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어에 대하 한마리..또 다른 맛 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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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전어의 유혹…서천 마량항&홍원항
충남 서천 홍원항의 전어축제는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지만, 전어 맛은 지금이 최고다.
축제 기간 동안 전어가 넘쳐 났지만 값은 그다지 싸지 않았다. 올해 전어 잡이가 일찍 시작된 서해안에서는 한동안 '15㎝짜리 전어가 맛있다'는 헛소문이 돌기도 했다. 장삿속이다. 그 정도 크기의 전어를 구이로 내놓으면 기름이 빠지면서 쪼그라들어 먹을 게 별로 없다. 회도 마찬가지. 집 나간 며느리의 발걸음을 되돌릴 가을 전어라면 적어도 20㎝ 정도는 돼야 한다. 그래서 전어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때는 바로 요즘이다.
서해안에서 11월 중순까지 잡히는 전어는 성질이 못됐다. 잡히면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회유성이 강해 딱히 이름난 산지도 꼽을 수 없다. 그나마 알려진 곳이 경남 사천과 마산, 전남 보성과 광양 정도. 젓갈, 대하와 마찬가지로 전어도 아랫녘에서 잡힌 게 서천으로 몰려든다. 전어를 맛보려는 여행객들도 우리나라 최대 집산지인 서천으로 모인다.
전어는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위치만 확인되면 만선이 보장된다. 해넘이 명소로 이름난 서천 마량향. 이곳에서만 하루 평균 3t 이상의 전어가 쏟아져 들어온다. 물량이 많아 저장하기 힘들고, 장소를 옮기면 죽기 때문에 수협에 위판으로 내놓는 경우가 드물다. 횟집들은 선도가 좋은 전어를 찾는 손님들 때문에 하루 한 번은 전어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회로 먹을 게 아니라면 굳이 활어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 물량이 적어 세 배는 값이 뛴다.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다. 살아 있지 않더라도 선도가 좋을 때 급랭한 것이면 족하다. 산 채로 영하 25도로 얼리면 회로 먹어도 그만이다. 소비자들이 통상 먹는 이런 냉동 전어는 ㎏당 2만8000∼3만원이다. 먹을 만한 크기의 전어 8∼10마리로, 어른 두셋이서 먹을 양이다.
중국산만 조심하면 된다. 마량항에서 돌고래 횟집(041-952-2388)을 운영하는 안병엽씨는 "중국산은 유통 과정이 길어 산소를 주입한다"며 "몸통이 넓고 주둥이에 붉은빛이 많이 보이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씨가 소개하는 전어 먹는 법은 이렇다. 일단 일행 수를 따져 회·구이·무침을 적당량 섞어 시키면 된다. 대개 회와 구이로 먹을 분량을 정하고 맛본 뒤, 회로 먹다 남은 전어로 무침을 주문한다. 세 가지를 다 맛보려면 최소 2㎏ 정도는 시켜야 하고, 그래야 식당 주인도 기분 좋게 요리해 준단다. 안씨는 "전어 구이는 머리부터 먹어야 한다"며 "살을 발라 먹는 손님들에겐 서비스도 없다"고 말했다.
대하축제 한창…홍성 남당항&태안 백사장항

가을이면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과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은 대하를 찾는 인파로 몸살를 앓는다. 남당항에서는 이달 말까지, 백사장항에선 15일까지 대하축제가 열린다.
아침 일찍부터 남당항 '털보 횟집'에 자연산 대하를 사려는 상인들이 몰려든다. 얼음을 가득 채운 나무상자 안에 15∼20㎝ 크기의 대하가 가득하다. 값이 어제보다 올랐는지 투덜대는 이가 많다. 한 상인은 1㎏에 2만5000원 하는 대하 다섯 상자를 용달차에 실으며 "전쟁이야, 전쟁"이라고 뇌까렸다.
요즘 남당항 횟집들에 공급되는 자연산 대하 값은 1㎏에 2만3000∼2만5000원 선. 상인의 말마따나 금값이다. 이유가 뭘까. 남당항에서 7년째 '가보자 횟집'(041-631-1536)을 운영하는 이승수(50)씨는 "대하는 선주-배떼기상-중간상-소매상 등 3∼4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쳐 손님들에게 간다"며 "단계당 1000∼2000원씩만 남겨도 4000∼8000원이 더 붙는 셈이라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횟집에서는 자연산 대하 1㎏을 3만원 정도에 판다. 값은 남당항이나 백사장항이나 거기서 거기다. 자연산 대하는 얼음에 채워져 횟집으로 들어온다. 죽은 대하다. 백사장항에서 10년째 '온누리 횟집'(041-673-8966)을 운영하는 염홍섭(48)씨는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자연산 대하는 횟집 주인들도 선주들에게 따로 주문해야 한다"며 "일단 그물에 잡힌 대하는 아무리 잘 관리해도 하루면 죽는데, 산 채로 횟집에 공급하려면 시간과 인력이 세 곱은 더 들어 대형 어선들은 아예 포기한다"고 설명했다. 살아 있는 자연산 대하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 예약한 단골들에게만 내놓는다. 횟집 수조에서 팔딱거리는 대하는 양식 대하다. 살아 있는 양식 대하 값도 1㎏에 3만원 정도. 남당항이나 백사장항 인근을 오가다 물을 가둬두고 수차를 돌리는 곳이 나오면 대하 양식장이라 보면 되는데 좀더 싼값에 살 수 있다.
회로 먹을 게 아니라면 자연산이나 양식 대하나 맛 차이는 거의 없다. 구분하는 법은 대략 두 가지.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 추진위원장인 염동일(41)씨는 "자연산은 밝은 노란빛을 띠지만 양식 대하는 약간 푸르스름하고 어둡다"며 "수심 2∼3m에서 자라는 양식 대하는 5월에 넣어서 그해 9∼10월에 잡아들이기에 큰 바다에서 몇 해 동안 자라는 자연산 대하보다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수온이 내려가면 땅속으로 들어가기에 흙 냄새가 나는 것도 양식 대하의 특징. 자연산은 수염 길이가 몸통의 두세 배에 이르지만 양식 대하는 몸통 길이 정도다.
홍성·태안·서천=글·사진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맛기행 이렇게 떠나세요
1박2일이 적당한 서울∼강경∼서천∼남당항∼백사장항 코스는 먹을거리와 함께 황금 들녘, 천수만 풍광을 만끽한 뒤 태안과 안면도를 둘러보면 좋다. 강경이나 광천에서 젓갈 백반, 서천 마량항이나 홍원항에서 전어 구이, 홍성군 남당항과 태안군 백사장항에서 대하 구이를 즐기면 된다. 서울에서 강경을 오갈 때에는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편하고, 서천에서 남당항과 백사장항으로 가려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홍성나들목으로 나오면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젓갈축제가 열리는 강경 외에 광천에서는 14일부터 17일까지 '광천 토굴 새우젓 조선김 축제'가 열린다. 서해안고속도로 광천나들목을 이용하면 된다. 충남 서해안을 따라 움직이면 조그맣고 이름 없는 항에서도 어김없이 대하와 전어, 조개 구이를 맛볼 수 있다.
하루 코스나 안면도·태안 지역 펜션 여행을 계획한다면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포구에 나가 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레이크앤씨(www.lakeandsea.co.kr) 등 안면도에 있는 펜션에서 대하, 조개, 전어 등을 따로 주문하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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