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칼럼> 템플스테이의 계절

2006. 7. 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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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휴가의 계절 7월이 시작됐다. 잿빛 도시를

벗어나 푸른 산과 바다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출렁거리는 때다. 일부 해수욕장은 벌

써 개장식을 가졌다. 심산유곡의 산사들도 각종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

고 속세인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템플스테이란 산중 사찰이나 암자에서 스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수행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고요함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몸

의 생기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이 프로그램의 생명은 참나(眞我)를 찾는 데 있다. 집착과 탐욕, 무지의 바다에

서 헤맸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과 몸으로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인 셈. 밖으로만 향하는 속세의 육안(肉眼)을 버리고, 안으로 향하는 탈속의 심안(心眼)을 얻음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알차게 살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국토 최남단에 있는 해남 미황사는 매년 독특한 수행 프로그램으로 휴

가객과 학생들을 불러 들인다. 오는 8일과 9일의 경우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음악 템플스테이'를 개최해 산사 음악회와 참선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운영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오케스트라로 울려 퍼지는가 하면, 바이올린 연주와 판

소리 춘향가, 서사시 낭송 등이 다채롭게 마련된다.

미황사가 대표적 템플스테이 명소로 자리잡은 것은 독특한 프로그램도 프로그램

이지만 빼어난 주변 경관 덕분이기도 하다. 1천300년의 전통을 가진 미황사는 남도의 금강산인 달마산을 배경으로 단아하게 앉아 눈앞에 펼쳐진 남해바다를 굽어본다. 참선도 하고 구경도 하는 일거양득이랄까.

그 효과가 알려지면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찰이 꾸준히 늘고 있

다. 불교계의 경우 50개의 사찰을 공식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정했다. 이중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은 5곳이나 된다. 불자가 아니라도 천주교 등 타 종교 신자들도

근래들어 많이 찾고 있어 종교 간 대화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고.

템플스테이는 비록 머리를 깎진 않지만 단기간에 시도해보는 일종의 출가이다. 비움과 놓음의 수련과정을 통해 자신을 찬찬히 돌아보고 나와 타인, 나와 우주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깨닫는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는 여행인 템플스테이는 예불과 참선, 발우공양, 울력 등으로 '새로운 나'가 재탄생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여름휴가철은 우주의 근본인 범(梵ㆍ대자연)과 개인의 중심인 자아(我ㆍ

나)가 궁극적으로 같다는 범아일여(梵我 一如)의 진리를 깨닫는 계절이기도 하다. 벽암록에 나오는 '만법귀일'(萬法歸一.모든 법은 하나로 돌아간다) 법문과 상통하는데, 이는 다시 '만물은 만형(萬形)이지만 그 중심은 하나(一)이고 그 하나는 무(無)에 의해서 된다'는 노자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방이 녹음으로 꽉 찬 계절에 들어보는 '무'자 화두가 미묘하다.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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