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베라크루즈, 수입차와 맞짱 뜬다

2006. 11. 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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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용관기자][[Car Life] 현대차 베라크루즈]

드디어 베라크루즈를 만났다. '외국의 고급 SUV와 겨뤄볼 만한 차'라는 현대자동차의 호언장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실제 베라크루즈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현대차의 자신감에 반신반의했다. 일본과 유럽, 미국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베라크루즈의 성능에 대해 감탄하는 내용의 광고를 보면서 '현대차가 너무 자화자찬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일 충남 서산시의 현대파워텍 주행시험장에서 베라크루즈를 직접 시승할 수 있었다. 베라크루즈를 직접 대면한 순간에도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특히 벌집형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대한 불만을 지울 수 없었다. 선호도의 차이겠지만 개인적으로 라디에이터 그릴은 '아니올시다'였다. 도대체 현대차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라디에이터 그릴을 제외하곤 전체적인 스타일은 만족스러웠다. 직선의 강인함보다는 유선형의 부드러움과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펜더를 따라 길게 이어진 헤드램프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이드에는 신형 아반떼에 처음 도입한 곡선형의 라인이 적용돼 볼륨감을 강조했다. 실제 베라크루즈의 공기저항계수는 0.35로 렉서스의 RX350과 같은 수치를 보였다.

뒷부분도 상당히 감각적이다. 타원형 듀얼 머플러는 베라크루즈가 고성능 SUV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넓고 커 보이는 차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리어램프를 역삼각형으로 그려내 안정감이 돋보인다.

실내는 밝은 회색톤의 컬러를 사용, 전체적으로 고급스런 느낌이다. 실내의 각 버튼들의 마감이나 작동 감촉, 기어 레버나 스티어링 휠 감촉 등은 수입차와 비교해도 훌륭한 수준이다.

센터페시아에는 실버 계통의 컬러를 많이 사용해 세련미를 더했다. 특히 8인치 LCD 화면이 더해진 센터페시아에 모든 스위치류를 집중시켜 사용이 편리하도록 했다. 2,3열 승객들을 위해 국산차 최초로 뒷좌석 천정에 8인치 LCD 화면을 달았다.

이 차의 또다른 장점은 실내 공간이 무척 넓다는 점이다. 베라크루즈의 길이*너비*높이는 4840*1970*1805. 현대차가 경쟁차종으로 여기는 RX350의 4730*1845*1670mm보다 전체적으로 크다. 실내 공간의 크기를 보여주는 휠베이스도 RX350의 2715mm보다 90mm 긴 2805mm를 자랑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승에 앞서 앞바퀴굴림을 채택해 실내공간을 최대한 늘렸고, 3열에 성인이 앉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뒷좌석에서도 공조시스템 및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원터치로 풀 플랫이 되는 2,3열 폴딩시트도 공간 확보에 편리하다. 3열만 앞으로 젖혀도 골프백 4개, 보스턴백 4개는 넉넉하게 넣을 수 있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아울러 베라크루즈의 트렁크 문은 원터치 전동식으로 쉽게 여닫을 수 있게 했다.

조심스럽게 시동을 걸었다. 깜짝 놀랐다. 엔진소음과 진동을 거의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 디젤차라고 들었다. 하지만 기존의 디젤차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정밀제어 피에조인젝터, 전자제어 엔진 마운트 등을 장착했다.

창문을 열자 '그르릉'하는 엔진음이 들렸지만 창문을 닫자 침묵만이 흐른다. 정숙성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렉서스와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다.

계기판은 푸른빛으로 시원시원했다. 혼다의 계기판 느낌과 상당히 비슷했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독일차보다는 가볍지만 그랜저TG 등 현대차의 기존 차에 비해서는 훨씬 무거워져 만족스럽다.

기어를 변속하고 가속 페달을 급하게 밟았다. 디젤 특유의 가속음을 내며 튀어나간다. 2.1톤에 달하는 차체 중량으로 인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엔진 회전이 꾸준하게 올라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대략 10초 전후로 달렸다.

베라크루즈는 V형 6기통 2959cc VGT 디젤 엔진과 일본 아이신이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240마력(3800rpm)과 최대토크 46.0kg·m(1750~3500rpm)을 뿜어낸다. 국내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소음과 연비를 높였다.

오른발에 좀더 힘을 가하자 시속 180km까지 치고 올라간다. 오히려 정지상태에서 100km까지 도달하는 것보다 더 부드럽게 상승한다. 디젤차라는 점에서 순간반응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지만 일단 반응하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간다. 4500cc급 휘발유 엔진보다 강력한 토크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편이다. 서스펜션이 기존 현대차보다는 딱딱하게 세팅됐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승참감을 제공한다.

속도를 시속 160㎞까지 높였다. 풍절음이 들리지만 옆사람과의 대화에 불편을 느낄 수 없었다. 워낙 조용한 엔진인데다 저rpm에서 강한 토크가 나오는 디젤엔진 특성상 고속에서 휘발유 엔진에 비해 조용하다. 엔진소음이 줄어든 덕분에 풍절음이 오히려 크게 느껴질 정도.

1.6km에 불과한 주행시험장의 길이 때문에 곧 코너길을 만났다. 시속 180km에서 급브레이크. ABS의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부드럽게 속도를 줄이며 자세를 잡는다. SUV의 단점인 차량 앞쪽으로 기울어지는 노즈 다이브 현상이 크게 줄었다.

속도를 다시 내기 시작하자 곧이어 180도 급코너길이 나타났다. 시속 80km의 속도로 급코너에 들어섰지만 VDC 덕분에 차체가 바깥으로 밀리지 않는다. 대단하다. 차선을 따라 그대로 돌아나갈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심지어 코너 마지막 부근에는 차량 앞쪽이 안으로 들어가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타날 정도.

시승을 마친 후 그동안 반신반의하던 의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현대차가 자신감을 가질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가 고민해온 모든 것을 이 차에 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뛰어난 상품성을 바탕으로 렉서스나 인피니티, BMW 등의 벽을 넘어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설 지 주목된다. 문제는 가격. 베라크루즈는 가격이 3180만원부터 시작한다. 4WD 300VXL 프리미엄은 4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수입차의 비해 최대 절반 수준이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김용관기자 kyk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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