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여우야 뭐하니' 촬영현장, 삼각관계 세사람 엇갈린 눈빛

2006. 10. 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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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는 지상파 드라마에선 금기시되어 온 성을 표면에 드러내는 실험적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30대 여성이 꿈꾸는 성적 판타지를 고병희의 상상을 빌미삼아 거침없이 쏟아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권석장 피디와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가 일과 사랑에 고민하는 30대 여자 이야기의 결정판을 내놓겠다는 야심이었다.

일과 사랑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선다는 〈여우야 뭐하니〉의 9회분 촬영이 지난 13일 서울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벌어졌다. 극중 고병희(고현정)의 직장이자 성인잡지사 '쎄시봉'의 창간 10주년 기념파티 현장이다.

이날 촬영은 새롭게 정진하자는 결의의 날처럼 보인다. 권해효 손현주 조연우 등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배우들도 못다 한 회포를 푸느라 분주하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벗고 정장으로 멋을 낸 극중 철수(천정명)는 선배들 틈에서 경청한다. 뒤늦게 도착한 고현정이 가세해 현장 분위기는 누구네 집 생일파티라도 온 양 수다가 넘실댄다.

일정은 빠듯하지만 촬영은 장면을 세분화해서 조밀하게 진행됐다. 한 장면을 인물별로, 커플별로, 다각도에서 촬영해 조여 나가는 식이다. 씩씩하던 고현정도 지쳐간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철수를 가리키며 벌써 1시간째 "아는 동생이에요"를 반복하는 중이다. 이민우 조연출은 "느낌이 있는 장면은 현장에서 더 여러 각도로 나누어 촬영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스태프들은 카페에 모인 주인공을 열 가지 이상의 시점으로 촬영하느라 어느새 카페를 한바퀴 돌고 있었다. 권 피디는 "생각하는 그림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촬영 전 대본을 꼼꼼히 보면서 이것저것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고 했다.

〈여우야…〉는 〈내 이름은 김삼순〉과는 달리 아직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확실히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김삼순이 일과 사랑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다면, 고병희는 서른이 넘도록 한번도 남자와 잠자리를 해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고민만 즐비하기 때문이다.

9회부터는 일에 대한 고병희의 고민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걸까? 8회에서 병희가 취재를 갔다가 외설잡지라고 퇴짜를 맞은 뒤 배희명(조연우)에게 눈물을 흘리며 처음으로 일에 대한 감정을 진지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있었다. 겉돌던 사랑도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했다.

조연우는 "철수의 고백으로 삼각관계가 빠르게 진행되어 이제부터 진짜 재미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권해효, 손현주 으르렁대는 두 배우 사이에서 미소로 중심을 잡던 조연우는 이 드라마를 믿어도 좋을 이유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꼽았다.

9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삼각관계에 앞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철수와 희명, 병희는 서로를 향해 각기 다른 눈빛을 날려야 한다. 철수는 희명에겐 질투를, 병희에겐 원망과 사랑을 섞어 표현한다.

카메라 감독은 "밝고 사실적인 드라마라 밝은 톤을 추구하지만 오늘은 배우들의 미묘한 표정이 잘 드러나게끔 얼굴톤에 신경을 쓴다"고 했다.

선배들 틈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제몫을 해내는 성란 역의 최윤정은 "손현주 선배님처럼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선배들의 호흡을 오밀조밀 따라간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키스신 걱정했는데 엔지 없이 해내요"

'철수'는 천정명(사진)이 지금까지 맡은 배역을 모두 모아 놓은 인물처럼 보인다. 귀여운 남동생으로서의 철수는 〈똑바로 살아라〉의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니저를, 고병희 앞에 남자로 선 철수는 〈패션 70〉 〈강적〉을 닮았다. 철없는 소년 같으면서 정이 많다는 점에선 〈굿바이 솔로〉도 연상된다. "나와 가장 비슷한 캐릭터라 애착이 간다"는 그를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철수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했나?

=마냥 어리고 귀여운 이미지는 아니다.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연하남의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장면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도 누나만 두 명이라 누나 앞에서 어리광을 피울 줄 아는 모습이 내 모습과 특히 비슷하다.(웃음)

-〈여우야 뭐하니〉에서 이미지가 달라졌다.

=〈굿바이 솔로〉 때 한번 시도한 일이 있었는데 실패했다.(웃음) 너무 강한 역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 같아 연기 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힘을 빼고 가벼운 역할을 다시 한번 잘 해보고 싶었다. 주위에서도 짧은 머리, 수염 난 얼굴은 이제 그만 벗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하고.(웃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성적인 내용이 많아 놀랐는데, 가볍지만 유치하지는 않았다.

-민망한 장면도 많았다.

=처음엔 민망한 장면을 어떻게 연기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엔지는 안 냈다. 다른 배우들이 사전에 대본을 충실히 습득하고 오는 편이라 자극받은 것 같다. 어제도 키스신을 찍었는데 엔지가 없었다. 웃음이 한번 터지면 주체하질 못하니까 중요한 장면들은 한번에 가야 여러 사람이 편안하다.

-고현정의 드라마라는 인상이 강한데?

=비중에 연연하진 않는다. 고현정 선배님과의 호흡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다. 후배들을 드러내지 않고 도와주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으면 스스로 알아차리고 고칠 수 있게 연기로 도와주신다. 촬영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해주시는 것도 그렇고.

-〈여우야 뭐하니〉를 통해 얻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연기할 때 나 스스로 몰입하는 게 부족하다. 상대 배우가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내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고치려고 하는데 그게 선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라. 〈강적〉 때는 박중훈 선배님께, 〈굿바이 솔로〉 때는 나문희 선배님의 연기를 보며 배웠다. 현장에서 다른 연기자들이 연기하는 걸 모니터링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글 남지은 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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