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이끌 60인] 16. 정재승 KAIST 교수

2006. 5. 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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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학기술인력의 산실이자 첨단기술개발의 메카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언제나 활력이 넘친다. 우수 연구인력과 교수들이 뿜어내는 열기, 그리고 젊음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국내 첫 외국인 총장 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연임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잠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그때도 연구실은 밤을 지새우는 학생·교수들로 북적였다. 이들이야말로 한국을 이끄는 힘이자 상징이다.

KAIST에는 30대 젊은 교수가 흔하다. 대부분 영재로 분류되는 과학고등학교 출신들이 많다. 최근 국내외 학계로부터 소장 물리학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바이오시스템학과 정재승 교수(34)도 그중 한 명이다.

굳이 차별화하자면 정교수는 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완전 '토종'이라는 점이다. 해외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금의환향한 교수들과 달리 국내에서 한 눈 팔지 않고 공부해 세계적인 석학대열에 오른 성공적 사례다. 그는 현재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와 미국 콜롬비아 의대 교수로 근무하며 1년 중 8개월은 한국에서, 4개월은 미국에서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

겨울학기 2개월간 미국 강의를 마치고 지난 3월부터 KAIST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활기찼다. 30여명의 흑인, 백인, 히스패닉 계열의 사람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을 이용한 뇌 활동 분석,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 담배를 끊고 못끊는 사람들의 차이, 도박판에서 벌어지는 겜블러들의 선택 등 다양한 연구활동에 신바람이 났다.

그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인간의 의식활동에 관한 영역이다. 뇌의 정보처리 기능을 분석하고 이를 모델링하는 연구가 주된 관심 사항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하고 정신질환자들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의학, 생물학 그리고 공학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2004년 KAIST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로 연구단지에 둥지를 틀었다. 국내 유일학과인 바이오시스템학과는 국내 벤처 업계 대부로 불리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의 사재 3백억원과 정부 지원금을 재원으로 2002년 만들어졌다. 바이오 분야와 정보·전자·나노 분야 등을 융합한 새로운 학문영역으로 정교수를 포함해 컴퓨터 공학, 의학, 기계공학, 물리학, 화학, 생명공학 등 전문분야 9명의 교수가 포진해 있다.

설립 당시 정회장이 "우리 국민이 10년 후에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의 융합분야를 다루는 학과를 만들어 10년 후에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인재를 길러 달라"고 했을 정도로 이 학과가 갖는 의미는 크다.

"21세기에는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기보다 2~3개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고 또 그 분야들을 넘나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학과는 그중에서도 생명현상을 중심으로 해서 다양한 공학분야와 자연과학 분야를 넘나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 그것을 토대로 생명현상의 기저에 흐르는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한편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로 승화시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입니다."

현재 그의 활동은 크게 학문연구, 후학양성, 방송활동과 글쓰기 등에 집중돼 있다. 그는 "영역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한 가지 과학의 대중화가 목표"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이러한 성과를 국민들과 함께 나누는 것, 방송이나 글쓰기는 바로 이러한 소통을 위한 도구"라고 말했다.

훌륭한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에게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과학은 어렵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경이로운 학문입니다. 성실히 도전하고 준비한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는 산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험난한 여정에 기꺼이 도전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사이언스 키드'로 출발해 대뇌정보처리분야에서 세계적 과학자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정재승 교수. 그가 한국 과학의 산증인이자 후학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과학자로 남길 기대한다.

〈글 정혁수·사진 김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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