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임어당 '생활의 발견'
나긋나긋 감기는 봄볕이 교태롭다. 어디서 그런 어여쁨을 배웠을까.
자연의 섭리 앞에서 인간의 교양은 좁고 얕기만 하다. 지성이 오만을 부리던 청춘의 한때에는 스스로 모든 것을 가늠할 줄 안다고 믿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렵다. 권선징악은 일일 연속극 속에서나 실현되고, 진실은 다수결로 판정되는 듯하다. 이런 혼란 때문일까? 젊을 적에 읽은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범우사)에 새삼 마음이 간다. 놀 줄 아는 모범생 같다고 느꼈던 글귀들.
'생활의 발견' 속에는 삶을 헤아리는 쾌활하고도 현명한 관점이 있다. 철학자가 부재한 현대에, 일상이 이상을 능가하는 현재에 이만한 지침이 또 있을까.
연예인들이 토크쇼에서 한 이야기들이 일순간 '어록'으로 승화되는 요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닌 '생활의 발견' 같은 따뜻한 다독임이다. 가식과 악의에 지친 하루살이를 마치고 지쳐 있을 때에 "이래서 살아볼 만하다"고 조근조근 일러주는 눈 밝은 격려. 처세술은 비겁하나 유용하고, 달관은 의연하나 외롭다고 생각한다면, 그 두 가지의 알맞은 배합이 이 책에 있다.
또한, 쇼핑이 종교가 되고, 값비싼 명품을 우상으로 삼는 향락적인 지금에, 진정한 즐거움은 물질적인 우위가 아닌 정신적인 유쾌함에 있음을 깨닫게 만드는 교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엄숙한 독서가 아니라 활달한 휴식 같은, 마치 속 깊은 이성 친구를 마주하는 듯한 '생활의 발견'.
〈한분순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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