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씌운 골목시장 '장보는 재미' 북적

2006. 4. 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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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네트워크 성공시대/⑦ 중곡제일시장

"시설이 변했고 시장사람들이 바뀌었죠. 아케이드를 설치한 뒤로는 비 오는 날도 손님들이 많아요. 상인들도 서비스 정신이 생겼습니다. 고객들은 물건값의 1~3.3%를 적립하는 할인쿠폰을 다른 가게에서도 현금처럼 쓸 수 있죠. 배달은 기본이고 반품과 환불로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서울 광진구에는 할인점·대형마트와의 경쟁을 이기고 매출 성장을 이뤄낸 골목시장이 있다. 143개 점포들이 모인 중곡제일시장의 지난해 월매출은 64억원 수준으로 2년 전에 비해 갑절로 뛰었다. 하루 1천명을 밑돌던 이용객수도 3천명 안팎까지 늘었다. 시설현대화 사업과 상인들의 변신 노력이 한데 어우러지며 상승작용을 빚은 결과다.

중곡제일시장은 지난 2003년 말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15억원을 지원받아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하수도를 정비했다. 1990년대 중반 대형마트의 등장과 외환위기가 닥치며 뚝 떨어진 매출을 회복시키기 위해서였다. 상인들은 "가게를 내놓은 비율이 60%를 넘었지만, 새로 입점하려는 수요를 찾기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4천㎡ 면적의 46개동 건물에 '지붕'을 씌우면서 골목은 활기를 되찾았다. 질퍽하던 시장바닥이 깨끗해지면서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주부들이 늘었고, 비가 오면 파장 분위기가 빚어지던 것은 옛 일이 됐다.

주유소를 이용하면 현금을 돌려주는 대기업의 서비스에 착안했다는 할인쿠폰제도 중곡제일시장의 부활에 한몫 단단히 했다. 상점들의 마진 폭에 따라 3천원~1만원 어치 물건을 살 때마다 100원짜리 쿠폰을 돌려준다. 매달 말에는 추첨을 통해 상품권을 나눠주는데, 지난 8달 동안 350여명이 행운을 챙겼다. 남해수산을 운영하는 신창호(35) 사장은 "할인쿠폰을 곧장 현금으로 바꿔주기도 한다"면서 "100장을 모아 갈치·꼬막 1만원 어치를 사가는 손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곡제일시장은 명절이면 20% 안팎을 깎아주는 폭탄가 깜짝세일을 벌이고, 주부팔씨름대회나 노래자랑 같은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한다. 또 상인들과 손님들이 좀도둑에게 피해입는 일이 없도록 폐쇄회로 티브이를 설치해 감시한다.

경쟁력 회복의 원인은 가격과 품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애초 옷가게·잡화점이 주종을 이뤘고 주부들이 돌반지를 '원스톱 쇼핑'하는 금은방들이 많았지만, 지금 중곡제일시장의 주력 업종은 과일·채소, 정육점, 생선·건어물 등으로 바뀌었다. 시장상인들의 소규모·직접거래 덕분에 대형마트에 비해 신선식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비슷한 업소들이 한곳에 모여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경쟁을 하는 효과도 빚어졌다. 시장개선사업이 끝난 뒤 입점한 제일토종한우의 김석기(37) 사장은 "매출전략이 박리다매 방식으로 변한 게 큰 변화"라면서 "우리 가게에선 쇠고기 꽃등심 한근에 1만8천원, 삼겹살은 최저 5900원만 받는다"고 밝혔다.

중곡시장 상인들은 요즘 할인점의 이른바 미끼상품처럼 야채·생선 등 일부 품목을 공동구매해 점포들 앞에서 싸게 파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또 해마다 닥치는 여름철 경기부진에 대비해 오는 6월말부터 한달간 풍선축제를 벌일 계획도 갖고 있다. 박태신(52) 상점가조합 대표는 "조합원들끼리 단합된 힘이 없었다면 골목시장의 부활은 힘들었을 것"이라며 "조합이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지원이 따랐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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