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DJ가 50만명 모았다

2006. 3. 2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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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로스앤젤레스 역사상 최대 규모중 하나로 기록될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의 시위대 동원에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의 디스크 자키(DJ)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5일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시청앞 일대에서 펼쳐진 반이민법 저지를 위한 시위에 관계 기관에서는 당초 2만명 가량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를 크게 뛰어넘는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고 경찰은 시위대를 50만명이라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 권리 단체와 교회, 노동자, 지역 사회단체 등 주최측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이날을 `위대한 3월25일의 행진'이라고 명명하면서 이 지역 스페인어 라디오 방송 진행자들이 시위대 동원에 큰 몫을 해냈음을 하나같이 인정했다.

라디오 DJ들이 시민들의 시위 참가를 독려하기 시작한 것은 시위개최를 불과 열흘 남겨둔 지난 15일.

이번 시위는 역사적으로 불법 체류자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오던 LA 대교구 '천사들의 모후' 대성당에서 지난 2월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로저 마호니 추기경이 구성한 반이민법 대책기구에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I)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제시 디아즈와 언론인 하비에르 로드리게스가 가세했고 이들은 대규모 시위를 제안했다.

이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1천만~1천200만명의 불체자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시위가 제격이다"고 결론을 내렸고 거대 노종자 조직이나 시민권 기구 등이 불참했지만 계획을 밀고 나갔다.

지난 2일 대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정치권과 스페인어 언론 매체의 동참을 호소했고 13일 스페인어 TV인 KMEX에서 반이민법 문제점을 다루자 디아즈와 로드리게스는 15일 KBUE FM라디오를 방문, DJ인 리카르도 산체스에게 DJ들이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이에 산체스는 새롭다는 뜻의 `La Nueva' FM 방송의 에디 소텔로에 이 사실을 알렸고 소텔로는 본격적으로 DJ들을 규합하기 시작, 마침내 20일에는 주요 스페인어 방송 DJ들이 한자리에 모여 라틴계의 시위 동참을 적극 독려하되 ▲평화적인 시위 ▲시위후 거리 청소 ▲성조기 지참을 강조키로 했다.

동참한 DJ들은 LA지역 라디오 방송중 최고 청취율을 달리면서 `엘 피올린(지저귀는 새)'으로 불리는 소텔로와 스페인어 방송의 하워드 스턴으로 유명한 레난 `엘 쿠쿠이' 알멘다레스 코에요, KHJ의 움베르토 루나, KBUE의 리카르도 `엘 만드릴' 산체스 등이다.

소텔로는 "나 역시 1986년 자동차 트렁크에 몸을 숨기고 불법 이민을 감행했고 10년전에야 합법적 신분을 취득했던 처지에서 불체자들의 목소리를 워싱턴에 전할 필요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라디오 아나운서로서 하느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내 동포들을 기꺼이 돕겠다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참가자들이 미국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를 원했고 마침내 해냈다"며 "더구나 현장에는 `내 부모가 여기에 와서 우리와 같은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서비스업종사자국제연맹의 마이크 가르시아 회장은 "이처럼 많은 사람을 모은 주된 힘은 순전히 그들 DJ였다. 스페인어 방송을 듣는 이는 누구나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디아즈와 로드리게스는 오는 5월1일 노동자 파업과 수업거부를 통한 또한번의 대규모 시위를 평화적으로 펼치는 `2006 위대한 미국 보이콧'을 준비중이다.

isjang@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is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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