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74) 추수감사절 축제 열리는 인도

2006. 9. 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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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축제의 나라로, 1년 내내 지역마다 축제가 끊이질 않는다. 그 중에서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축제가 있다. 남인도의 타밀 나두 지방에서는 퐁갈(Pongal), 북인도에서는 마카르 산크란티(Makar Sankranti), 펀자브 지방에서는 로흐리(Lohri) 등으로 불리는데,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1월14일을 기준으로 축제가 벌어진다.

이날은 인도인들의 달력으로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동짓날이고, 겨울의 마지막 날이다. 이날이 지나면 낮이 길어지고 차차 기온도 올라가 사람들은 움츠린 마음을 활짝 펴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수확의 기쁨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도는 대개 7월에서 9월까지 장마철로, 바짝 마른 대지가 촉촉한 물에 적셔진다. 장마가 끝나면 농부들은 파종을 한다. 따스한 태양과 선선한 바람에 익은 곡식들, 특히 쌀과 사탕수수를 추수하는 시기가 1월쯤이고, 이때 거대한 축제를 벌인다.

남인도의 퐁갈 축제는 4일 동안 벌어진다. 첫째 날은 대지를 풍요롭게 해준 구름과 비의 신 인드라에게 푸자(Puja·예배)를 드린 후,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낡은 것과 불필요한 것을 모두 들어내 불에 태운다. 이때 소녀들은 춤을 추며 추수를 기뻐하는 노래를 부른다.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축제가 벌어진다. 우선 태양신인 수리야신에게 예배를 드린 후, 여자들은 여러 색깔로 물들인 햅쌀가루, 돌가루, 꽃, 나뭇잎 등을 이용해 갖가지 문양을 집 앞에 그린다. 콜람(Kolam)이라고 부르는 이 문양들은 집안에 복을 불러들인다는 주술적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추수한 쌀을 그릇에 넣고 끓이다 넘치기 시작할 때, 모두 "퐁갈, 퐁갈" 하고 외친 후 나눠 먹는다. 퐁갈은 '끓어 넘치는 것'을 의미하며, 번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셋째 날은 가축을 위한 날이다. 특히 소들이 대접을 받는데, 암소는 우유를 제공하고 황소는 논밭을 가느라 수고했기 때문이다. 소를 잘 먹이고, 소 뿔에 색을 칠하고, 소 목에 꽃 목걸이도 걸어준다. 이것이 점점 발전해 남인도의 마두라이(Madurai)에서는 황소에게 술을 먹인 후 젊은 사내들이 달리는 황소의 뿔을 잡아 길들이는 '잘리카투(Jalikattu)'란 행사도 열린다.

넷째 날은 힌두교 사원에 가서 태양신 수리야에게 예배를 드리고 다른 친지들을 방문해 인사를 한다. 이때 서로 음식을 대접하고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돈을 주기도 한다. 젊은 남녀들은 강가에 모여 미래의 반려자들을 고르는 풍습도 있었으나,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에서 갠지스강에 목욕하는 이들.

한편 북인도에서는 이 축제를 마카르 산크란티라고 부른다. 이 축제를 가장 잘 보려면 바라나시로 가면 된다. 전국 각지에서 온 힌두교도들은 성스러운 강 갠지스로 몰려와 축제 전부터 갠지스 강변에서 밤마다 불을 밝혀 놓고 의식을 벌인다. 1월14일 전날 밤부터 사람들이 강을 떠나지 않고 밤새도록 추수감사절을 축하한다. 북인도인들에게 이날은 추수의 기쁨 못지않게 다가오는 봄에 대한 설렘을 표현하는 날이다. 북인도의 겨울은 꽤 춥고 난방시설이 안 되어 있어서, 여행자들이 옷을 껴입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도 감기가 걸릴 정도인데, 이날이 지나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날이 따스해진다.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서 가장 중요한 가트(강변의 계단)인 다샤스와메드 가트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어 멀리서 보면 마치 새까만 개미 떼처럼 보일 정도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벌거벗은 채 목욕하고, 떠들고, 기도하며 아우성을 친다. 날씨가 쌀쌀한데도 남자들은 덜덜 떨면서 모두 팬티 차림으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강변에서 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수많은 사두(수행자)와 거지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이 뒤섞인 채 양쪽에 줄지어 앉아 있다. 이날 그들이 내민 그릇에 담기는 것은 돈이 아니라 햅쌀이다. 이 기간에는 아이들이 날리는 연들이 갠지스 강변에 잠자리 떼처럼 흩날리고, 가끔 피리를 불어 코브라를 춤추게 하는 이들도 나타나 축제 분위기를 돋운다.

인도의 추수감사절은 우리와 다른 겨울철이지만 수확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은 똑같고, 수천년 동안 지속되어 온 축제의 원시적인 열기가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어서 구경하는 사람들조차 흥겹게 한다.

여행작가 (blog.naver.com/roadjisang)

>> 여행 에피소드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 중에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변에 묵은 적이 있다. 창문을 열면 바로 밑에 강이 보였는데, 1월13일 밤부터 14일 새벽까지 내내 시끄러웠다. 밤새도록 사람들이 강변을 걸어다니고, 멀리서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기다 원숭이들과 개들이 싸우는 바람에 숙소 지붕 위에서 우당탕거리는 원숭이 소리와 개 짖는 소리에 밤새도록 자지 못했다. 새벽 5시쯤 일어나서 강변의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걸어가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밤새도록 떠들며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를 축하하느라 그토록 시끄러웠던 것이다.

"참… 바라나시는 묘한 곳이에요. 삶의 본질이 다 이곳에 담겨 있어요." 그곳에서 만난 인도 사진작가는 황홀한 눈빛으로 강변의 인파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고, 나도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나 세상 어느 나라에서 추수에 감사하고 겨울의 끝을 기념하기 위해 밤새도록 축하하다 새벽부터 강물 속으로 뛰어든단 말인가. 세상의 많은 축제는 이벤트화되고 여행객을 위한 관광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지만, 인도의 축제는 관광객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수천년의 전통을 그대로 굳건하게 이어오고 있다.

>> 여행 정보

퐁갈 축제나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는 양력 1월14일로 고정되어 있으므로, 이 축제를 보려면 이때에 맞춰서 가면 된다.(단, 윤년인 경우에는 1월15일). 퐁갈 축제는 남인도의 타밀 나두 지방이 가장 흥겹고, 마카르 산크란티 축제 때는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목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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