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파서 빈틈 채운 '현대시' 동인

2006. 6. 28.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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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동인은 우리 시사의 빈틈이던 시의 환상성 영역을 새롭고도 지속적으로 개척했다."

문학평론가 최라영씨(33)가 연구비평서 '현대시 동인의 시세계'(예옥)를 냈다. 1960년대 한국 모더니즘 시세계를 대표하는 '현대시' 동인의 정신적 초상을 입체벽화로 그려냈다. '현대시'의 문학사적 위상, 동인들에 대한 유형화, 14명 시인론을 담고 있는 총괄적이고도 개별적인 비평 모음이다. '현대시' 및 그 동인들과 관련된 숲과 나무를 아울러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까지 월간 '현대시학'에 연재했던 내용을 한데 묶은 것이다.

'현대시'는 62~72년 순수시를 지향하는 모더니즘 계통의 시인들이 중심이 돼 펴낸 비정기 종합문예지 성격의 동인지로 26집까지 나왔다. 주요 멤버는 허만하·김규태·김영태·이유경·주문돈·이수익·정진규·김종해·박의상·이승훈·마종하·오탁번·이건청·오세영(등단 순서) 등 대부분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단한 시인들이다. 이들은 내면탐구, 언어탐구, 의식의 흐름, 환상 추구라는 시세계를 보여주다 70년대 이후 각기 개성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최씨는 '현대시'의 시론을 모더니즘과 상징주의를 양대 축으로 삼아 무의식·환상·꿈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면의 탐구와 언어의 실험을 기치로 내세운 것이다. 동인들의 공통적 문학이념인 내면 탐구는 당시 문단의 순수·참여논쟁 와중에서 '난해성' '알코올적 언어' '현실도피적 순문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현대시'의 문학적 위상에 대해 "한국전쟁과 관련해 민족적 담론이 우세했던 당시의 결핍된 '자아의 내면' 문제를 독자적으로 개척함으로써 한국 시문학사의 다양성을 갖출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문학사적으로 이상·정지용·김광림의 시론·시정신을 치열하게 이어받아 80년대 이후 모더니즘 계열의 시인들에게 초석이 돼주었다는 평이다.

이들은 '시=언어=신화'로서 세계와 불화를 겪는 현대인의 내면과 자의식을 줄기차게 탐구하면서도 각개약진 형식으로 개성적 시세계를 펼쳐보였다는 점에서 동질이형의 시인군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이들을 ▲자아와 사랑의 탐구=이승훈·김규태·주문돈(자아의 내면에 초점을 두고 의식의 흐름을 포착하는 내면·언어 탐구), 김영태·오탁번·이수익(자아와 타인의 관계맺기라는 사랑의 양가성을 보여주는 시 경향) ▲자아와 자연의 탐구=정진규·허만하(몸과 자연의 생명력), 오세영·이건청(유기체적 사유와 문명비판) ▲자아와 현실의 탐구=마종하·이유경(소외된 자의 남루한 일상에 대한 융화·관찰), 김종해·박의상(원혼을 위로하면서 현실을 비판)으로 분류했다.

저자는 '현대시' 동인지의 현실적 의의에 대해 ▲현역 중진시인들의 시 수업 기간이면서 처녀시집 출간의 모태이자 ▲시창작을 평생의 업으로 삼게 한 추진제였으며 ▲예술로서의 시를 추구함으로써 우리 시사를 다채롭게 빛냈다는 점을 꼽았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사진제공|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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