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실력은 요즘 ''잘 나가는'' 검사의 필수 조건

2006. 4. 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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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된 회계자료의 분석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론스타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최근 이영상(33·사시39회) 검사를 수사팀에 새로 투입하면서 밝힌 변(辯)이다. 이 검사는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뿐더러 컴퓨터 실력도 뛰어나다. 이 때문에 그는 줄기세포 사건 수사팀이 압수한 황우석 교수팀의 해외 발송 이메일 분석에도 깊이 관여했다.

바야흐로 영어를 잘 하는 검사가 뜨는 시대다. 론스타 사건, 줄기세포 사건 등 다량의 영문자료 분석이 필요한 사안이 계속 생겨나는 탓이다. 시장 개방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검사들이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할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론스타 수사를 지휘하는 채동욱(47·사시24회) 대검 수사기획관은 남부럽지 않은 영어 실력을 갖추고 있다. 대검 마약과장 시절인 2001년 10월 호주 시드니의 마약 관련 국제회의에서 유창한 기조연설로 갈채를 받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회의가 끝난 뒤 열린 만찬 때 그는 팝송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열창, 각국 대표단 사이에서 또 한번 유명세를 탔다.

채 기획관이 처음부터 영어를 잘한 것은 아니다. 2000년 의정부지검으로 발령받아 서울 강남의 집에서 지하철로 출·퇴근하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 오고 가며 4시간 이상을 허비할 것이 끔찍했던 채 기획관은 지하철을 탈 때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영어회화 테이프를 듣는 버릇을 들였다.

박한철(53·사시23회) 법무부 정책홍보관리실장도 지하철을 '영어 공부방'으로 활용하는데 성공한 검사다. 한 후배 검사는 "우연히 박 선배의 영어 실력이 상당함을 깨닫고 그 비결을 알아보니, 인천지검 재직 시절 서울과 인천을 지하철로 오가며 닦은 기량이더라"며 웃었다.

검사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외국에서 강연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제 영어 실력은 '잘 나가는' 검사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연말 안대희 서울고검장의 미국 방문을 수행한 백기봉(42·사시31회) 검사는 스탠퍼드대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안 고검장의 강연을 유창한 영어로 통역, 주목을 받았다.

영어·중국어 등 4개 외국어에 능통한 이만희 전 서울고검 검사는 "국제화 시대를 맞아 법조인에게도 외국어 능력은 필수"라며 "검사 업무량이 많다곤 하지만 '짜투리' 시간만 잘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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