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2% 부족한 벤처활성화정책

2006. 5. 11. 1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영국에서의 일이다. 국민이 사치와 허례허식에 빠져 각종 호화 장신구를 하고 다니자 당시 왕이었던 헨리 4세는 금은보석 등 호화 장신구로 몸을 장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을 제정·반포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고민하던 왕이 새로운 부칙을 추가로 발표하자 모두 그 법을 지키게 됐다고 한다. 부칙은 '단 창녀와 소매치기는 이 법령에서 제외된다'였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이 사례는 2%에 불과한 부칙으로 100%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현 정부는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벤처기업 활성화를 꼽았다. 지난 2004년 말 당시 경제부총리는 '2005년은 벤처부활의 원년'이라고 밝히고 '장맛비에 젖은 나무를 태우려면 불쏘시개로는 안 되며 석유를 뿌려야 한다'며 4년간 12조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책을 비롯해 여러 가지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다양한 투자수요 등 벤처자금 선순환의 장을 만들고자 그동안 명맥만 유지해왔던 '제3시장'을 개편, 지난해 7월 '프리보드'로 새로이 출범시켰다.

 출범 초만 해도 프리보드는 성장 기대감을 바탕으로 조직화된 장외시장으로 발전할 것이 예측됐지만 불분명한 위상과 '시장'으로 간주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 등 여러 제도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구실을 못하고 과거 제3시장과 다름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면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부의 '제2 벤처 붐' 조성을 위한 선결 과제는 물론 자금조달이지만 벤처기업육성자금 등 자금 자체를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두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서 입에 넣어주는 것'으로는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프리보드를 통한 직접금융 활성화는 '물고기 대신 어망을 짜는 방식과 어디에 그물을 쳐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격'에 비유된다. 기업에 대한 창업 및 직접금융의 균형적 지원을 위해서는 조직화된 장외주식시장 발달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프리보드는 신생 기업을 비롯해 정규 거래소시장 진입을 추구하는 오래된 기업을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신시장'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프리보드의 기능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비상장 우량·유망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시장 기능. 둘째, 정규 시장인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기업의 유동성을 제고함으로써 원활한 퇴출경로를 확보시켜 주는 기능. 마지막으로 정규시장 진입을 위한 예비시장, 즉 '프리(pre)-정규시장' 기능이다.

 프리보드 활성화는 중소·벤처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 목적에 부합할 뿐 아니라 정규 주식시장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 증권시장을 한 단계 선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프리보드가 그러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키워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가교 시장으로서 프리보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편 매매 활성화를 위해 기존 상대매매제도에서 벗어나 단일 가격에 의한 경쟁매매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 시장에 대한 신뢰성과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시장 진입·퇴출 요건 및 공시제도 강화, 규제·감독 수준 강화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세제 개선을 통해 세제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프리보드 지정기업이 정규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 상장 특례를 적용해 예비시장으로서의 기능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결국 경제회생을 위해 '당국의 강력한 의지'라는 2%가 무엇보다도 아쉬운 시점이다.

 황선웅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shwang@cau.ac.kr

-'No.1 IT 포털 ETNEWS' ⓒ 전자신문 & 전자신문인터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자신문인터넷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http://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