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지진 홍콩-한국 인터넷연결선 절반 타격"

2006. 12. 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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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지진이 21세기 '네트워크 사회'의 약점을 노출시켰다. 26일 밤 대만 남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해저 케이블 일부가 끊겨 홍콩과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통신망과 금융기관 전산망이 부분 마비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이번 사태는 네트워크로 거미줄같이 얽히고 설킨 국제 금융시장이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도 쉬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최근 5년 사이 지진으로 해저 케이블이 손상돼 국제 통신·금융 네트워크가 마비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지진으로 인한 사실상 첫 대규모 네트워크 마비 사례인 셈이다. 손상된 해저 광케이블을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네트워크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PCCW는 홍콩과 한국, 대만, 일본과 북미를 잇는 인터넷 연결선의 절반이 타격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PCCW 관계자는 지진이 인터넷 서비스에 타격을 입혔다고 말하고 앞으로 며칠 동안 인터넷 접속이 평소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용량이 50% 줄어들 수 있으며 사람들이 지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접속을 시도하면서 인터넷 접속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며칠간 인터넷 이용자들은 접속 장애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최대 통신업체인 중화텔레콤 관계자는 "대만의 인터넷 용량이 (정상보다) 40%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대만, 일본, 한국, 중국 등에 피해가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 손상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홍콩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98%가 장애를 받고 있다"며 "손상된 케이블을 수리하는 데 3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금융허브를 자랑해온 홍콩이 큰 타격을 입었다. 통신이 부분 마비되면서 국제금융통신망(SWIFT) 장애가 발생해 은행간 자금결제가 중단됐다. 현재 홍콩 은행들은 상당수가 결제불능 상태에 빠졌고, 수출입 기업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SWIFT 장애로 수입대금이 결제되더라도 수출업자가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홍콩 은행들은 대부분 보안을 위해 해저 케이블을 통한 전용선 방식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특히 피해가 컸다.

홍콩 증시는 직접적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딜러들이 인터넷으로 국제 뉴스를 접속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가격 주문을 위해 온라인 시세표를 이용하던 고객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탄리치 증권의 투자 매니저 잭슨 웡은 "다소 번거롭기는 했지만 주식 거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北京)도 인터넷 접속이 부분 마비되거나 장애를 겪었다. 도심 주요 기업들은 인터넷이 끊겨 사실상 업무를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만 남단 헝춘(恒春) 인근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27일 오후까지 120차례가 넘는 여진이 이어졌으며 앞으로 1~2주 내에 규모 5 이상의 여진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 역사상 100여년 만에 최대 규모인 이번 지진이 2차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 6개가 한꺼번에 터진 것과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진원지인 헝춘에서 가까운 가오슝(高雄)의 중국석유 다린(大林) 정유공장이 지진 여파로 가동 중단에 들어가는 등 일부 공장들은 일시 가동이 중단됐다.

대만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대만에서 최소 2명이 숨지고 4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대만 지진은 중국 해안지방인 푸젠(福建)성과 광둥(廣東)성을 비롯해 내륙인 후난(湖南)성과 후베이(湖北)성까지 흔들림을 느껴 전화국에 문의 전화가 폭주하기도 했다.

〈베이징|홍인표 특파원·조찬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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