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69)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

2006. 8. 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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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바(Java)섬에 욕야카르타(Yogyakrta)라는 도시가 있고, 여기서 서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곳에 세계 문화사에 길이 남을 거대한 보로부두르(Borobudur) 불교 사원이 있다.

불에 강하고 세공하기 좋은 화산암 100만개를 사용해서 만든 이 사원은 거대한 산처럼 보인다. 벽돌로 차곡차곡 1층을 깐 뒤 2층을 올리는 식으로 계속 쌓아 올려서 내부에는 공간이 없다는데,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피라미드형이다. 2층에서 5층까지는 폭 2m의 회랑이 만들어져 있고, 이 회랑의 벽에는 불교 설화와 관련된 수많은 부조가 새겨 있다.

회랑을 따라 부조를 감상하며 한 층씩 올라가다 6층으로 올라서는 순간 정사각형의 넓은 단이 펼쳐진다. 이곳은 밑과는 달리 꽤 넓은 공간이어서 테라스라고 불리는데, 확 트인 파란 하늘과 평원이 보인다. 이 위부터는 원형의 단이 있고, 그 단 위에는 커다란 종 모양의 스투파(탑)들이 들어서 있다. 7층 단에는 32기, 8층에는 24기, 9층에는 16기가 있는데 중앙에 있는 가장 높고 큰 대스투파는 지름이 16m다. 이 스투파 안에는 각각 1구의 불상이 들어 있는데, 현지인들은 빈틈 사이로 오른손을 넣어 약지로 불상을 만지면 행복이 온다고 하여 너도나도 손을 집어넣는다.

이 사원은 언제, 누가 만들었을까? 그것을 추측하려면 자바섬의 고대 역사를 알아야 한다. 자바의 전설에 의하면 1세기 무렵 인도인이 불교를 전파했다. 그러나 414년에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바섬에 들러 약 5개월간 체류했던 중국 승려 법현(法顯)의 '불국기(佛國記)'에 보면 그 당시 힌두교도 널리 퍼졌다고 한다. 자바섬에서는 이처럼 불교와 힌두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발전했는데, 8세기 중엽에 나타난 마타람 왕국은 힌두교를 믿었고, 근처에서 일어난 사이렌드라 왕국은 불교를 믿었다. 이 두 왕국은 서로 경쟁했고, 8세기 중엽쯤 나타나 마타람 왕국을 눌렀던 사이렌드라 왕국도 9세기 중엽쯤에 멸망한다. 보루부두르 사원은 9세기쯤 사이렌드라 왕국이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추정일 뿐이다. 그러나 사이렌드라 왕국 자체가 수수께끼에 싸여 있고 어떤 과정을 통해 망했는지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보로부두르'라는 이름의 의미에도 여러 설이 있다. 사이렌드라 왕국은 832년에 멸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왕가 계통의 한 여성이 마타람 왕가에 출가해서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이 왕후가 842년에 사원 '캄란이부미상바라부다라'에 논을 기증했다는 비문이 보이는데, '캄란이부미상바라'를 산스크리트어로 풀이하면 '깨달음의 단계로 가게 하는 여러 법을 상징하는 산'을 의미한다. 그런데 부미상바라부드라(Bhumisam Bharabhudhara)에서 뒤의 바라부드라(Bharabhudhara)가 변하면서, 즉 알파벳 '에이'가 '오'로 와전되어 현재의 보로부두르(Borobudur)가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산스크리트어로 보로는 '승방(僧房)', 부두르는 '높게 쌓인 곳'이라 하여 '높은 언덕 위에 쌓인 승방'이란 뜻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이 사원은 왜 만들었을까? 그것도 여전히 수수께끼다. 왕의 무덤인지, 왕조의 사당인지, 불법을 형상화한 만다라인지 기록이 없어 확실치 않다.

이 사원은 약 900년간 흙 속에 파묻혀 있다가 1814년에 발굴된다. 그런데 보로부두르 사원의 벽돌과 그 위에 덮힌 흙의 성분이 같아서, 만들어짐과 동시에 파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근교의 메라피 화산 폭발로 매몰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고 한다. 이렇게 수수께끼에 싸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이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전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욕야카르타에는 비슷한 시기에 마타람 왕국에 의해 건설된 힌두교 사원 프람바난(Prambanan) 사원이 있다. 이 사원은 보로부두르 사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조각과 부조의 섬세함은 더 뛰어나다. 이 사원에서는 밤에 힌두교 설화인 라마야나의 공연도 펼쳐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늘 화산 폭발과 지진으로 불안하다. 얼마 전인 2006년 5월27일에도 지진으로 욕야카르타 시내가 파괴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사원들은 큰 피해는 안 입었지만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쳔년의 세월 동안 흙 속에 묻혔던 보로부두르 사원이 다시 흙에 파묻히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여행작가(blog.naver.com/roadjisang)

◆여행 에피소드

욕야카르타는 매우 무더운 곳이다. 그래서 유적지를 돌아보려면 아침 일찍 떠난다. 도착하니 날씨는 아직 선선했고, 아래에서부터 수많은 부조를 구경하며 천천히 올라가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상 부근에 올라가니 언제 왔는지 수많은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보였다. 그들은 외국 관광객들이 나타날 때마다 달려들어 많은 질문을 했다. 나에게도 "어디서 왔어요, 하는 일은 뭡니까, 인도네시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등의 질문을 퍼부었다. 알고 보니 영어회화 연습을 위해 단체로 나온 대학생들이었다. 오전에는 늘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데, 그들의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매우 강렬해 보였다. 보로부두르 사원도 좋았지만 이런 젊은이들을 만나 대화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여행 정보

자카르타에서 오전 7시5분에 우리의 새마을열차격인 엑세쿠트프(Eksekutif)를 타면 8시간 정도 걸린다. 요금은 18.5달러 정도. 야간 열차도 있다. 기차는 자카르타 중심지의 감비르(Gambir)역에서 출발하지만 예매는 시내 외곽의 주안다(Juanda)역의 예매소에서 한다. 비행기로 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리고 요금은 약 55달러 정도. 욕야카르타의 숙소는 수영장 딸린 깔끔한 게스트 하우스가 더블베드에 15달러 정도, 이비스(Ibis) 같은 별 세 개짜리 호텔은 45달러 정도. 물론 더 좋은 호텔들도 많다. 보로부두르, 프람바난 사원을 돌고 공연을 보는 일일투어의 비용은 약 18달러다. 보로부두르 입장료 8달러와 프람바난 입장료 7달러는 모두 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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