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기자석]'아이러브스포츠'라고요?
4일 남자유도 90㎏급 결승이 끝난 카타르 스포츠 클럽. 금메달리스트 황희태는 숨을 헐떡거리며 인터뷰를 하고있는 도중 MBC 라디오 PD로부터 엉뚱한 요청을 받았다.
"부탁이 있는데요. 우리 방송 시그널 좀 해주세요."
라디오 방송 도중 사용되는 인사말을 녹취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예상치 못한 요청에 황희태는 순간적으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재촉하는 PD의 말이 이어졌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이은하의 아이러브 스포츠를 듣고 계십니다. 저는 유도의 황희태입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황희태는 의아한 표정으로 "뭐라구요"라고 되물었고 PD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음씨 좋은 황희태는 일단 마지못해 응했다. 하지만 그는 성우가 아니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탓에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PD의 말을 황희태가 따라하는 식으로 녹취가 진행됐고 2차례 반복한 끝에 마무리됐다. PD는 물론 감사하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앞서 열린 여자부 70㎏급 결승에서 패한 배은혜도 같은 요청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물론 요구에 응해줬지만 은메달에 그친 배은혜의 씁쓸함은 뒷전으로 밀린 꼴이었다.
부탁과 감사로 끝난 녹취. 문제는 때와 장소였다. 결승전 희비가 엇갈린 뒤 많은 취재진이 모인 상황. 그런 가운데 시도한 상업적인 녹취는 몰상식한 행동으로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만일 인기스타의 육성을 녹취하고 싶었다면 선수와 개인적으로 만나서 했어야했다. 아니면 대회기간 중 선후배 응원차 관중석을 찾는 선수들에게 접근해 양해를 구하는 게 옳았다. 이날 MBC PD의 행동은 선수와 언론에 대한 예의를 모두 저버린 추태였다.
〈도하|김세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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