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에너지원 찾아라]"인공태양"상용화 구슬땀

2006. 6. 7.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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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희경경제부장]"저유가 시대는 끝났다." 세계 경제가 맞닥뜨린 악재이자 한동안 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중국과 인도의 점증하는 수요는 차치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산유국의 생산여력이 한계에 도달해 유가는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촉발된 신·재생에너지 개발붐이 다시 일고, 미국이 원전 건설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저유가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후다.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에 나선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둘러 보았다./ 카다로쉬(프랑스)·프라이부르크(독일)·포스마크(스웨덴)

◇인공태양

=프랑스 남단 마르세유. 지중해의 상큼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차로 1시간 남짓 동쪽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카다로쉬 연구단지. 도심을 피해나온 듯 입구에선 속을 종잡을 수 없었다. 핵잠수함 원자로 설계를 비롯해 핵폐기물, 미생물학까지 원전에 관한 전후방을 아우르는 프랑스 최대 원자력 연구단지여서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간단한 브리핑 후 찾은 핵융합 실험실에선 때 마침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스리, 투, 원…." 순간 벽면의 모니터에 섬광이 잡혔다가 20초 만에 사라졌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밝은 표정이다. "한 주에 4차례 정도 실험을 합니다. 3년 전 6분을 넘긴 적도 있습니다."

섬광을 일으킨 실험장치(토카막)는 연구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책임연구원은 실험이 끝나자 "방사능 걱정은 하지 말라"며 기자를 장치 코앞까지 밀어붙인 후 핵융합 에너지와 실험 과정을 설명했다.

프랑스 카다로쉬 연구단지, 국제 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 유치상용화 목표시점은 2050년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 내부와 같은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2개의 수소 원자핵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량이 무한하다. 더구나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핵폐기물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핵융합 연료 1g은 8톤의 석유에 해당되며, 시간당 10만㎾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인공태양'을 만드는 셈이 된다.

카다로쉬는 최근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토카막 때문은 아니다. 더 큰 것은 영국에 있다. 그런데도 각 나라의 핵 전문가들이 몰려드는 것은 지난 5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덕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공동 참여한다. 앞으로 10년간 50억유로를 투자해 실증장치를 설치한 후 안정적인 운영에 성공하면 시험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과학�∮茱珦岵막�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입증하게 될 것입니다." ITER 국제팀의 홍보책임자 아코 마스의 설명이다.

하지만 ITER의 상용장치 건설 목표 시점은 2050년으로 멀다. 핵융합 과정에서 나오는 1억도 이상의 열을 지속적으로 견뎌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가 간단치 않은 것이다. ITER에 앞서 1985년 미국과 옛 소련이 핵융합 발전 프로젝트에 합의하고도 진척이 더딘 것이 이를 방증한다. 기술의 진보를 믿는다면 상용화 시점은 앞당겨질 수 있겠지만 핵융합 발전은 아직 꿈의 에너지다.

◇태양의 도시

=프랑스 및 스위스 국경에 인접한 독일 서남부의 프라이부르크시는 태양열 풍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독일하면 떠오르는 우중충한 날씨는 이 곳에선 남의 나라 얘기다. 건물 옥상이나 외벽에 줄지어 선 태양광전지판은 `태양의 도시'라는 별칭이 실감나게 만든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에서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인근 샤우인스랜드산 등에는 풍부한 바람을 활용하는 풍력발전기기가 산재해 있다. 시민 20만명의 `발'은 일반 버스보다는 전동차, 승용차보다는 자전거다.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이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프라이부르크가 태양열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75년. 원전 반대 시위를 계기로 독일 전역에서 환경보호 운동이 전개되자 미래 에너지에 관한 심각한 문제 인식이 신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관련 법안이 제정된 것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다.

신·재생 에너지 살아있는 박물관독일 프라이부르크시, 경제성은 아직 떨어져

태양열 활용의 랜드마크는 시내에서 남쪽으로 3㎞ 떨어진 보봉생태마을과 슐리어베르크 태양광 연립주택단지다. 실평수 20~60평의 58가구가 입주한 슐리어베르크는 지붕이 태양광전지판으로 조밀하게 짜여졌다. 유리창은 아르곤가스를 넣은 삼중창이고, 단열재 두께는 25㎝에 달한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단지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전력은 연간 42만㎾/h.

인근 보봉생태마을에 자리잡은 `헬리오트롭'(Heliotrop)은 태양열 주택의 상징. 외부지름 11m, 3층 높이의 원통형 구조로 건축가 롤프 뒤쉬가 12년 전 160만유로를 들여 지었다. 앞면은 태양열전지, 뒷면은 단열재로 처리돼 있는데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 자체가 움직인다.

현재 이 도시에 설치된 태양광전지판은 모두 3만2000 평방미터 넓이로, 축구장 4개 크기다. 이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량은 연 650만㎾/h며, 도시 전력 수요의 0.6%를 차지한다.

이미 6기가 가동 중인 풍력발전기를 통한 전력생산량은 1기에 연 300만㎾/h씩으로, 시 전력소비의 1.9%, 5600가구분을 책임지고 있다. 폐목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매스를 포함해 신�♣瀯煊〕恪痔� 비중은 4%가량. 시 당국은 이를 2010년까지 1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연태양 역시 화석이나 원전의 절대적 대안은 못된다. 4인 가구가 거주하는 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데 2만유로가량이 들어간다. 정부가 일반 전력요금(㎾당 18센트)보다 3배 가까이 높은 50센트에 사주고 있는데,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평균 10~12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현재 에너지 보급률이 한자릿수에 미치지 못하듯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 환경과의 토마스 드레셀씨는 "원전과 비교하면 경제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 부수효과가 만만치 않다"고 강조했다.

정희경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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