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나를 가다]1부-달리는 코끼리, 인도⑥디지털 볼리우드

2007. 2. 2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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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26일 세계 최대 영화 생산국 인도 영화계에 의미 있는 동요가 있었다. 매주말 많은 영화가 개봉되는 인도에서 또 하나의 영화가 개봉됐을 뿐인데, 인도인과 많은 영화 전문가가 이 영화에 던지는 찬사는 각별했다. 화제의 영화는 '노랗게 칠해라(Rang De Basanti)'.

 깨어나는 세대(Generation awakens)'라는 영어 부제목이 붙은 이 영화는 델리대학교 학생들이 인도의 부정부패, 부조리를 자각하고 이에 저항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 이야기는 영국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 장면과 대비되면서 전개된다.

 이 영화에 대해 BBC온라인은 "뛰어난 완성도를 갖췄고 세계를 매혹한다. 이것이 볼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져야 할 길"이라고까지 호평했다. '노랗게 칠해라'는 인도 내에서 흥행 대박을 기록했고, 79회 오스카영화제에 출품됐다.

 이처럼 인도영화가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는 분위기는 디지털 볼리우드의 가능성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그동안 세계에게 가장 많은 영화를 만들어낸 나라 인도 영화계의 약점인 열악한 초고속통신 인프라 환경은 인도를 디지털방식 영화와 거리가 멀게 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세계최대 영화 생산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갖춘 콘텐츠다. DVD플레이어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극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영화가 디지털화를 통해 각 가정 속으로 느리지만 파괴력 있게 퍼져가고 있었다.

 글로벌화·디지털화 분위기를 타면서 볼리우드는 디지털 볼리우드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

 ◇글로벌화되는 인도 영화=랑그 데 바상티의 내용이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보면 다르다. 영화 및 TV드라마 프로덕션인 씨네비스타의 사탸 S 마하파트라 영업 사장은 "대부분의 인도 영화는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많은 관객들이 이러한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인도 영화의 내용은 대체로 과장된 표현, 우연적인 사건 등 70년대 한국영화를 연상케 하며, 일명 '마살라'(인도의 향료) 영화로 불린다. 70∼130루피(1400∼2600원)로 삶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내용이 주류다. 이러한 내용이 인도의 사회 질서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인도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랑그 데 바상티는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지적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1년 만에 500만달러의 해외 수입도 기록했다. 인도만의 영화에서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다. 시나리오 작가인 아미타 데바다고씨는 "인도 영화가 볼 것 중심에서 줄거리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랑그 데 바상티' '블랙' 등이 국제적 감각을 갖춘 대표적인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 할리우드 계통의 영화가 번번이 흥행에 참패했지만, 최근 이런 풍의 작품들도 인도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인 '둠2'와 인도 국민 배우인 샤루 칸 주연의 '돈(DON)'이다. 과거 영화를 다시 제작한 '돈'은 SF영화로 과거의 영웅주의 영화와 유사하지만 변화의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인도판 슈퍼맨인 '크리시(Krrish)' 등도 세계적으로 33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과거에 비해 비교적 글로벌화된 영화들이 생산되고 있다.

 ◇영화 유통 구조의 변화 시작=인도 영화는 유통 구조 측면에서도 변신하고 있다. 현재 인도 극장은 단일 상영관에서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구조로 변하고 있다. 더욱 많은 영화를 동시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됨으로써, 제작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대략 인도 전역에 73개의 복합상영관이 275개의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이 복합상영관에는 많은 영화가 개봉하기 때문에, 인도 영화 자체가 양적 그리고 질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인도 푸네의 심바이오시스 대학 유학생인 박성호씨는 "인도 젊은이들은 문화시설이 모인 복합상영관에서 주말을 보내는 것이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DVD 타이틀 시장 형성=인도의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극장 아닌 가정도 영화 소비의 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의 지난해 DVD플레이어 판매량이 500만대로 추산되며, 현재 인도 전역에 1000만대 이상의 DVD가 보급된 걸로 전해진다. 비디오 타이틀 시장을 건너뛰고 바로 DVD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음반 판매장의 DVD 타이틀 가격이 300∼500루피(6000원∼1만원)로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정품 DVD 타이틀 가격이 비싸다 보니, 불법 유통 시장도 형성됐다. 뭄바이 시내 주요 시장에는 정품 DVD타이틀과 함께, 불법 복제품들이 즐비하다. 여기서 유통되는 제품은 사실 DVD 타이틀보다는 인도 외 지역의 영화 및 음란비디오물 등 3∼4편을 한 장으로 구운 VCD가 많다. 아미타 데바다고씨는 "일부 영화가 개봉 전에 이른바 해적판 DVD 타이틀로 유통돼 문제가 된 적도 있다"며 "최근 많은 젊은이들이 불법 복제품 등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디지털화는 아직 미미=인도 콘텐츠의 디지털 유통은 아직까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맹아적 형태만 보인다. 현재 인도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20% 미만이며, 실제 속도도 10Mbps가 채 안 된다. 30분짜리 동영상을 내려받는 데 거의 하루종일 걸리며, 망도 불안정해 일반인은 스트리밍 서비스 및 P2P 사이트 이용 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탸 S 마하파트라 사장은 "디지털과 관련한 새로운 시장이 이제 시작되기는 하지만 시장으로 형성되기에는 아직 이르고 인도 특성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는 대신 위성방송을 통해 대안을 찾고 있다. 유선전화 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위성을 통해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됐다. 에셀 그룹 내의 위성방송 서비스인 디시티비를 통해 다이렉트투홈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실상 준주문형비디오(NVoD) 서비스가 위성 방송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다. 이 서비스 광고는 뭄바이·하이드라바드 등 대도시의 대형 옥외간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 국립영화개발공사(NFDC) 우샤 네어 국장은 "인도 영화 및 콘텐츠 산업의 디지털화에 대해서는 정부나 민간이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디지털화를 통해 세계에 진출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시장의 한류, 이제부터

 한류가 일본·중국·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데 비해, 인도 시장에서는 의외로 조용하다. 길거리 어디에서도 우리나라 배우 간판을 찾아보기 힘들며, 현지 진출한 LG·삼성·현대 등의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도 영화 등 자체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다 보니, 한류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 콘텐츠 산업도 글로벌과 코드를 맞추기 시작했고, 한류의 가능성도 조금씩 점쳐볼 수 있게 됐다. 일단 최근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인도에 소개됐기 때문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지난 2005년 현지 힌두어로 더빙돼 개봉됐다. 물론 두 주 정도 상영에 만족해야 했지만, 일단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아라한 장풍대작전은 홈비디오 배급 및 영화 채널에서 영어로 더빙돼 방영된 바 있다.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사극인 '해신'이 현지어로 더빙돼 지난해 7월 23일부터 인도 두르다샨(DD)TV를 통해 매주 일요일 오전 9시 30분에 인도 전역에서 'The Emperor of the Sea'라는 제목으로 방송됐다. 또 대장금도 지난해 9월 24일부터 DD TV에서 매주 일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30분간 108회에 걸쳐 방송되고 있다. 대장금은 첫회 시청률이 5.29%를 기록, 인도 시청자의 높은 사랑을 받았다.

 코트라 뭄바이 무역관의 김정현 과장은 "한국 영화 및 드라마가 동남아 같은 열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나 최근 인도에 한국 문화가 단계적으로 소개되고 있어 한류가 문화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이재구팀장@전자신문, 김규태·김용석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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