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페인팅으로 인테리어 바꿔보자

2007. 3. 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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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해외출장으로 3일 동안 집을 비운다. 시간은 충분하다. '게으른 조력자'가 사라진 덕분에 고민의 시간도 필요 없게 됐다. 곧 물건들이 도착한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마룻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커튼을 걷어냈다.

출장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남편의 표정이 궁금하다. 예상하지 못한 아내의 도발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놀래도 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변화를 알아챌 때쯤 이미 페인트는 딱딱하게 말라있을 테니….

환기 걱정없는 벽지 페인팅

결혼 5년차 직장인 주부 황모(31)씨. 그녀는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난 가을부터 수 개월간 고민해온 실내 인테리어 문제를 막 해결하려는 참이다.

새롭게 도배하기에는 깨끗하고 그냥 두자니 특색이 전혀 없는 벽면을 놓고 갈등해온 그녀가 막 고민을 끝낸 순간이다. 황씨가 선택한 해결책은 바로 '벽지 페인팅'. 번거롭고 냄새 나고 머리 아픈 페인트칠을 고른 이유가 무엇일까.

벽지에 그대로 페인트를 바른다(?). 페인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일반인(인테리어에 무지한 기자와 같은 사람)에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작업이다. 새집증후군이 생길까 싶어 각종 친환경 소재로 인테리어를 하는 마당에 시너(thinner) 냄새로 지끈거리는 페인트를 실내에 칠한다니 영 마뜩치 않다. 잘못 칠해서 옷에 묻기라도 하면 지워지지도 않을텐데….

그러나 페인트도 진화한다. 아직 환경기준치로 완벽하게 무해한 국내 제품이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독일과 미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되는 페인트들은 판매상들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꿀꺽꿀꺽 마셔도 설사 한번만 하면 별 문제 없을' 정도로 독성이 제거되어 있다(그렇다고 몸소 시험하지는 마시라, '식용' 페인트는 아니므로). 국내 페인트 업체들도 독성을 최소화하고 용해제를 시너 대신 물로 쓴 수용성 벽지전용 페인트들을 출시하고 있어 웬만한 친환경 벽지보다 인체에 무해하다. 시너를 넣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페인트 특유의 냄새도 없다.

황씨는 "문을 닫아놓고 벽지에 페인트를 발라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기 때문에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실크벽지에는 페인팅 'NO'

이정도면 페인트를 실내에서 칠했을 때 우려되는 첫번째 문제인 냄새와 환기는 해결된 셈. 다음은 번거로움이라는 숙제를 풀어볼 순서. 실내에 칠하는 페인트는 수성을 쓴다.

시너가 들어간 유성페인트는 광이 난다는 장점 외에는 투박하고 손질이 어렵고 냄새가 심해 벽지에 바를 수 없다. 벽지용 수성페인트는 바를 때 튀지도 흐르지도 않는 적정한 점성을 유지해 주부들이 별 어려움 없이 바를 수 있다.

실내 페인팅 등 각종 리폼(reform) 강좌를 섭렵한 주부 이덕애(49)씨는 "실내 인테리어 용 페인트들의 종류도 많고 소형 포장 용기들이 나와 있어서 주부들이 사용하는데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인터넷 페인트 판매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주부들이 딱 적당량의 페인트를 구입해 남김없이 쓸 수 있도록 1ℓ의 소형 포장제품을 판다.

벽지에 페인트를 바를 때 그래도 조심해야 할 점 하나. B&Q 구로점 김민씨는 "일반적인 종이 벽지 위에는 어떤 페인트를 발라도 간편하게 칠할 수 있지만 고가의 실크벽지에는 페인트를 바르면 큰일 난다" 며 "실크벽지는 전면에 접착제를 바르는 종이벽지와 달리 각 변의 끄트머리에만 본드를 발라서 벽에 붙이기 때문에 페인트를 그 위에 칠하면 무게를 못 이겨내고 벽지 자체가 떨어져 버린다"고 설명했다.

나만의 포인트로 개성 표현

벽지 페인팅을 선택하는 주부들은 하나같이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찍어져 나오는 벽지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덕애씨는 "벽면 모두를 한가지 색으로 칠해서 손쉽게 인테리어를 바꾸기도 하지만 역시 벽지 페인팅의 별미는 칠하는 사람 마음대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는 것" 이라며 "원하는 그림을 그려 넣거나 입체적 질감을 주는 페인트를 덧칠해서 인테리어의 강약을 나타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페인트를 판매하는 양해엽씨는 "파란색으로 방 벽을 칠한 딸아이가 흰색 페인트로 덧칠을 해 구름을 그려넣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며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 보려는 젊은 주부들에게 벽지 페인팅은 구미에 딱 맞는 인테리어 방법" 이라고 장점을 소개한다.

벽지 페인팅은 따분한 실내공간을 손쉽게 화사한 이미지로 바꿔주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실증이 난 벽지는 그대로 스케치북이 되고 페인트 롤러는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붓이 된다.

붓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싶으면 그냥 다른 색 페인트로 덮어 씌우면 그만이다(벽지에 바르는 페인트는 대체로 벽의 색이 비치지 않는 오버코팅 방식이다). 이른 아침 시작하면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변신을 마무리 할 수 있다. 남편의 '불평'이 걱정된다면 이렇게 거짓말하자. "한 번 칠한 페인트는 지울 수 없어요."

벽지에 바를 페인트를 고르기 위해 대형 마트를 찾은 이덕애씨가 직접 페인트를 칠해 보며 색을 살피고 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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