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골프장 반대 '나무위 시위' 대장정

2006. 12. 2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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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인천 계양산 `나무위 시위'가 56일만에 대장정을 마쳤다.

계양산에 골프장 건설을 막겠다며 인천 계양구 목상동 계양산 자락의 커다란 나무 위 12m 높이에 자신만의 `둥지'를 틀었던 인천녹색연합 환경운동가인 신정은(28.여)씨가 20일 오전 드디어 나무에서 내려온 것.

나무 위 합판과 천막으로 아슬아슬하게 만든 1.5평규모의 텐트. 56일 동안 먹고자기, 명상하기, 책읽기, 구호 외치기, 삼보일배 등 모든 활동을 이 좁은 공간에서 해결했다.

처음부터 56일간이나 가리라고는 생각치 않았지만 롯데건설의 골프장 계획을 저지할 때까지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굽히지 않다보니 56일간 시위가 계속됐다.

신씨가 나무위로 올라간 날은 지난 10월 26일. 롯데건설이 계양산 목상동, 다남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인천시에 제출, 시가 이 계획이 포함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을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려 하자 신씨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인천의 주산이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녹지인 계양산이 골프장으로 파헤쳐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다 결국 국내 최초로 나무위 시위를 감행하게 됐다.

"엄마, 저 보름쯤 산으로 출장가요."

이 한마디만 달랑 남긴채 집을 나섰고 이같은 기행(?)을 나중에야 알게 된 어머니와 가족들은 몇번이나 나무 밑에 찾아가 눈물지었다.

이런 가족들을 보며 신씨는 가슴이 많이 아팠지만 신씨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역시 계양산 골프장 계획이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었다.

신씨의 시위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롯데건설은 골프장건설 계획을 멈추지 않았고 특히 해당 부지 일부가 군사보호시설구역과 겹친다는 인근 군부대의 의견을 받게되자 롯데는 계획 변경안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날씨는 점점 추워져 살을 에는 칼바람이 텐트를 파고들어 왔지만 롯데의 이같은 행보를 보며 신씨는 도저히 내려올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산을 오고가는 시민들의 격려와 지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는 것을 느낄 때쯤인 지난 12일 드디어 올해 도시계획위원회에 계양산골프장 계획안이 상정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을 전해들었다.

하지만 신씨는 이같은 소식을 듣고도 나무위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계양산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훼손될 가능성이 있는만큼 시민공원화 추진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1주일이 더 지났고 신씨의 몸은 오랜 추위와 부자유스런 움직임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관절이 굳어가면서 `이제 그만 내려가야할 때'라는 신호를 간절하게 보내왔다. 마침내 신씨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나무 위에선 내려가지만 계양산을 진정한 시민공원으로 만들 때까지 저의 싸움은 계속될 것입니다."

얼굴은 많이 상했지만 눈빛만은 누구보다 형형하게 밝힌 채 신정은 활동가는 단호한 다짐을 되새겼다.

mina1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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