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대조영은 '진짜' 고구려인 맞나?

2007. 2. 2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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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형우 기자]

대조영은 어느 핏줄일까?

KBS 1TV 대하사극 '대조영'은 현재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최수종 분)의 기상천외한 활약상이 그려지고 있다. 광활한 만주벌판을 호령했던 영웅인만큼 그 비상함도 남다르다.

근데 과연 대조영은 어떤사람이였을까? 본시 고구려 정통 혈족이였을까? 우리가 배운 역사 교과서에는 분명 대조영은 고구려의 후예로 적혀 있다. 그러나 최근 학계의 연구 결과는 다소 다르다. 고구려 핏줄로만 보기엔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조영은 고구려인? 말간인?

중국의 정사서인 구당서와 신당서에는 대조영에 대한 기술이 비교적 자세히 서술돼 있다. 하지만 두 정사서의 표현에는 차이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대조영의 신분 논란의 이유다. 구당서에는 대조영을 고구려 유민 정도로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신당서에는 순수 고구려 혈통이 아닌 말갈계 혈통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진보 학계에서는 이 신당서의 기록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사료적 가치는 구당서보다는 신당서가 높은 편이다. 이유는 구당서보다는 신당서의 역사 기록이 다양하고 세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로는 대조영은 고구려화된 속말말갈계 인이라고 점차 사실화되고 있는 추세다.

대조영의 본 이름을 추적하면 더욱 심상치 않다. 대조영의 본 이름이 기록된 사서는 없다. 다만 신당서에 속말말갈의 추장으로 추정되는 걸걸중상이 그의 아버지라고 한다. 당시 성씨에 大자를 사용하긴 힘들다. 이유는 大는 왕을 비유하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대조영이 大자를 성씨를 사용한 것도 왕의 위엄과 발해에 대한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이라는 속설도 존재한다.

아버지의 이름을 볼 때 대조영의 원 성씨는 걸씨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걸씨는 말갈계인에게서 주로 보이는 성씨다. 대조영을 도와 발해를 건국하는데 일조한 걸사비우 역시 걸씨 성을 갖고 있다.

#고구려? 말갈? 핏줄이 중요한게 아니다

말갈인들은 이전 숙신, 읍루라 불리던 민족으로 지금의 연해주와 서만주, 현 함경도 지역에서 유목과 농경을 함께 하던 반농경 민족이다. 말갈은 그 부족에 따라 속말말갈, 백산말갈, 흑수말갈 등으로 나뉜다. 그중 속말말갈과 백산말갈은 예맥의 한 갈래로 고구려가 번창하자 고구려에 복속된 민족이다. 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고구려화돼 고구려의 정치적, 군사적인 목적에도 자주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국이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라 주장하며 제일 먼저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 발해 국민의 대다수가 고구려계가 아닌 말갈계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시각의 차이라는 것이 우리 학계의 의견이다. 우리나라 학계는 발해의 말갈계가 속말말갈, 즉 고구려에 동화된 민족임으로 우리나라의 역사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사에는 속말말갈의 추장 걸사비우가 군사 8,000명을 이끌고 대조영의 아버지 대걸중상을 도와 반란을 일으켰다고 적고 있다.

더욱이 말갈만큼 우리나라와 가까웠던 나라는 드물다. 발해가 거란의 아율아보기에게 패망한 후 말갈은 발해에 대항하던 흑수말갈을 중심으로 다시 뭉쳐 여진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재등장한다.

이 여진족 역시 우리와 밀접한 관련성를 갖는다. 고려시대 여진족은 고려를 어머니의 나라로 섬기며 조공을 바쳤다.

조선시대에도 심심치 않게 여진족이 등장한다. 이성계가 고려의 동북면(현재 함경도지역)병마사로 있을 당시 여진인은 이성계의 측근으로 다수 진출하며 조선 건국을 도왔다.

현재 진보성향의 학계에서는 말갈족을 우리 역사와 더욱 밀접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그런 노력이 많은 성과를 이루어 한국고대사와의 관련성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런 결과가 지금의 드라마 '대조영'를 존재하게 한 발판이 되기도 했다.

# 대조영은 우리와 함께 숨쉬고 있는 사내

중요한건 인물의 핏줄이 아니다. 혈통으로 역사의 금을 긋는 것은 19C 유럽을 1차세계대전으로 밀어넣던 구시대적 민족주의 망상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우리가 고구려를 우리의 뿌리로 생각하고 우리의 역사로 '당연히' 생각한다는 의식이다. 발해에 대한 중국의 역사 공작에 우리 학계가 제일 먼저 내세우는 점도 중국에 앞서 발해를 우리 역사로 생각하고 받아들인 유득공의 '발해고'다.

우리가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대조영이 어떤 민족인가가 아닌 대조영이 우리와 함께 역사 속에서 숨을 쉬고 존재하는냐다.

확실한 점은 대조영은 발해를 건국하며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겠다고 표방했다는 점이다. 그는 고구려, 말갈 등 종족성을 떠나 우리와 함께 한 사내임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사진설명=KBS 1TV 대하사극 '대조영'에서 타이틀롤 대조영으로 분한 최수종]

김형우 cox10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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