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멘' 2006, 새 데미안은 다크포스가 부족해

2006. 6. 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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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새롭게 탄생한 '오멘'은 2006년 6월 6일을 맞아 나온 시의적절한 리메이크다. (개봉 첫날 밤잠을 포기하고 극장에 갔더니 0시6분에 시작하는 6관 표를 살 수 있었다!) 성경에 기록된 악마의 숫자 666이 적그리스도의 머리 한가운데 새겨져 있다는 원작의 설정을 충분히 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아이의 정수리에 또렷하게 새겨진 666의 표식은 당시 겁에 질린 부모들이 제 아이의 머리를 박박 밀어 살피게 만들 정도로 경악스러웠고, 1000년에 한번 돌아오는 6이 세번 겹친 이날을 맞아 666마케팅이 창궐하게 할 만큼 긴 여운을 남겼다.

그 여운을 최대한 이용하겠다고 작심한 걸까? '오멘'은 1976년의 원작을 판박이 한 듯 하다. 로마에서 근무중이던 젊은 미국 외교관 로버트 쏜은 사산한 아내에게 진실을 말할 수 없어 같은 시각 태어난 다른 아기를 친아들이라 속이고 키운다. 영국으로 부임한 부부는 아이에게 데미안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애정을 쏟지만, 아이가 5살이 되던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보모가 자살하고, 낯선 신부는 데미안을 악마로 지목하고, 사진기자는 죽음의 징후를 포착한다. 줄거리뿐 아니라 상당수 장면까지 그대로 따왔다. 그 결과는 제작진도 예상하고 있었으리라. 원작소설을 그대로 옮긴 '다빈치 코드'의 사례에서 이미 목격했듯, 기본은 하지만 오리지널의 매력은 찾기힘든 무난한 리메이크작이 탄생했다.

세기말을 별탈없이 보냈으며, '데스티네이션' 시리즈 덕에 예고된 죽음이 너무나 익숙하고, 유혈낭자한 슬래쉬 무비에도 눈하나 깜짝않는 2006년의 호러팬에게 30년만에 컴백한 '오멘'이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오멘'은 같은 줄거리, 비슷한 장면을 보다 속도감있고 역동적으로 재현하는 데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원작을 차용하면서도 등줄기가 서늘할만큼 숨막히는 제리 골드스미스의 주제음악을 빠뜨렸고, 점프컷을 활용한 깜짝효과나 액션영화를 연상시키는 속도감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이는 관객이 기억하는 '오멘'다움과 거리가 멀다. '오멘' 신드롬의 핵심은 기독교적 종말론에 바탕을 둔 치밀한 각본,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천천히 가슴을 조여오는 공포와 긴장이었다.

2006년의 '오멘'에서 가장 돋보이는 존재는 데미안의 새 보모 베이록 부인 역을 맡은 미아 패로우다. '오멘'의 효시나 다름없는 걸작 오컬트 무비 '악마의 씨'에서 악마의 아기를 잉태했던 그녀다. 나긋나긋한 백발 노부인의 껍질 속에 섬뜩한 기운을 가득 담은 베이록 부인의 존재감은 눈을 부릅뜬 어린 악마 데미안을 훌쩍 넘어선다.

이에 비해 옅은 미소만으로 관객을 경악케 했던 원조 데미안, 하비 스티븐스를 떠올린다면 새로운 데미안인 샤무스 데이비 핏츠패트릭는 어딘지 미숙하다. 안타깝게도 다크 포스가 약하다. 1967년작에서 보여준 너무 뛰어난 연기 때문에 이후 어떤 영화에도 출연하지 못했던 하비 스티븐스의 불행이 다행히(?) 재현되지는 않을 듯하다.

발달한 특수효과 이외에 '오멘'이 원작 이후 흐른 30년 시간의 덕을 본 부분은 딱 한가지다. 우리 모두가 '세상의 종말'에 30년 가까이 다가갔다는 점. 쌍둥이 빌딩이 녹아내린 9.11 테러, 아시아를 덮친 쓰나미 재난을 요한계시록에 묘사된 종말의 징후와 맞춰가는 순간은 선량한 부부의 비극과 데미안의 무표정한 악마성보다 더 섬뜩하다. 18세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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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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