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방송보도 공식은 '시시콜콜·자사홍보'

민임동기 기자, gom@mediatoday.co.kr 2006. 6. 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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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뉴스 따져보기] 5일 MBC SBS 메인뉴스, 월드컵에 절반 할애

[미디어오늘 민임동기 기자]

5일 방송3사 메인뉴스와 관련한 '풍경' 몇 가지.

우선 KBS. <뉴스9>에서 25꼭지 가운데 5꼭지를 월드컵 관련 뉴스로 내보냈다. 비교적 무난한 수준이다. MBC. <뉴스데스크>에서 날씨까지 포함한 31개의 리포트 가운데 15꼭지를 월드컵 뉴스로 채웠다. 절반이다. SBS. <8뉴스>에서 방송된 33꼭지 중 14꼭지가 월드컵 소식이다. 절반에 조금 못 미친다.

압도적 우위 점하고 있는 월드컵 관련 리포트

▲ 6월5일 MBC <뉴스데스크>

5일은 한미 FTA 본협상이 시작되는 날이다. 방송3사 모두 주요뉴스로 다루긴 했지만 KBS를 제외하곤 월드컵과 비교해 양적인 면에서 '절대적으로' 밀린다. KBS는 이날 메인뉴스에서 한미 FTA 협상 소식을 3꼭지, MBC와 SBS는 각각 2꼭지씩 다뤘다.

물론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만큼 양적인 수치만으로 비교평가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봐도 문제점은 발견된다. 비교적 무난한 수준을 보인 KBS는 논외로 하고 MBC와 SBS를 살펴보자. (KBS는 월드컵 관련 소식을 메인뉴스에서는 5꼭지로 전하고 스포츠뉴스에서 별도로 처리했다.)

5일 <뉴스데스크>의 절반을 월드컵 소식으로 전한 MBC. 어떤 리포트들을 내보냈을까.

[가자 16강으로] 다시 가다듬고[스포츠] 가나 평가전…수비 공격 허점[스포츠] 평가전 총 평가…맞춤형 전술 시험[스포츠] 토고전 해법 있다[사회] [독일월드컵 D-4] 태극전사 파이팅! [서울 광화문 포토존][스포츠] 호주 1:1 네덜란드/월드컵 이모저모[스포츠] [프랑크푸르트] 거리응원 메카 마인강변[스포츠] [프랑크푸르트] 제2의 홈구장[스포츠] [프랑크푸르트] 교민들 기대반 걱정반[스포츠] [프랑크푸르트] '쾰른' 한국팀 맞이 준비 끝[스포츠] [프랑크푸르트] 토고 "이변 주역되겠다"[사회] 국민들 "그래도 믿는다"[사회] 월드컵에 울고 웃고[사회] 차범근, 돋보인 경기 분석[스포츠] [월드컵 인사이드] 징크스도 제각각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다 언급하고 있다. MBC, 스포츠 전문방송이 아니다. 좀 자제하자.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MBC, '시시콜콜·자사홍보·알쏭달쏭' 월드컵 리포트

▲ 6월5일 MBC <뉴스데스크>

우선 <차범근 돋보인 경기분석>이라는 리포트. 내용은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독일 월드컵 MBC 해설위원을 맡은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이 한국-가나전에서 '탁월한' 해설로 찬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 홍보 필요하지만 굳이 메인뉴스에서 이렇게 나서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 자제하자 MBC.

<월드컵에 울고 웃고>라는 리포트. 월드컵의 명과 암 가운데 '암'쪽에 주목한 이 리포트는 월드컵 열풍에 극장가와 서울 시내 호텔, 응원이 끝난 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더미를 치워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의 '풍경'을 담았다.

문제제기 하나. 월드컵의 '암'이 기껏 이런 종류밖에 없을까. 단편적이다. 문제제기 둘. 응원이 끝난 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더미를 치워야 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모습을 담았으면 우리의 응원문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법도 한데 언급이 없다. 왜일까. 문제제기 셋. 이 리포트의 마무리를 "축제분위기 속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모두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설렘으로 맞고 있습니다"로 정리했다. 진짜일까. 문제제기 넷. 결론을 이런 식으로 내릴 거면 굳이 이 리포트 내보낼 이유 없지 않았을까.

SBS도 '시시콜콜·자사홍보·알쏭달쏭' 월드컵 리포트

▲ 6월5일 SBS <8뉴스>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내용을 월드컵 관련 소식으로 채운 SBS의 이날 <8뉴스>도 살펴보자. 다음과 같다.

<가나팀 감독 "한국, 4년 전만 못하다"><축구대표팀, 가나에 1:3 '씁쓸한 패배'><공격진, 제공권 장악 실패…압박도 실종><속임 동작에 '숭숭'…수비 곳곳 구멍><이을용 '빛바랜 중거리슛'><토고전 '먹구름'><대표팀 내일 쾰른 입성…남은 일정은?><수만명 거리 응원…끝까지 "대~한민국!"><붉은 악마 "기업후원금·수익사업 금지"><'피말리는 강박감'에 시달리는 선수들><독일로 간 전통북…북소리엔 어떤 비밀이?><베를린 시민들 "통일 도시에서 인류화합을"><브라질 독일 입성 "우승하러 왔다"><슈투트가르트, 축구 페스티벌 시작>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MBC와 엇비슷한 모습이다. 5일자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SBS 또한 그동안 메인뉴스에서 독일월드컵 SBS 해설위원인 신문선·황선홍씨를 홍보하는 리포트를 내보내왔다는 점에서 자사홍보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월드컵 열풍의 이면에도 주목할 수 있는 여유와 관심이 필요

▲ 6월5일 SBS <8뉴스>

짚고 넘어가야 할 것. SBS는 5일부터 <8뉴스>에서 월드컵의 명암 연속보도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 첫 순서가 스포트라이트에 숨겨진 선수들의 스트레스다. 연속보도라는 점에서 후속 보도를 지켜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부분이긴 하지만 첫 순서를 선수들의 스트레스로 풀어나간 것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방송사들의 이 같은 월드컵 '올인' 분위기는 지난 5일자부터 월드컵 열풍에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일부 조간들과 차이를 보인다. 중요한 것은 월드컵 열풍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주목하는 여유와 관심이다. 그것은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월드컵과는 관계없이 현실은 현실로 존재한다. 북핵 문제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고유가와 환율로 휘청거리는 경제, 부동산 거품, 지방선거 이후 마비되다시피 한 국정운영 등 나라의 현안은 현안대로 남는다." 6일자 중앙일보 사설의 한 부분이다. 월드컵에 '올인'하는 방송사들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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