싶은 마음에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매번 일일이 이렇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계속 책을 들여다봤다.

이것을 나눗셈식으로 쓰면 32÷4=8입니다.

우혁이는 책에 쓰인대로 따라 써 봤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자기가 쓴 8과 교과서에 쓰여진 8의 위치가 다른 게 아닌가!

"누나, 누나, 이것 좀 봐. 8을 왜 여기다 써? 나처럼 이렇게 쓰면 틀리는 거야?"

누나는, "책에 있는 것처럼 끝에다 써야지, 너처럼 이렇게 앞에다 쓰면 틀려"라고 했다. 우혁이가 "왜? 그렇게 쓰는 거야?"라고 물었지만 누나는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만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마음에 우혁이는 공책에 쓴 자기 답을 지우고 교과서대로 끝자리에 8을 썼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3-가 문제를 몽땅 다 풀고 나서 이번엔 3-나 교과서를 가져왔다.

<세 반에서 풀 60개를 똑같이 나누어 쓰려고 합니다. 한 반에서 쓸 수 있는 풀은 몇 개인지 알아봅시다.(3-나)>

귀찮기도 하고 일일이 세어 보지 않아도 답을 알 수 있어서 바둑돌을 사용하지 않았다. 근데 가만히 보니 또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누나를 불렀는데 누나는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냐는 듯 쳐다보더니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 봐. 삼 곱하기 이는 육이지? 그러니까 나눗셈 기호의 윗 줄, 바로 여기에다 2를 쓰는 거야. 이건 알지? 그리고 옆에 60÷3을 봐. 이건 6이 아니라 60을 3으로 나누는 거잖아? 그러니까 삼이는 육, 그리고 6 옆에 영(0)이 하나 붙어 있으니까 영영은 영. 그래서 2옆에다 영을 하나 더 붙이면 답은 20이지. 알겠니?"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응. 왜 따로 따로 계산해? 60을 한꺼번에 3으로 나누지 않고, 왜 6따로 0따로 계산하냐고. 아까 처음에는 안 그랬잫아! 그리고 아까는 끝에다 숫자를 썼는데 왜 이번엔 앞에다 2를 써?"

"아유, 답답해. 그냥 그렇게 하는 거야."

누나는 교과서를 펼치더니 다음 내용을 찾아 설명을 계속했다.

24÷6=4를 다음과 같이 세로셈으로 쓰기도 합니다.

"자, 여기도 그렇게 되어 있잖아. 이이는 사, 이일은 일. 이렇게 따로 따로 하는 거야. 나눗셈은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누나의 설명이 억지스럽다고 여긴 우혁이가 씩씩거리며 맨 처음 문제를 다시 펼쳤다.

"아까 이거 32÷8을 할 때는 3따로, 2따로 그렇게 안 했잖아. 그냥 몽땅 32를 8로 나누었잖아. 근데 왜 여기서는 숫자를 따로따로 계산하냐니깐!"

나눗셈의 달인이라 불리우던 5학년 누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교과서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우혁이 남매를 도와줄 수 있을까?

비밀은, 자릿값에 있다! 32÷4의 경우, 몫인 8은 한자릿수이다. 따라서 일의 자리(끝)에 써야 한다. 42÷2의 경우, 몫은 21이다. 따라서 십의 자리에 2를, 일의 자리에 1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세로 나눗셈을 할 때, 몫이 두자릿수인지 한자릿수인지 어떻게 척 보고 알아낼 수 있을까? 몫이 두자릿수가 되려면(다시 말해서, 십의 자리에 1 이상의 숫자가 들어갈 수 있으려면) 나누어지는 수의 십의 자리 수가 나누는 수 이상이 돼야 한다. 어떤 수를 4로 나누어 몫이 최소한 10이 되려면 그 수는 40 이상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32÷4의 경우 32는 40보다 작다. 따라서 몫은 10 미만, 즉 한자릿수가 돼야 한다. 42÷2의 경우, 42는 2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 42는 2의 20배가 넘지만 30배는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로 나눗셈에서 몫의 십의 자리에 일단 2를 쓰는 것이다. 그런 다음, 남은 수를 계산해서 몫의 일의 자리에 쓰면 된다.

74÷3의 계산 과정을 보면서 세로셈에 숨겨진 자릿값의 원리를 다시 정리해 보자.

몫의 자리에 있는 숫자 2는 '20'을, 아래 줄의 6은 '60'을 의미한다. 이 때 일의 자리 수 0은 생략됐다. 몫은, 20과 4를 더한 것을 '24'로 한꺼번에 표현한 것이다.

세로 나눗셈을 잘 하면서도 이 안에 숨겨진 자릿값의 원리를 모른 채 아무 의식 없이 이런 과정을 단순히 따라하고 '원래 그런가 보다' 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수학에서 아무 이유 없이 원래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드시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왜 그런지 궁금해 하고 그 원인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수학적 태도이다. ?6S강미선/<행복한 수학 초등학교> 저자 upmm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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