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천진난만한 형제, 좌충우돌 연애 '마미야 형제'

2007. 3.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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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

감독 : 모리타 요시미츠(실락원·가족게임)

출연 : 사사키 쿠라노스케·사와리지 에리카

일본의 저예산 영화들이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은 지도 몇 년이 흘렀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개봉을 즈음해 시작된 일본영화의 인기는 오다기리 조, 츠마부키 사토시, 사와지리 에리카 등 젊은 배우에 대한 열렬한 팬덤으로 이어졌다.

문학계에서도 현대 사회의 삶을 경쾌하게 다룬 일본소설이 진지한 한국소설보다 인기를 끌면서 일본 문화 콘텐츠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개발 연구원 아키노부와 초등학교 직원 테츠노부 형제. 도쿄에서 함께 사는 둘은 야구, 낮잠, 군만두,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형제다. 방을 둘러싼 책장에는 '온천대사전' 같은 특이한 책들이 꽂혀있고, 일일이 기록지를 만들며 함께 야구중계를 볼만큼 마니아적인 취향도 보인다. 그러나 평범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의 형제에겐 여자친구가 없다. 형제는 '카레 파티'를 열어 평소 관심이 있던 학교 교사, 비디오가게 종업원을 초대한다. 파티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형제는 로맨스의 시작을 꿈꾸지만, 갈 길은 멀다.

'마미야 형제'는 일본 저예산 영화의 한 경향을 보여준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녔지만 악의는 없고, 현대의 다채로운 문화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은 만화에 나올 법한 독특하고 극단적인 성격을 지녔고, 심각하지 않은 로맨스가 곁들여졌다.

게다가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 등으로 일본소설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일본 블랙 코미디 영화의 걸작 '가족게임'과 초흥행작 '실락원'을 감독한 중견 모리타 요시미츠가 연출을 맡았다. 한국의 일본영화 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를 고루 갖춘 셈이다.

그러나 영화에는 흥미있는 요소만큼의 단점이 잠복해있다. 아기자기한 등장인물 묘사와 재치있는 유머들은 총체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파편처럼 흩어졌다. 초반부에는 너털 웃음을 터뜨릴 수 있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갈수록 따분해지는 이유다. 4컷으로 완결되는 명랑 만화를 수십권 이어서 본 기분이라고 할까.

물론 현대의 많은 영화 작가들은 자잘한 일상을 나열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따분하고 물화된 삶을 보여주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흩어진 영화와 일상의 파편도 하나로 모이면 거대한 모자이크화를 이뤄야 한다.

마미야 형제는 일종의 '키덜트족'(어린 시절의 취향을 간직하고 소비하는 성인)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야망을 불태우지 않으며,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기쁨을 얻는다. 타인에게 공격적이지 않고, 여성 앞에선 점잖다 못해 위축된다. 섹스, 폭력 등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통적인 남성의 특징들을 거의 가지지 않은 이들 형제는 아버지 세대는 상상할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남성이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새 시대의 흐름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8일 서울 스폰지하우스 종로, CGV 서면에서 개봉했다.

〈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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