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터넷 경매장은 '만물상점'

2006. 5. 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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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상품 등장하고 전문사이트 잇따라 개설 치열한 시장 쟁탈전

"24살의 건강한 영혼을 팝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깨끗한 상품으로 0.1위엔부터 입찰을 시작합니다"

최근 중국의 한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자신의 영혼을 상품으로 내 건 사람이 있어 중국인은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는 이 청년은 자신의 영혼을 경매 사이트에 올려놓으며 "영혼이 필요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 황당한 경매는 나흘 만에 1800여 명이 다녀갔고, 수십 명이 경매에 참여해 681위엔(한화 약 9만 원)에 최종 낙찰됐다. "영혼을 어떻게 가져갈까"하는 의문만 남긴 채…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에 자신과 아이들을 팔겠다는 경매자가 나와 세계인을 경악하게 했다. 현지 언론 등에 대서특필된 이 사건(?)은 최근 경매트렌드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사는 이 여성은 '이 관계는 당신이 원하는 것입니다' 라는 묘한 제목의 광고를 올리며 알려졌다. 그녀는 "폭력적이고 나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남편으로부터의 탈출을 원한다"면서 "나와 내 아이들에게 사랑과 좋은 집을 제공하는, 점잖고 가정에 충실한 남성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베이 측이 즉각 이 여성의 광고를 삭제하면서 단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중국서는 '영혼'까지 팔아

이베이 약관상 금지된 일이지만 최근 '사람'이 경매에 나오는 일은 흔해졌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만삭인 자신의 배를 광고판으로 이용하라고 내놓은 임신부도 있고 자기 이마에 회사로고를 새겨 1000달러를 번 사람도 있었다. 물론 친구나 졸업파티에 함께 갈 파트너가 돼 준다며 자신을 경매에 내놓는 일도 종종 있었다. 심지어 2004년 한 소년이 이베이에 얼마 전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령을 경매에 부쳐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주택 등 건물이나 자동차, 미술작품, 농산물 등의 전유물이던 경매가 최근엔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무한변신'을 하고 있다. 직접 경매 현장에 가지 않고 필요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대형 포털사이트는 물론 전문 경매를 표방한 사이트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미 삼성을 비롯해 롯데, CJ, GS 등이 쇼핑몰을 통해 인터넷 오픈마켓(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발을 담근 상태며, 한 대형 네트워크업체도 조만간 본격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이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앞다퉈 시장 참여에 나서는 것은 ▲편리하고 저렴한 유통비용과 ▲낮은 진입장벽 ▲매매보호장치로 인한 안전한 거래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경매가 이뤄지는 인터넷 오픈마켓에 최근 새로운 도전자들의 잇단 참여로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면서 "옥션과 G마켓의 양강 구도 속에서 지난 4월 5일 서비스를 시작한 엠플온라인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오픈마켓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GS, CJ 등 대기업에 이어 커뮤니티 포털인 싸이월드도 5월부터 정식으로 오픈마켓 서비스를 개시해 시장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오픈마켓이 자리를 잡은 것은 결국 1990년말 인터넷 열풍에 힘입어 국내 인터넷 경매시장을 주도한 옥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작년 전자상거래 10조원 넘어

(주)옥션 커뮤니케이션팀 서민석 팀장은 "1998년 설립 이후 몇 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면서 "최근에는 하루 경매 건수가 50만 건에 이르며 거래금액도 5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옥션은 연간 거래금액이 1조7000억 원, 등록회원은 1600만 명에 달한다. 서 팀장은 "대형백화점을 비롯해 유통 업태 가운데 6위에 랭크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옥션 등 온라인 장터로 쏠리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005년말 현재 국내 온라인 경매를 포함한 전자상거래 규모는 10조4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유통시장 거래 총액을 85조 원으로 추정할 경우 12.2%에 달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영혼 판매'도 공식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중국의 이베이로 통하는 온라인 경매 사이트 타오바오닷컴이 '영혼판매'를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얘기가 현실화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온라인 마켓은 더욱 발전할 것"

(주)메시안 김종천 대표

- 인터넷을 이용한 온라인 경매 시장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는데.

"인터넷이 보편화하면서 온라인 경매가 활발하다.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직접 온라인 경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도 있다. 당분간 온라인 마켓은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근 외제승용차를 인터넷 경매물로 내놓았던데.

"50만 회원 돌파 기념으로 프랑스 수입차 푸조 무료경매 이벤트를 5월 3일까지 한 달간 진행한다. '유일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100원부터 경매가 이뤄진다. 낙찰한 사람에게 무료로 경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무료경매 이벤트로 벤츠, 그랜저, 산타페 등 중형급 이상의 고가 자동차를 경품으로 올려 이용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얻은 바 있다."

-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는데.

"고객에 대한 보은차원의 무료 행사다. '고객이 있어야 기업이 있다'는 경영 방침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마케팅을 고려한 면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이익을 회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회원 가운데 행운이 돌아갈 수 있는 일은 개인이나 회사로서도 좋은 일이다. 경매의 묘미 아닌가."

- 어떤 회사인가.

"우리가 운영하는 제로옥션(www.zeroauction.co.kr)은 무료 경매만을 위한 사이트가 아니다. 멤버십 프리미엄 포털 서비스 업체다. 부담없이 놀 수 있는 엔테테인먼트 서비스를 지향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월 4000원에 이벤트 경매, 영화, 만화영화, 잡지, 로또, 운세, 휴대전화 벨소리 등 다양한 컨텐츠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무료경매 이벤트는 TV, 노트북, 순금, 세탁기 등 매주 신규 경매가 진행됨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랭키닷컴에서 이벤트 경매 1순위로 올라섰을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을 모았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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