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러너' 깡마른 소년의 풍만한 감동 주기

2007. 2. 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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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영화보기]

영국 탄광촌 소년의 발레 댄서 되기를 그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리틀 러너'는 마라톤 판 '빌리 엘리어트' 격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확실할 것이다.

말썽 많은 14살 소년 랄프 월커(아담 버처 분)가 혼수상태에 빠진 어머니가 깨어나는 기적을 바라며 보스턴 마라톤 우승이라는 또 다른 기적을 향해 달린다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

어머니의 의식 회복과 마라톤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은 생각은 당연하다. 영화 속에서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라톤 상금이 필요하다는 따위의 당위성으로 연결되는 설정 따위도 없다.

그 엉뚱한 상황만큼 영화 초반은 발랄함과 웃음으로 가득한 '고교 얄개' 식의 청춘 코믹물 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수영장의 여자 탈의실을 훔쳐보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보란 듯 담배를 피우며 폼을 잡고 그러다 고해성사를 하면 이 모든 것들이 용서받을 수 있다고 믿는 장난꾸러기 주인공의 모습은 웃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또 랄프가 운동을 하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머리에 충격을 받는 순간 산타가 나타나는 환상을 보는 등의 엉뚱한 장면들도 때때로 등장해 웃음의 강도를 더한다.

밝고 발랄하던 영화의 기운은 랄프 어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집이 불타는 등 랄프 주변에서 불행이 연속되면서 사뭇 진지해진다. 여기서부터는 기독교 내지는 천주교를 종교로 가진 어린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갈등이 시작되면서 이는 곧 영화의 중심 줄거리를 끌어가는 요소로 등장한다.

'열심히 기도하면 무슨 일이라도 이뤄지나요'라거나 '죄를 지으면 천국에 못가나요' 등의 귀엽지만 원론적인 종교 문제들이 바로 그것.

이런 요소들은 적재적소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잔잔한 웃음과 감동의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깡마른 체구에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긴 팔다리 때문에 그 모습 자체로도 재미있는 랄프의 외모는 본격적인 마라톤 훈련이 시작되면서 안쓰러운 모습으로 바뀌며 웃음과 연결된 자연스러운 눈물로 이어진다.

여기서 마라톤 우승으로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랄프의 엉뚱한 생각과 고집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의 모습이 그만큼 순수하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따뜻하고 진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기로 눈물을 짜내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감동적인 느낌을 주기 보다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황들의 연속이 자연스러운 감동을 유도하는 수준이다.

결국 보스턴 마라톤 무대에 선 랄프의 분투는 보는 사람도 모르게 눈물이 나게 만든다. 딱히 슬픈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감성 깊은 배경음악과 함께 눈물샘을 은은하게 자극한다.

눈물 나는 장면들이 적지 않음에도 영화의 전체 분위기는 경쾌하고 귀엽다. 끝까지 귀여운 웃음을 주는 코믹한 장면들이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사랑을 위하여'에서 줄리아 로버츠의 연인으로 등장했던 캠벨 스코트가 분한 히버트 신부의 멋진 모습과 랄프와 클레어의 귀여운 로맨스 장면은 영화 속 덤으로 주어지는 보너스다.

감독 : 마이클 맥고완 / 개봉일 : 2007년 3월 15일 / 등급 : 12세 관람가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찬호 기자 hahohe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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