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맛여행]나물 비빔밥.. 봄향을 쓱쓱 비벼라

2007. 2. 1. 09: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월이 당도했다.

여전히 추운 겨울이라고? 이미 봄은 우리 생활 곳곳에 다가와 있다. 겨울옷 세일이 끝난 백화점에도, 화원이나 농수산물 시장에도, 여자의 꽃신이나 남자들 넥타이에서도 봄은 농염한 자태를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식탁에서도 화려한 춘색이 겨울의 칙칙함을 밀어내고 있다. 여전한 겨울 세상에서 맛보는 봄의 향기는 우리의 계절 감각을 앞당겨줌으로써 기분마저 산뜩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쑥·곰취·머위·취나물·쑥갓·시금치·고비·봄동·참취·순무·달래…. 겨울을 깨우고 있는 봄나물들이다. 거문도에서는 해풍을 맞고 자란 쑥의 수확이 시작되었고, 논산·춘천 등의 들녘 재배단지에서는 머위·곰취·취나물·씀바귀 등 봄 흙냄새 물씬 머금은 제철 나물들이 조심스럽게 수확되고 있다. 이 제철 나물들은 겨울 땅속에서 힘차게 자란 것처럼 겨우내 움츠려 있던 우리 몸에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활기를 불어넣어주기에 충분하다.

쑥은 향이 강하고 맛도 쌉싸래하다. 그래서 당분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별 인기가 없는 나물이지만 산성화되어가고 있는 성인들의 입맛에는 잘 맞는 편이다. 대표적 음식은 쑥떡과 쑥된장국이다. 또한 산채나물밥에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바로 쑥이다. 쑥떡은 멥쌀에 살짝 삶은 쑥을 넣고 빻아 쫄깃해지도록 치댄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볶은 콩가루에 묻혀 먹으면 맛있을 뿐 아니라 위장병 환자에게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쑥된장국은 겨울에 먹는 봄철 식단의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맛있고 시원하다. 쌀뜨물에 멸치나 다시마를 넣어 육수를 만들고, 물이 끓으면 된장 한 큰 술 넣어 조금 더 끓이다, 미리 살짝 데쳐놓은 쑥을 넣어 한번 더 끊이면 맛있는 봄쑥국이 완성된다. 쑥은 이밖에도 쑥굴리, 쑥전, 쑥절편, 쑥밥 등으로 먹을 수 있다.

2월에 맛볼 수 있는 제철 봄나물로는 머위와 취나물, 씀바귀가 있다. 머위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들이 더 좋아하는 봄철 채소다. 머위는 그냥 씻어서 양념된장과 함께 쌈을 해먹어도 맛있고 들깨가루와 함께 탕을 해먹어도 좋다. 또한 머위 줄기에 표고버섯, 얼린 두부와 유부를 넣어 다시다물과 간장에 조리면 맛있는 머위찜이 된다. 조리법들도 간단해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특히 머위가 웰빙 바람과 함께 집안의 밥상이나 쌈밥에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된 것은 머위의 탁월한 효능 때문이다.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알칼리 식품이며 해독작용도 좋아서 천식 환자가 머위 끓인 물을 차 마시듯 자주 마시면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항암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하며 오가닉 음식에 빼놓을 수 없는 토핑 재료로 애용되고 있다.

곰취는 쌈밥집 또는 삽겹살집에 가면 가장 많은 손길이 가는 쌈 재료이다. 부드러운 생삼겹살을 익혀 곰취에 싸 먹으면 흙 향기가 확 들어오면서 고기의 느끼함을 순화시켜준다. 집에서 해먹기도 간단해서 곰취를 살짝 데쳐서 준비해놓고 깨소금, 마른 양념 등을 섞은 고들밥을 잘 싸면 곰취쌈밥이 된다. 여기에 양념된장을 살짝 발라먹으면 밥 한그릇은 뚝딱 해치운다. 곰취쌈밥은 도시락으로도 좋은데, 곰취로 밥을 쌀 때 풀리지 않도록 잘 엮거나 마무리 부분을 이쑤시개 등으로 꽉 잡아줘야 한다. 곰취 또한 머위와 마찬가지로 기관지에 좋은 효능을 발휘하여 폐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며 기침, 천식 치료에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갓 수확한 자연산 거문도쑥이나 재배 봄나물은 가정에서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또 쌈밥집이나 고깃집에서 맛볼 수 있으나 역시 봄나물은 고기 등 다른 음식재료가 섞이지 않은 나물밥이 최고다. 나물밥은 유명한 산 근처에 가면 어느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산채나물밥집이나 도심의 사찰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오대산 입구의 부일식당(033-335-7232)은 서울 사람들에게 산채비빔밥의 존재를 알려준 전통적인 식당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집은 지금도 산더덕, 산도라지, 고사리, 곰취장아찌 등 스물 네가지의 산나물 반찬을 제공하고 있으며 참기름과 고추장에 비벼먹으면 맛있다. 정선 초입의 정원광장(영월군 신동읍 예미리 38번 국도변, 033-378-5100)은 곤드레나물밥으로 유명한데, 곤드레나물에 양념간장을 넣어 쓱쓱 비벼서 팔팔 끓는 청국장과 함께 먹으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다. 지금 남쪽을 여행하면 자연산 봄나물을 맛볼 수 있는 전통 식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리산 화엄사 입구의 그옛날산채식당(061-782-4439), 해남 대흥사 근처에서 표고요리로 유명한 전주식당(061-532-7696)의 산채비빔밥도 먹을 만하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먹을 만한 산채비빔밥으로는 사찰음식전문식당인 산촌(인사동 본점 02-753-0312, 경기 고양시 벽제 보광사 입구 031-969-9865), 가락동문경산골메밀묵(02-443-6653), 분당 점봉산산채(031-709-3176), 일산 옛골 시골밥상(031-977-4799) 등이 있다.

〈이영근|여행작가·나비콘텐츠플래닝 대표 ichek007navie.net〉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미디어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