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포스, 더 세게 폭발하라

2007. 4. 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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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기자]

이걸 보고 적반하장이라고 했고, 뭐 한 놈이 뭐 한 놈한테 화낸다고 했다. SBS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이야기다. 바람핀 사실이 딱 걸렸는데도 그걸 따지고 드는 사람한테 예의 "내가 한 불륜은 사랑이야", "네가 뭔데 웬 간섭이니?"를 외치는 형국이다. 건전한 국민교육을 받은 보통의 시청자라면, 그 자리에서 리모컨이라도 던지고 싶은 기분이다.

지난 10일까지 4회가 방송된 불륜과 발각의 얼개는 이렇다. 우선 불륜. 이화영(김희애)이 홍준표(김상중)와 불륜을 저질렀다. 그런데 홍준표의 아내 김지수(배종옥)는 이화영과 친하디 친한 친구다. 천사표 김지수 입장에서 '내 남자의 여자'는 바로 그 믿었던 친구 이화영인 것이고,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이화영 입장에서 '내 남자의 여자'는 맹하디 맹한 친구 김지수인 것이다.

다음은 발각. 김지수의 언니 김은수(하유미)가 둘의 적나라한 '뜨거운' 불륜사실을 현장에서 적발했다. 그것도 방송하자마자. 김은수, 이 여자 보통내기가 아니다. 김수현 작가의 내공은 지금까지로만 봐서는 이 김은수가 내뱉는 대사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퀴벌레만도 못한 놈들" "간통으로 집어넣어버리고 요절을 내버릴거야" "일어나, 이 기집애야"..센 대사만이 아니다. 잘했다고 '뻐둥대는' 이화영 김희애를 냅다 업어치고 발길질해대기까지. 한마디로 분노한 언니 하유미의 포스다.

이러한 하유미에 대해, 이 드라마의 시청자, 특히 드라마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는 열혈 네티즌들의 반응은 장난이 아니다. "1~4회 주인공은 김희애가 아니라 하유미" "김희애씨 배종옥씨 연기도 훌륭하지만 하유미씨 때문에 채널 고정하게 됩니다" 이런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하유미의 포스'에 감탄, 또 감탄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4회 방송에서 김희애의 예기치 못한 기습에 눈 동그랗게 뜨고 이판사판 달려드는 하유미의 기세는 그야말로 역발산기개세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도대체 하유미는 이 드라마에서 뭔가. 준표의 표현대로 엄밀히 말하면 "처형이면 처형일 뿐"인데 왜 자신들의 '로맨스'에 그것도 몰래 사진까지 찍어대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걸까. 게다가 가당찮게 여겼던 김희애에게 후라이팬으로 머리까지 맞으면서까지 그 불륜방지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러한 하유미의 포스에 왜 열광하는 걸까.

하유미는 다름 아닌 '상식'이다. '불륜은 현행법에 저촉되는 범죄'이자 '그 이전에 사랑하는 아내를 저버리는 치사하고 졸렬한 행위'라고 여기는 그런 보통의 상식. 더욱이 그런 불륜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친구의 남편과 저지르는 것이라면, 가중처벌돼야 한다고 믿는 그런 상식. 믿고 싶어서가 아니라 커오면서 자연스럽게 여겨지게 된 그런 평균율적인 상식. 하유미는 바로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갖고 있고, 그렇게 귀따갑게 교육받은 그런 '상식'의 화신이다.

하유미는 또한 '혈연'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기 동생 배종옥이 그런 꼴 당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서, 뺨까지 맞으면서 자신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여자(극중 본인 표현대로라면 '이 기집애')와 몸싸움까지 벌여야 하는 정서, 이게 바로 법과 논리와 이성에 앞서는 '혈연'이라는 것이다. 하유미는 '버럭'과 '욱'의 행동양식을 갖고 있는 '혈연'의 화신이다.

결국 드라마는 '우리, 사랑하게 해주세요'팀(김희애 김상중)과 '그래봤자 너네는 불륜이야'팀(하유미 김병세)의 팽팽한 기싸움 몸싸움. 해서 '상식'과 '혈연'에서 떨어질 수 없는 대개의 시청자는 '당연히' 하유미 응원이다. 하유미의 분노는 아무리 TV드라마라지만 불륜을 뻔뻔하게 저지르는 김희애에 대한 '상식'과 '혈연'의 분노다. 또한 하유미의 포스는 가끔은 무력과 강압과 그리고 본능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져온 그 '상식'과 '혈연'이 그토록 갖고 싶어한 포스다. 다 아시지 않는가. 사실 어디 세상이, 그리고 남녀관계란 게 그 도도한 이성과 상식, 자율과 설득만으로 똑부러지게 이뤄지는 법이 있나. 해서, 하유미여, 그 포스를 못나고 힘없는 우리 시청자를 대신해서라도, 더욱 거칠고 세게 폭발하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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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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