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파산신청 서류' 고액 수수료 원성

2007. 4. 1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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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한장에 20만원 받는 곳도"…은행은 불과 2천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장덕종 기자 = 일부 금융기관이 개인파산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하면서 지나치게 비싼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어 파산 신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문제의 서류는 파산 신청자의 채무 총액과 이율, 대출날짜 등이 적힌 `부채증명서'로 일부 제2금융권 회사와 사금융업체는 이 서류의 발급을 원하는 사람에게 최고 수십만원을 요구한다.

지난달 말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으려고 제2금융권 A사를 찾은 손모씨는 서류 한 장의 발급 수수료가 5만원이라는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손씨는 "가뜩이나 힘든 처지인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따졌으나 "당신이 우리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만 들었다.

과도한 액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꼭 필요한 서류였기에 어쩔 수 없이 5만원을 내고 부채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A사뿐 아니라 B사(3만원), C사(10만원), D사(20만원) 등 일부 제2금융권 회사들은 부채증명서 발급 수수료로 3만~20만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금융 업체의 경우에는 50만원이라는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반면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은 대부분 2천원만 내면 얼마든지 부채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어 큰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고액 수수료를 받는 회사들은 개인파산 신청자가 나오면 회사 측에서 큰 손실을 입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A사 관계자는 "제1금융권에서는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경매에 부쳐 채권을 매각한다. 우리가 그 채권을 사들이면 관리 비용이 생기는데 이것이 수수료에 반영된다. 또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하면 빚이 탕감돼 회사 측으로서는 막대한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그 부분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채증명서 발급 대행업무를 하고 있는 한 법무사는 "보통 100만원짜리 부실채권을 매입기관에서는 2만~3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제2금융권 회사들이 부채증명서 발급 수수료만으로도 이익을 보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개인파산제도의 취지가 채무자 구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파산한 채무자에게 고액의 서류 발급 수수료를 물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과도한 수수료를 규제할 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사적인 금융거래라 감독하기가 어렵다. 민원이 자주 들어오기는 하지만 100% 자율로 결정되는 문제인 데다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우리가 나설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대법원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단속하기 위해 개인파산 신청요건을 강화하겠다고 최근 밝힌 것도 파산 신청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법무법인 LAW25 설현천(35) 변호사는 "채무자들은 파산신청시 부채증명서 발급을 가장 부담스러워 한다. 최근 대법원의 움직임은 선량한 대부분의 채무자들의 인권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신청요건 강화보다는 부채증명서 수수료 문제를 우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파산 업무 전문인 한 법무사는 "현재는 개인신용정보를 금융기관이 각자 관리하고 있는데 하나의 지정기관이 일률적으로 통합 관리를 맡아 수수료를 일정하게 책정한다면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며 통합 관리기관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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