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동반자.. 믿는 만큼 마음 열린다

2006. 3. 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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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부모들, 새 담임교사와 관계 맺기

새 학년이 시작됐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학생들 못지 않게 학부모들도 아이의 새 담임 교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낯선 담임과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은지, 1년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럽기까지 하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아이 맡겨놓은 죄인'이 아니라 자녀교육의 동반자로서 1년 동안 교사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선 교사들로부터 학부모들이 교사와 올바른 관계를 맺는 방법을 들어봤다.

교사와 사귄다는 마음으로 만나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와 학부모의 신뢰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를 매개로 한 역할로서의 교사와 학부모이기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친분을 쌓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급운영 정보 사이트 '교중어락'(schoolfish.njoyschool.net)을 운영하는 김창오 울산 동평중 교사는 "사무적으로 자기 아이에 대해서만 얘기를 나누고 돌아가는 학부모보다는 아이를 지도하면서 어려움은 없는지를 묻는 등 교사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는 학부모를 만나면 마음이 열린다"고 말했다. 교사에게 수시로 편지나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좋다. 김성오 경기 고양 무원초 교사는 "교사에게 학부모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면 교사가 아이와 학부모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교사와 사귀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이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자

학기 초에는 교사들도 학생들이 낯설다. 한 사람이 40명 가까운 학생을 지도해야 하는 데다, 학기 초에는 분위기도 어수선해 아이들 하나 하나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적지 않은 학부모들은 학기 초에 교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대뜸 "우리 아이 어때요?"라거나 "무슨 문제는 없나요?"라고 묻곤 한다. 교사로서는 형식적인 답변을 할 수 밖에 없다.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 황수경(46)씨는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교사가 아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학기초 조바심 내지말고 가정환경 등 정보 제공 솔직하게아이 앞 교사 험담은 절대 금물 수시로 편지·이메일로 소통해야

김창오 교사는 "교사를 처음 만날 때는 아이에 대해 묻기보다는 교사에게 아이에 대한 정보를 준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가정불화나 빈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몸이 불편한 경우 숨기지 말고 정확한 상황을 얘기해줘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 아빠가 둘 다 밤 늦게까지 일하는 아이는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거나 지각이 잦을 수 밖에 없다. 이 때 교사가 그런 사정을 알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항상 꾸지람을 듣게 된다. 또 아토피가 심한 아이의 경우, 교사가 알고 있어야 체육시간에 너무 땀을 많이 흘리지 않도록 배려할 수 있다.

아이 문제로 교사와 상의할 일이 있을 경우 불쑥 학교로 찾아가지 말고 알림장 등을 통해 미리 면담 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이유로 면담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미리 귀띔을 해줘야 효율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있다.

아이와 교사 사이의 믿음을 깨지 말자

불확실한 소문을 근거로 아이가 교사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관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너희 반 선생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와 같은 말이 한 예다. 특히 아이 앞에서 교사를 욕하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indischool.com) 운영자인 박병건 부산 문현초 교사는 "부모한테서 담임교사를 불신하는 말을 들은 아이는 그 교사한테서는 더 이상 어떤 것도 진정으로 배울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믿음이 깨진 상태에서는 아이들이 그 교사의 교육활동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김성오 교사는 "설령 부적격 교사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아이 앞에서 교사를 욕하면 결국 아이가 손해를 보게 된다"며 "만일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들도 괴로움을 느낄 정도로 문제가 있는 교사라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교사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 말만 믿지 말자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부모에게 전달할 때 자기 입장에서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엄마한테 혼날 것이 두려워 말을 꾸며내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 말만 듣고 발끈해서 "우리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데 왜 꾸지람을 했느냐"고 따지면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기 십상이다. 김성오 교사는 "교사의 말을 들어본 뒤에 화를 내고 항의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황수경씨도 "학부모들은 집에서의 아이 모습만 보고 '이렇게 착한 아이가 학교에서 혼날 일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며 "그러나 학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교사의 말을 반드시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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