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난다]독일 금융·상업 중심지 프랑크푸르트

2006. 8.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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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관문인 프랑크푸르트는 유럽 전체에서 한국 교민이 가장 많이 사는 도시다.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들과 꽤 친근하다. 금융·상업의 중심지로 독일 최대의 공항이 있고 유럽 곳곳으로 통하는 기차 교통의 중심이기도 하다. 산업 박람회 등이 빈번하고 비즈니스 출장자들이 많다. 여행자들에게는 독일의 문호 괴테가 청춘을 보낸 도시이며 다양한 박물관과 함께 작센하우젠 등의 거리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독일의 7~8월은 푸른 하늘에 햇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연중 가장 쾌청하고 좋은 시절. 하지만 세계적인 기상이변 때문인지 한국의 장마철처럼 흐리고 찌뿌드드한 날씨가 계속 이어졌다.

짧은 일정에 한걸음 한걸음 시내를 둘러보기엔 마음이 급했다. 세계 어느 도시에나 있는 시티투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투어버스를 함께 기다리는 동행인들의 평균 연령은 꽤 높았다. 대부분 연세 지긋한 할머니들이었다. 왠지 분위기가 낯설었다. 독일까지 와서 잔뜩 흐린 날씨에 할머니들과 동행이라니…. 하지만 투어버스가 도착하는 순간 마음 속의 구름이 물러갔다. 가이드는 젊고 잘 생긴 청년이었다.

2층 버스의 꼭대기에 앉아 마천루를 떠올리게 하는 고층 빌딩과 나름대로 조화를 이룬 예스러운 건물들을 둘러봤다. 유럽은 어딜 가나 현대적인 것과 옛것이 공존한다. 마인강의 유유한 흐름을 바라보며 첫번째 행선지인 작센하우젠으로 향했다.

작센하우젠에 도착. 18세기 정경을 떠올리게 하는 구시가지에 내렸다. 이 유서 깊은 거리의 명물은 사과주였다. 한손에 사과주를 들고 거리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만난 러시아 아줌마의 동상. 그녀는 50초에 한번씩 입에서 물을 뿜어댔다. 호기심에 손을 뻗어 입에서 나오는 물을 받아보니 아주 시원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동상 앞을 지나가다가 물벼락을 맞기가 십상이다. 웃음이 나오는 풍경이다. 유럽인들 특유의 장난끼인 셈이다. 또 이 거리 곳곳의 주점에서는 작센하우젠 특산의 와인과 독일 각지의 독특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강변을 따라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박물관들. 여유롭게 흐르는 마인강변을 바라보며 시내 곳곳을 들러 시청 앞 광장에 도착했다. 뢰머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2차대전 당시 대부분의 건물들이 손상돼, 전쟁 후에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고 한다. 시청 청사는 원래 귀족의 저택이었던 것을 15세기 초에 시가 사들였고 2층에는 신성 로마제국의 대관식을 기념하는 축하연을 베풀던 방이 있다. 한쪽 벽면에는 유럽 최고 권력을 자랑하던 카이저 자르(신성 로마제국 황제)의 위엄이 가득한 초상화가 걸려 있다. 독일 여러 도시의 시청들은 어딜 가나 도시의 가장 중심부에 큰 광장을 끼고 자리해 있다. 또 언제나 그 주변에서 성당과 분수를 볼 수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청 주변에도 뢰머광장과 2차대전의 화염을 꿋꿋이 견뎌낸 대성당이 있다. 광장과 성당은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이 때문에 주변에는 먹고, 마시고, 놀 거리가 풍부한 상업거리가 형성돼 있었다. 시청사와 뢰머광장에서 이어지는 '차일(Zeil)' 거리는 프랑크푸르트 젊은이들이 운집하는 유명한 쇼핑거리다. 중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과 화려한 간판들 사이로 젊은이들이 활기차게 오간다.

독일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견고한 실용성, 자동차와 기계 등 딱딱하고 건조한 이미지가 다가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에도 나름대로의 낭만과 젊음이 넘쳤다. 프랑크푸르트의 주점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다 보면, 순박하고 정직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어느새 마음이 열린다.

〈프랑크푸르트(독일)|김후남기자 k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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