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시대를 연 과학의 고전 '에덴의 용'

2006. 8. 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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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150억년에 이르는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압축한다. 지구가 생성된 것은 9월14일이고, 9월25일에 최초의 생명이 출현한다.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는 12월31일 오후 10시30분께 나타난다.

한번쯤은 우주의 역사를 1년의 달력으로 압축한 '우주력'을 접해 봤을 것이다. 수많은 과학 저술가들이 인용하고 흉내냈기 때문이다.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 유명한 비유는 28년전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뇌에서 비롯됐다.

칼 세이건은 대표적인 저서 '코스모스(Cosmos)'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폭발시킨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천문학은 물론 생물학, 문학, 교육, 환경보호 등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남겼다.

30여권의 저서 중 '에덴의 용'(원제 The Dragons of Eden)은 칼 세이건에게 1978년 퓰리처상을 안긴 책이다. 1990년 정음사에서 국내에 소개했으나 사이언스북스에서 번역을 손 봐 새로 내놨다.

이 책에서 칼 세이건은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 인간 지성의 기원을 추적한다.

30년의 시간 차가 있는 만큼 현재 밝혀진 뇌에 대한 연구결과와는 세부 내용에서 차이가 있지만 당시까지 이뤄진 뇌과학의 성과를 정리ㆍ소개해 뇌과학 대중화에 공헌한 과학 고전이다.

칼 세이건은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라며 말문을 연다. 1년 중 고작 1시간30분을 차지할 뿐인 인류의 역사를 우주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곧 이어 장대한 우주의 역사가 인간의 뇌 속에 응축돼 있다고 덧붙인다. 그 증거로 인간의 마음을 이루는 시냅스의 결합 방식은 우주 전체의 양성자 수보다 많다는 사실을 든다.

세이건은 인간의 뇌가 R복합체에서 변연계를 거쳐 신피질로 진화됐다고 설명한다. R복합체가 공격적 행동을 지배하는 파충류의 뇌라면 변연계는 정서를 지배한다. 깊이 있는 사고와 추론 기능은 신피질에서 담당한다.

이어 인간의 뇌가 지능이 떨어지는 파충류와 동일한 구조에서 점차 이성이 발달해 가는 진화의 과정을 신화와 연결시킨다.

성서에 등장하는 에덴 동산은 300만-4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 다른 종과 일체가 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던 시기를 상징한다. 에덴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던 인간에게 선악과 즉, 신피질의 추상기능과 윤리적 판단 기능을 가져다준 것은 파충류인 뱀이다.

책의 제목 '에덴의 용'은 파충류나 다름 없던 인간을 뜻하는 동시에 이성을 갖춰 나가는 진화 과정에 대한 메타포인 셈이다.

그는 선배 과학 저술자 브로노프스키의 말을 인용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인간의 문명은 과학의 문명이다. 그것은 지식이 우리 문명의 존재 기반이라는 말이다. 지식은 우리의 운명이다."

326쪽. 1만5천원.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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