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천회 공연 '지하철 1호선' 獨원작자 루드비히

2006. 3. 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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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 "연극은 재미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주어야 한다."

극단 학전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번안.연출 김민기)의 3천회 공연을 맞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Volker Ludwig.68) 독일 그립스 극장 대표는 20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하철 1호선'의 성공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진보적인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68세대 출신인 루드비히는 현재 독일에서 작품이 가장 많이 공연되는 극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70년대를 거치며 아동극으로 눈을 돌려 청소년.아동극을 전문으로 하는 그립스 극단을 설립했다.

`지하철 1호선'을 가장 뛰어난 번안작품이라고 극찬하는 그는 2000년 1천회 공연을 맞아 한국을 방문, 저작권료 전액면제 인증서를 선물로 줬다. 2001년에는 극단 학전을 베를린으로 초청했으며 2003년 2천회 공연을 앞두고 극단 학전 초청으로 내한공연을 했다.

다음은 루드비히 대표와 일문일답.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이 이달 말로 3천회 공연을 달성한다. 이에 대한 소감은.

▲놀랍고 기쁜 일이다. 원작자인 나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지하철 1호선의 독일 원작이 약 20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데 현지 상황에 맞게 번안된 것은 4-5개 작품이다. 그 중 가장 훌륭하고 가장 성공한 작품이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이다. 이는 연출가 김민기씨의 탁월한 예술적 능력과 열정, 그리고 뛰어난 한국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서울의 `지하철 1호선' 과 베를린의 `리니에 1'을 비교하면.

▲김민기씨 작품과 내 작품의 음악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노래 가사도 비슷하다. 배우들의 노래는 `지하철 1호선'이 훨씬 뛰어나다. 독일 배우는 노래를 잘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 배우들은 다 잘한다.

캐릭터는 상당히 다르다. `지하철 1호선'에서 자살을 하는 인물이 나오는 것도 원작과 다른 설정이다. 스토리도 한국 상황에 맞게 상당부분 수정됐다. 1986년의 베를린과 1994년의 서울의 상황이 다른 만큼 스토리 전개도 다르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의 스토리가 더 강하고 심각하다. 한국의 `지하철 1호선'을 통해 당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됐다. 독일 작품은 해피 엔딩이지만 한국 작품의 결말은 비극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대도시 빈민의 삶을 조명한 것이다. 대도시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립스 극장의 `리니에 1'이 오는 4월 30일 공연 20주년을 맞이한다. 20년간이나 장기 공연될 수 있는 이유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우선은 이 뮤지컬이 재미 있기 때문이다. 많은 역사와 많은 인물이 나온다. 90여개의 캐릭터를 10명의 배우가 소화한다. 평균 9개 정도의 배역을 갖고 있다.

이들 캐릭터 모두 재미있고 특색있다. 또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로 인식한다. 특히 록 뮤지컬은 보통의 뮤지컬보다 더 실제적이고 현실감이 있다. `리니에 1'은 앞으로 30년, 40년 계속될 것이다.

20주년을 맞이해 예전의 배우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극장 이름인 `그립스(GRIPS)'의 의미는 북부 독일의 관용어로 `깨어 있는 이성', `위트가 있는 이성'을 의미한다고 한다. 당신 작품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연극은 재미와 함께 생각할 것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6.8 학생운동' 세대로 연극에 뛰어들었다. 우리는 정치 운동으로 극장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현실을 보여주고 아울러 희망을 주고 싶었다. 그들을 강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에게 거짓이 아닌 구체적인 유토피아를 보여주고 싶다.

--그립스 극장은 아동극을 전문으로 한다. 왜 아동극인가.

▲우리는 좌파 사회주의 운동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정치적 동기에서 어린이들에게 주목했다. 특히 베를린 빈민 지역의 어린이들을 교육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또한 어린이를 의식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이제는 어린이들의 문제 자체를 다루고 있다. 아동학대 문제와 청소년 문제 등 그들의 문제를 다루는 연극을 만들고 있다. 어린이는 좋은 관객이다.

--김민기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친구로서, 연극 연출가로서 김민기씨에 대해 말해달라.

▲그는 위대한 시인이자 음악가다. 특히 그의 `아침 이슬'은 아름답고 놀라운 시다. 그는 뛰어난 연출가이자 매우 엄격한 연극 연출가다. 그는 배우와 스태프를 혹독하게 교육한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아동극을 계속 만들 계획이다. 올 가을에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원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드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노후한 극장 시설을 보수해야 한다. 극장 운영이 쉽지 않다. 정부 보조금이 70%, 극장 수입이 30%다. 한국 극단 학전이 보조금 없이 운영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한때는 보수정권에 의해 어린이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주입한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긴 경우도 있었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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