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 친구 곤충을 소개합니다"

2007. 1. 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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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친화적인 목공예 곤충은 어린이들의 정서에 좋을 뿐 아니라,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곤충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연학습 효과도 있어요. 건강과 감성에 좋지 않은 플라스틱 장난감과는 비교도 안 되죠."

'곤충 목공예가'인 채수범(68·충남 공주시 신풍면 동원리) 한그루 대표의 '나무 곤충 예찬론'이다.

채씨가 나무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 군대를 제대한 후 잠시 다닌 회사 생활때부터. 그러나 생활이 나아지지 않자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악기와 가구 제작에 쓰이는 날물(공구의 부속물)을 제조·납품하는 사업체를 설립, 운영했다.

이후 자녀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자 2003년 5월 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고 "어떻게 하면 남도 돕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때 청소년 생태 교실 '누림'을 운영하고 있는 둘째 아들 승우(34)씨의 권유로 목공예에 뛰어들었다.

그는 정식으로 목공예 기술을 배우지 않았지만 타고난 손재주 덕에 자연히 입소문을 탔다. 서울, 경기, 충청, 광주 등지에 있는 유아교육기관과 초중고등학교에서 '목공예 체험전'과 '목공예품 전시회'를 개최해 달라는 주문이 쇄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재를 털어 지난해 6월과 8월 충남 부여군 규암면과 경기 화성군 삽교에 '한그루 제1 한국 곤충 체험학습원'과 '제2 체험학습원'을 잇달아 건립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등 전국에서 한국 목공예 곤충 체험전을 다양하게 열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세계 장난감 전시회', 광주 비엔날레에서 열린 '한국 목공예 곤충 전시회', 안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한국 곤충대전 체험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곤충전시회',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비한 곤충의 세계 전시회'가 대표적인 행사다.

그는 한국곤충도감 등에 나오는 곤충은 거의 다 만들었다. 장수하늘소, 매미, 나비, 풍뎅이, 여치, 갈색여치, 잠자리, 소금쟁이, 사마귀, 장구애비, 게아재비, 사슴벌레, 노린재, 거미, 공벌레, 송충이, 지네, 알통다리 유리잎벌레, 골리앗왕꽃무지, 거위벌레, 애사마귀붙이 등 약 200여종이다.

"고희를 앞두고 작품 활동에 푹 빠져 나이를 잊고 살아요. 어린이들을 위한 목공예품을 만든 것이 새로운 사업이 되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죠. 힘이 다 할 때까지 사명감을 갖고 이 일을 할 겁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고향사람들이 잘나가던 회사를 갑자기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아이들이 갖고 노는 나무 곤충을 만들겠다고 하자 따가운 눈총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그의 열의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큰 힘이 되었다. 채씨는 "내가 잊혀진 어릴 적 추억 속에서 자연의 소재를 찾듯이, 아이들도 자연을 세심히 살필 수 있는 섬세한 눈과 감성을 길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석규 기자 sk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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