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헤이헤이헤이..', 콩트 부활 신호탄

2007. 2. 7. 11: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들 이미지 변신, 사회풍자 소재 인기

"스타들 스스로 더 망가지려 해"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5일 오후 경기 고양시 탄현 SBS스튜디오. 가수 MC몽이 더벅머리 가발에 넝마 같은 옷을 입고 낄낄거리며 웃고 있다. 그는 옷을 몇 벌씩 갈아입으며 어떻게 하면 더 불쌍하고 가난하게 보일까를 고민했다. 얼굴마저 시커멓게 칠한 그는 이어 제작진이 준비한 음악에 맞춰 코믹하게 개사된 랩을 연습했다. 그 옆에서는 탤런트 김원희가 역시나 70~80년대 '공순이' 분장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 역시 어떻게 하면 더욱 '재미있는' 모습이 될까 고민하며 공들여 분장을 했다.

제작진은 "우리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스타들 스스로가 저렇게 적극적이다"라며 자랑했다.

스타들이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 콩트 SBS TV '헤이헤이헤이 시즌2'(연출 남승용)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 10회(1월18일) 만에 KBS 2TV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목요일 밤 11시대를 평정한 이 프로그램은 한동안 뜸했던 콩트를 부활시키며 TV 쇼ㆍ오락프로그램 시장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헤이헤이헤이'는 2003년 신동엽ㆍ김원희 콤비의 진행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프로그램. 전편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드는 '헤이헤이헤이 시즌2'는 신동엽ㆍ김원희 외 현영, 이경실, 이종수를 고정 멤버로 보강하고 매회 내로라 하는 스타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다채로운 콩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과정과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스타, 스스로 망가지다

이날 호흡을 맞춘 MC몽과 김원희는 1월29일에 이어 두번째로 '달동네 남매'가 됐다. '랩 콩트-누나야' 에피소드에서 가난한 남매 역을 맡은 둘은 비루한 현실을 랩과 댄스로 코믹하게 표현하며 '찰떡궁합'을 맞췄다. 제작진은 첫 녹화 후 둘의 '화학작용'에 자신감을 얻어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이날 두 번째로 녹화를 준비했다(이 에피소드는 8일 방송한다).

김원희는 MC라 그렇다치고 MC몽은 벌써 세번째 '헤이헤이헤이'에 출연하며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첫 출연에서 밥을 먹다가도 발을 만지는 버릇 때문에 혐오감을 주는 '발 만지는 남자'로 히트를 쳤던 그는 '랩 콩트-누나야'를 통해 또다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선보인다.

그뿐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들은 하나같이 적극적으로 코믹 연기에 몸을 던진다.

스토커 같은 노처녀 역을 맡은 김정은은 대본 회의에 세 차례나 참여하며 아예 대본을 직접 써오기도 했다. 늘 반듯한 이미지의 정찬은 '떡진' 머리에 자장면을 지저분하게 먹는 백수 남편 역을 맡았는데 그 역시 작가진이 써온 대본을 보고 더 '세게'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사정은 성시경, 김유미, 김지영, 오지호, 김아중, 이범수 등도 마찬가지.

이진영 작가는 "스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왕 콩트에 출연하는 건데 확실하게 망가지게 해 달라. 어설프게 하기 싫다'고 말한다"면서 "작가가 써온 대본을 보고 '너무 약하다. 더 독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들이 더 난리다"라고 전했다.

남승용 PD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섭외에 어려움이 전혀 없을 정도"라며 "스타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평소의 이미지에서의 변신을 꾀한다. 특히 오랜 기간 이미지가 고정된 스타의 경우 변신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신동엽ㆍ김원희, 콩트의 지존

'헤이헤이헤이'가 시즌2까지 갈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MC인 신동엽과 김원희의 탄탄한 연기력과 센스 덕분.

남 PD는 "콩트는 어떤 연기자가 어떤 역을 맡느냐가 아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력은 기본이지만 연기만 잘해서도 안 된다"면서 "10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내고 디테일까지 살리려면 연기자 자신의 개성과 애드리브, 아우라가 아주 중요하다. 또 코믹한 연기를 한다고 무조건 오버를 해도 안 된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신동엽, 김원희가 하기 때문에 웃기는 경우가 아주 많다. 쉽게 말해 딴 사람이 같은 연기를 하면 그 맛이 안 난다"고 말했다.

'사극녀' '된장부인' '닥터신' '룸메이트' '수상한 가정부' 등의 인기 요인은 바로 이들이 연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

◇미련한 제작과정, 귀여운 사회풍자

남 PD는 '헤이헤이헤이'의 제작과정에 대해 "요즘 같은 시대에 참 비경제적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그는 "콩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시간이 든다. 매주 월요일 평균 16시간 동안 촬영을 하는데 촬영도 촬영이지만 주 4일간 아이템 및 대본 회의를 한다"며 "예쁘게 차려 입은 연예인들이 곱게 앉아 말로만 승부를 거는 쇼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때 무척 미련한 제작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왜 만드는 걸까.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긴 하지만 사실 14~15%의 시청률로는 '대박'이라 말할 수 없다.

남 PD는 이에 대해 "시청자들에 대한 서비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토크쇼가 퇴조기에 접어들었다. MBC TV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제는 스타들의 얌전한 모습을 보는 데 싫증이 났다는 것을 증명한다. 스타들이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호응을 얻는 시대"라며 "우리 콩트 역시 장면장면에서 시간과 공이 묻어나고 있다. 시청자들이 그 점에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갖가지 사회풍자적 소재를 개발하고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고 있는 것도 인기의 요인. 이는 시즌1과의 차별점이기도 한데 대표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녹인 '룸메이트'는 3년 전만 해도 시도할 수 없었던 아이템이다.

이 작가는 "아이템 회의를 할 때 작가들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다 짜내서 회의를 한다"며 "단순한 내용보다 사회풍자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 호응이 더 크다. 여기에 랩이나 노래 등을 결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