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 다큐 '차마고도' 방영 갈등

서정은 기자, punda@mediatoday.co.kr 2007. 3. 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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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SBS 방영 계획에 KBS도 맞불편성

[미디어오늘 서정은 기자]

KBS와 SBS가 중국 남부에서 티베트로 이어지는 옛 길인 '차마고도' 관련 다큐멘터리 방영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차마고도(茶馬古道)란 중국 서남부 운남, 사천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약 5000Km의 장대한 문명교역로.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이 교환되던 곳으로 중국 남부의 험준한 산악지대에 문명을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 11일 방영될 < SBS스페셜> <sbs스페셜="">'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Kham)

발단은 SBS가 오는 11일과 18일 밤 11시5분 <sbs스페셜>을 통해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Kham)'(연출 박종우) 2부작을 방송한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SBS는 지난 6일 "실크로드보다 더 오래된 고대 교역료 차마고도의 비밀이 <sbs스페셜>을 통해 벗겨진다"며 "세계 방송 최초의 차마고도 전 구간 대탐사이며 고화질 영상에 담은 캄의 비경이 아름답다"고 밝혔다.

SBS 서유정 교양책임PD는 "차마고도의 중심지 캄(kham)에 초점을 맞춰 캐러밴 교역의 역사, 외부세력에 정복된 적 없는 고대 왕국의 신비, 차마고도 마지막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전한다"며 "프로그램 전체에서 박종우 감독의 집념과 혼을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영상미와 음악, 작가정신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시청자의 기대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SBS의 '차마고도' 방영 소식에 KBS가 발끈하고 나섰다. 오는 9월부터 <인사이트 아시아> HD 6부작 시리즈로 <차마고도>를 방송할 계획이었던 KBS는 "우리가 먼저 기획했고, 1년 넘게 취재해 온 내용인데 SBS가 외주 PD의 작품을 먼저 방송하면서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

KBS 스페셜팀 담당 PD는 "우리는 지난해 2월부터 <차마고도> 취재에 들어갔고 박종우 PD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박 PD는 지난해 5월 방송위원회로부터 <차마고도> 관련 내용으로 HD 콘텐츠 제작지원을 받았고 이번에 SBS에 납품을 했다"며 "물리적으로 차마고도 전 구간을 취재해 방송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PD는 또 "타 방송사가 장기 기획으로 취재하는 내용을 이렇게 먼저 방송해 흠집을 내고 물타기를 하는 것은 서로 공멸하자는 것 아니냐"며 "<차마고도>는 외국에 선판매가 된 상태라 더욱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 11일 방송될 <kbs스페셜> <kbs스페셜="">'차마고도 5000㎞를 가다'

KBS는 이와 관련 <sbs스페셜>이 방송되는 같은 날인 11일 오후 8시 <kbs스페셜> '차마고도 5000㎞를 가다'를 맞편성했다. 본 방송을 한참 남겨둔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프롤로그 성격의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다분히 SBS는 겨냥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차마고도에 대한 '원조' '선점' 효과를 뺏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KBS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차마고도 1000일의 기록-캄(Kham)'을 연출한 박종우 PD(인디비전 대표)와 SBS는 "KBS가 먼저 기획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박 PD는 "2004년 1월부터 차마고도를 취재해왔고 그 내용이 이번에 SBS를 통해 2부작으로 방영되는 것"이라며 "지난해 1월에 KBS 제작진과 만난 일이 있다. 그때 나는 이미 차마고도를 촬영하고 있었고 KBS는 차(茶)의 전파 경로를 기록하는 <10부작 티로드(Tea Road)> 계획하고 있었다. 내용이 서로 겹치지 않겠냐고 했더니 '차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작 방향이 다르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에 KBS가 '차마고도'로 제목과 방향을 바꾸고 '방송80년 대기획'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KBS가 먼저 기획과 취재를 시작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박 PD는 이어 "우리나라의 방송 현실에서 편당 2억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 인원, 장비를 쏟아붓는 방송사의 대형 프로젝트는 독립제작사의 작업과 게임이 되지 않는다"며 "무엇 때문에 3년 전부터 제작이 진행되고 있는 아이템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제목을 가지고 촬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SBS 서유정 교양책임PD는 "박 감독과는 지난해 가을부터 프로그램 방영을 검토해왔다"며 "<sbs스페셜>에서는 외주사의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방영을 해왔다. 이번 일로 양 방송사가 감정 싸움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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